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박철관
주연 : 고현정, 유해진, 성동일, 이문식, 박신양, 고창석
개봉 : 2012년 6월 21일
관람 : 2012년 6월 21일
등급 : 15세 관람가
진정 고현정은 코믹의 여왕으로 돌아왔는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쓰 GO]가 드디어 개봉을 했습니다. [미쓰 GO]는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 역으로 카리스마 여왕으로 등극한 고현정의 첫 상업영화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해변의 여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 [북촌방향])와 상업영화라고 하기엔 너무 독특했던 이재용 감독의 [여배우들]에 출연하기는 했지만 상업성을 앞세운 영화에는 첫 출연인 것입니다.
이렇게 고현정이 주연을 맡았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던 [미쓰 GO]. 하지만 그 제작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기담]이라는 공포영화로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감독에 데뷔한 정범식 감독이 [미쓰 GO]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지만 도중 석연치 않은 이유로 연출을 포기하며 한달 동안이나 제작이 중단되었고, 결국 [달마야 놀자]의 박철관 감독이 정범식 감독에게 메가폰을 이어받으며 우여곡절 끝에 [미쓰 GO]를 완성했습니다.
최근 이명세 감독이 중간에 하차하며 논란이 되었던 [미스터 K]와 더불어 [미쓰 GO]는 영화 촬영 중간에 감독이 교체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한 불명예를 안은 영화입니다.(그러고 보니 이 두 영화 제목이 비슷합니다. ^^) 고현정이 [미쓰 GO]의 제작에 열의를 보인 덕분에 별 탈없이 제작이 완료되었지만 [미쓰 GO]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었습니다.
요 며칠동안 가벼운 영화가 보고 싶다고 징징거리며 코미디 영화를 찾아 헤맸던 저는 [미쓰 GO] 가 개봉하자마자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이 영화를 향한 우려의 시선은 뒤로 한채 저를 웃겨 주기만 하면 무조건 만족을 하겠다고 저는 다짐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아부의 왕]이 아닌 [미쓰 GO]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웃고 싶다면 확실한 코미디 영화인 [아부의 왕]을 먼저 선택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말입니다.
제가 [아부의 왕]이 아닌 [미쓰 GO]를 먼저 선택한 것은 장르에 매력을 느꼈고, 조연 배우진이 탄탄했기 때문입니다. [아부의 왕]은 성동일과 송새벽이라는 코믹 배우를 내세워 어떻게 웃길 것인지 눈에 훤히 보였습니다. 하지만 [미쓰 GO]는 코미디 영화와는 잘 배치가 되지 않는 고현정을 전면에 배치해서 코믹 액션이라는 장르를 내세웠습니다. 과연 고현정과 코믹 액션이 어떻게 어울릴지 궁금했습니다.
고현정과 코믹 액션이라는 장르가 잘 배치가 안되더라도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고현정을 뒷받침하는 조연 배우들의 면면이 화려하기 때문입니다. 유해진, 성동일, 이문식, 고창석이라는 이 사각편대는 코믹 조연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배우들입니다. 고현정이 웃기지 않는다고 해도 이들 조연 배우들이 웃겨줄 것이 분명해보였습니다. 이렇게 웃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찾은 극장. 과연 [미쓰 GO]는 제가 기대했던 웃음을 안겨줄 수 있을까요?
공황장애에 걸린 그여자... 과연 웃길 수 있을까?
[미쓰 GO]의 설정은 간단합니다. 어렸을 적의 기억 때문에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천수로(고현정). 함께 살던 동생마저 일본으로 떠나보리고 이 험난한 세상에 홀로 남겨집니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수녀가 다가옵니다. 수녀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 천수로는 수녀의 심부름을 하기로 하죠.
