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4년 영화이야기

[콜래트럴] - 카리스마를 충전하다.

쭈니-1 2009. 12. 8. 17:10

 



감독 : 마이클 만
주연 : 제이미 폭스, 톰 크루즈, 제이다 핀켓 스미스
개봉 : 2004년 10월 15일
관람 : 2004년 10월 15일


톰 크루즈가 처음으로 악역을 맡아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콜래트럴]이 드디어 국내에 개봉하였습니다. 미국에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톰 크루즈의 악역 연기가 오히려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켜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것으로 예상했지만, 개봉 첫주 [빌리지]를 밀어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더니, 개봉 7주동안 톱10에 머무는 꾸준한 인기속에 1억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함으로써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기좋게 깨뜨렸습니다.(1억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하는 영화들은 많지만 7주동안 톱10에 드는 꾸준한 인기를 끄는 영화는 분명 드뭅니다.) 흥행뿐만 아니라 평론가들의 평도 대체적으로 좋은 편이었고, 관객들의 입소문도 꽤 호의적이었다는 군요.
이처럼 미국에선 꽤 만족스러운 성공을 거두었지만 우리나라에서의 흥행은 그리 순탄할것 같지는 않아보입니다. 이 영화의 국내 개봉 시기가 흥행 대목인 썸머시즌도 아니고 추석대목도 아닌, 극장가의 비수기라는 10월에 개봉했다는 점만 봐도 수입사가 [콜래트럴]의 흥행을 얼마나 낙관하지 못했는지 알수 있습니다. 톰 크루즈 주연의 액션 영화가 비수기에 개봉이라니 그가 악역을 맡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겠죠. 게다가 개봉 첫주 예매율도 개봉 2주차인 [우리형]에 뒤졌으니 톰 크루즈의 전작인 [미션 임파서블 2]나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비교한다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성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콜래트럴]은 톰 크루즈의 악역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비록 [콜래트럴]은 우리나라에서 개봉 첫주부터 톰 크루즈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의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고 있지만 제겐 최근에 본 액션 영화중에서 가장 멋진 영화였습니다. 톰 크루즈의 카리스마는 그가 악역을 맡았음에도 유효했고, 그에 맞서는 제이미 폭스는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톰 크루즈에 맞서 팽팽한 대결을 이끌어냅니다. 과연 [라스트 모히칸], [히트]등 남성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액션 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마이클 만 감독답습니다.


 



[콜래트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역시 악역을 맡은 톰 크루즈입니다. 만약 이 영화의 빈센트역에 톰 크루즈가 아닌 악역 전문 배우가 맡았다면 이 영화는 상당히 다른 느낌의 영화가 되었을 겁니다. 아마도 이 영화는 평범한 택시 운전사의 영웅적인 활약으로 킬러의 살인을 막아내는 전형적인 소시민 액션 스릴러 영화가 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톰 크루즈의 악역 캐스팅은 [콜래트럴]을 장르 영화의 전형성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톰 크루즈가 맡은 빈센트는 그냥 단순한 킬러가 아닙니다. 그는 택시 운전사 맥스(제이미 폭스)에게 인생의 허무함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인간이라는 것이 넓디넓은 우주에서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한 미비한 존재인데 나쁜 놈 하나 없어진들 뭐가 어떠냐는 식입니다. 그는 자신의 불우했던 과거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맥스에게 진심으로 마음의 문을 엽니다. 그러한 빈센트라는 캐릭터는 처음부터 관객의 시선을 맥스가 아닌 빈센트에게로 잡아 이끕니다. 빈센트는 관객에게 그냥 단순한 무시무시한 살인자가 아닌 꽤 매력적인 캐릭터가 된겁니다.
물론 이러한 형식의 영화는 생각해보면 꽤 많았습니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폭풍속으로]나, 롭 코헨 감독의 [분노의 질주]의 경우 범죄자를 잡기위해 위장 잠입한 형사가 범죄자의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점점 그에게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잡아냅니다. 하지만 [콜래트럴]이 [폭풍속으로]와 [분노의 질주]와 다른 점이 있다면 빈센트는 살인자라는 겁니다. [폭풍속으로]의 보디(패트릭 스웨이지)와 [분노의 질주]의 도미닉(빈 디젤)은 분명 범죄자이긴 했지만 살인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관객들은 이들 범죄자에게 쉽게 면죄부를 부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빈센트는 아닙니다. 그는 명백한 살인자이며 그가 아무리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할지라도 그에게 면죄부를 부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콜래트럴]의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합니다.


 


  
톰 크루즈의 카리스마가 빛을 발하며 영화 초반의 분위기를 휘어 잡는다면, 제이미 폭스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은 중반 이후부터입니다. 빈센트의 카리스마에 기가 눌려 단순한 인질로써의 입장밖에 취할 수 없었던 맥스는 빈센트와의 예기치않은 살인 여정동안 점점 변화되어 갑니다. 머릿속엔 멋진 꿈이 있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그리고만 있는 이 평범한 택시 운전사는 빈센트에게서 모든 것을 배움으로써 마지막엔 빈센트에 맞섭니다.
바로 그러한 점이 [콜래트럴]이 마이클 만의 전작인 [히트]와 같으면서도 다른 점입니다. [히트]는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라는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팽팽한 카리스마 대결을 펼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입니다. 범죄자와 형사의 대결이라는 단순한 대결 구도를 로버트 드니로의 카리스마를 이용하여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리에서 파괴했던 이 영화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었습니다. 이렇듯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라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최고의 배우들이 경합을 벌임으로써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 [히트]와는 달리 [콜래트럴]은 톰 크루즈라는 초특급 배우와 제이미 폭스라는 상대적으로 무명에 가까운 배우를 캐스팅함으로써 처음부터 무게의 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치게끔 만듭니다. 하지만 그러한 치우침은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차 줄어들더니 결국엔 톰 크루즈와 제이미 폭스는 팽팽한 대결이 펼쳐집니다. 마이클 만 감독이 어느새 [히트]를 거쳐 [콜래트럴]을 완성하는 동안 카리스마 대결을 서서히 고조시키는 강약조절법을 배운 겁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제가 [콜래트럴]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톰 크루즈의 악역 캐스팅으로 인하여 장르 영화의 전형성을 탈피하였으며, 제이미 폭스를 톰 크루즈와 대결을 펼치게 함으로써 긴장감의 강약을 조절하는 마이클 만 감독의 연출력은 [콜래트럴]을 보며 단 한순간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끔 만듭니다. 이 영화를 보며 2% 부족했던 톰 크루즈의 연기력이 100% 채워졌음을 느꼈으며, 제이미 폭스라는 새로운 배우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이클 만이라는 남성적인 매력으로 철철 넘치는 영화를 만들줄 아는 놀라운 감독과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기쁨을 느낍니다. 영화를 보고나니 소심한 제게 카리스마가 만땅으로 충전된듯한 착각을 느끼게 되는 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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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우스
톰크루즈의 사격자세가 상당히 멋지더군요 ^^ bb (히트때도 시가전?이 너무 좋았는데 ^^)
앤딩의 깔끔함도 괜찮았답니다 ^^
 2004/10/22   
쭈니 많은 분들이 마지막에 빈센트의 어이없는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던데... 빈센트와 맥스의 총이 뒤바뀌어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죠. 저도 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좋았답니다.  200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