추억의 영화노트/1992년 영화노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쭈니-1 2012. 7. 31. 13:03

 

 

1993년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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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시골로 전학온 우등생 한병태. 그는 5학년 2반의 급장인 엄석대에게 아이들이 꼼짝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병태 역시 석대에게 복종을 강요당하지만 이에 불복, 반항한다. 그러나 반항하면 할수록 병태는 외톨이가 되고 약간은 바보같은 때묻지 않은 소년 영팔이 유일한 친구가 된다.

병태는 담임 선생님에게 이르기도 하고 반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며 자기 세력을 만들려고 하지만 모두 실패. 엄석대는 공부 잘하는 아이에게 자기 대신 시험을 보게 하는 등 부정을 계속 저지른다.

무사안일한 태도의 담인 최선생은 석대만 믿고 그러면 그럴수록 석대는 아이들의 우상이 되어 간다. 결국 병태마저 석대에게 굴복하고 그에게 복종하며 제 2인자가 된다.

그러나 6학년이 되자 서울의 엘리트 교사인 김선생이 담임을 맡고 그는 석대를 의심, 결국 시험에 부정이 개입되었다는 것을 알아내고 엄하게 석대를 꾸짖는다. 그제서야 아이들은 엄석대가 저지른 부정들을 김선생에게 고해 받치며 엄석대를 욕하고, 엄석대는 참지 못하고 교실에 불을 지른채 행방불명이 된다.

그리고 수십년후 병태는 최선생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그곳에서 어른이 된 반 아이들을 만난다. 그리고 타락한 국회의원이 되어 있는 김선생의 또다른 일그러짐을 목격하고 우울해한다. 그러나 끝내 석대는 꽃만 보낼 뿐,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 민족의 권력과 억압을 5학년 2반이라는 한 학급에 비유해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아낸 이 영화는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영화이다. 어린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도 칭찬할만하지만 많은걸 생각하게 한다.

엄석대. 그는 영웅인가? 적인가? 마치 박정의 정권을 비유한듯한데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저마다 엄석대에 대한 다른 평가를 내린다.

 

 

 


 

 

2012년 오늘의 이야기

 

제1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이문열의 대표작을 박종원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볼 당시의 저는 이제 막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느 작은 출판사에 취업을 해서 근무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와서 10년 동안 경리 일을 했던 누나보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고 편집부에 신입 사원으로 들어온 누나의 월급이 훨씬 많다는 놀라운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표를 던지고 1년 동안 공부를 해서 서울의 전문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런 시기에 본 영화라서 그런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영화의 제목만 들어도 사회 부조리를 처음 알게된 그 시절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소설로 쓰여진 것이 1987년이고,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 1992년입니다. 꽤 오랜 시간을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속의 일들이 우리 현실 속의 일처럼 아직도 사실감이 넘칩니다. 권력에 빌 붙었다가, 권력자의 힘이 약해지면 등을 돌리고, 자신만 살아 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들. 씁쓸하면서도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