일단 영화 초반은 공황장애에 걸린 천수로의 어리버리함으로 관객을 웃기려고 시도합니다. 데뷔 초기 미스코리아 출신의 청순가련형으로 인기를 얻었고, 이혼 후 여장부로 변신한 고현정에 익숙했던 저는 어리버리 고현정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공황장애에 걸린 이 어리버리한 여성이 과연 부산의 거친 남자들 틈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미쓰 GO]의 초반을 보며 제 흥미는 점점 올라갔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제게 만족할만한 웃음을 안겨주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앞으로 웃길 여자가 다분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미쓰 GO]는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진지해집니다. 영화 초반의 케잌 칼로 사람 죽이기 장면을 뛰어넘는 코믹한 장면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영화 초반이 이 영화에서 가장 웃긴 부분이었던 것입니다.
공황장애에 걸린 천수로는 초반의 그 어리버리함이 무색할 정도로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대담해집니다. 공황장애에 걸린 여성이 거친 남성들 틈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기대를 했는데, 그녀는 굳이 코믹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잘 헤쳐나갑니다.
물론 그녀의 곁에는 빨간구두(유해진)라는 정체 불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천수로에게 '내가 꼭 지켜주겠다.'고 다짐하는 이 남자. 중반부는 바로 천수로와 빨간구두의 사랑에 초점을 맞춥니다.
후반부가 되면 천수로의 복수로 꾸며집니다. 한번 죽었다 살아난 천수로는 말 그대로 영화 초반의 어리버리한 천수로를 깨끗이 지우고 새로운 천수로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이용했던 나쁜 남자들을 향한 복수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미쓰 GO]는 초반은 천수로 캐릭터를 내세운 약간의 코믹으로, 중반부는 천수로와 빨간구두의 로맨스로, 후반부는 나쁜 남자들을 향한 천수로의 복수로 꾸며져있습니다. 영화의 초반만 보고 '앞으로 이 영화는 웃길 여지가 충분하다.'라고 기대했는데,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진지해지니 저는 [미쓰 GO]에 당황해야 했습니다.
멜로가 되는 남자 유해진
뭐 인정합니다. 제가 영화에 대한 잘못된 기대를 또 다시 한 셈입니다. [미쓰 GO]의 대충의 내용과 코믹 조연들을 보고 저는 당연히 '웃길 것이다.'라고 기대를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천수로가 조폭들과 비리 경찰들 사이에서 활약하는 이야기에는 코미디는 쏙 빠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기대했던 코믹 조연들 역시 의도적으로 코믹 연기를 배제시키고 있었습니다.
성동일은 악당 연기에 충실했고, 이문식은 똘끼 넘치는 조폭 연기에 열중했습니다. 그나마 고창석이 말더듬이 형사 연기로 관객들을 웃기려 시도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의 비중은 특별 출연이라는 박신양보다 훨씬 작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의외였던 것은 바로 빨간구두 역의 유해진입니다.
성동일과 이문식, 고창석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관객을 웃길 충분한 여유를 주지 못했던 이 영화. 그래도 고현정과 함께 투톱을 맡은 유해진이 꾸준히 웃긴다면 [미쓰 GO]는 어쩌면 제가 기대했던 웃음을 안겨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유해진은 천수로와 함께 짜장면을 먹다가 말실수를 하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전혀 웃기지 않습니다.
[미쓰 GO]에서 빨간구두의 역할은 웃음이 아니었습니다. 빨간구두는 범죄 조직에 잠입한 비운의 형사이며, 나쁜 남자들 틈에서 천수로를 지켜주는 정의의 용사이고, 천수로와 사랑에 빠지는 귀여운 남자이며, 결정적으로 천수로를 변하게 만드는 옴므파탈이었습니다. 이 모든 역할에 코미디가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사실 코미디에 대한 기대감을 싹 벗겨버리고 [미쓰 GO]를 본다면 이 영회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바로 빨간구두입니다. 그리고 가장 매력적인 배우는 박신양이 아닌 유해진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유해진을 너무 코믹한 조연이라는 이미지에 가둬놓은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될 만큼 유해진의 빨간구두 연기는 매력이 철철 넘쳐 흘렀습니다. 특히 영화 중반에 천수로와 사랑에 빠져 수줍어 하는 모습은 멜로 배우로서의 유해진의 새로운 발견입니다. 유해진은 고현정과의 키스씬을 찍으며 자신의 생김새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멜로 배우는 생김새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미쓰 GO]를 통해 유해진은 증명해 보였습니다.
웃길 것이라 기대했던 유해진의 색다른 변신. 그것은 [미쓰 GO]의 상황을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여러분들이 만약 저처럼 코믹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미쓰 GO]를 본다면 십중팔구는 실망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쓰 GO]는 코믹한 영화에 대한 기대감 대신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 것일까요?
어쩌다보니 범죄 액션
제가 보기에 [미쓰 GO]는 코미디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범죄 액션 장르에 더 잘 어울립니다. 공황장애에 걸린 천수로라는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영화에서 웃긴 캐릭터도 없습니다.(물론 웃긴 조폭은 있지만 말 그대로 양념 수준입니다.)
게다가 천수로도 초반에만 코믹 캐릭터의 역할에 충실할 뿐입니다.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범죄 액션에 걸맞는 캐릭터가 되어 갑니다. 영화의 후반 그녀가 순식간에 변하는 장면은 그래서 제겐 뜬금이 없다기 보다는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그녀는 이미 중반부터 대담한 천수로를 내비췄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전개도 그러합니다. 이 영화는 두 폭력 조직과 비리 경찰이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마약 거래를 하는 두 폭력 조직 사영철(이문식)과 백봉남(박신양)은 서로에게 가짜 마약과 가짜 돈을 건네며 사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중간에서 돈을 가로채려 했던 비리 경찰 성반장(성동일)은 이들 사이에서 틈틈히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사영철에게는 위장 경찰 빨간구두가 있고, 성반장 팀에도 감사팀이 잠입시킨 첩자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이렇듯 서로 꼬이고 꼬인 관계 속에 천수로를 내던져 놓습니다. 그 속에서 그녀는 공황장애를 이겨 내고, 사건을 해쳐 나가며 죽을 위기를 모면합니다. 물론 거액의 돈을 챙기는 것은 덤입니다.
코미디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범죄 액션의 측면에서 [미쓰 GO]를 본다면 꽤 흥미로운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천수로가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이 극한의 상황을 헤쳐나가는 장면은 할리우드의 범죄 스릴러와 비교해서는 그 짜임새가 부족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코믹 조연으로 선입견이 박힌 배우들의 카리스마 연기 또한 웃음이 부족한 대신 신선했습니다.
특히 특별 출연이라는 박신양의 분량이 꽤 많고 비중이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눈부신 날에]를 보지 않은 저로서는 [범죄의 재구성]이후 8년 만에 영화에서 그의 모습을 본 셈입니다. 여전히 카리스마가 넘치더군요.
분명 [미쓰 GO]는 코믹 액션으로 기획이 되었던 영화입니다. 그랬던 영화가 코믹은 부족하고 대신 범죄 액션으로서의 진가는 기대했던 것보다 잘 발휘되었습니다. 과연 그 이유가 갑작스럽게 감독이 바뀌었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게 [미쓰 GO]는 코미디 영화를 보러 갔다가 어쩌다보니 범죄 액션을 감상하고 나온... 그런 영화였습니다.
P.S. 영화가 실망스럽다고 너무 서둘러 극장에서 퇴장하지 마세요. 영화의 엔딩 크레딧 중간에 천수로의 1주일 후가 웹툰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범죄의 여왕으로 변신한 천수로의 마지막 모습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천수로를 버리고 일본으로 유학을 간 동생의 최후도...
기대했던 코미디는 보지 못했지만
기대이상의 범죄 액션을 본 것으로 만족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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