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2년 영화이야기

[락아웃 : 익스트림미션] - 킬링타임용 액션영화라도 갖출 것은 갖추자.

쭈니-1 2012. 6. 15. 14:02

 

 

감독 : 제임스 매더, 스테판 St. 레게로

주연 : 가이 피어스, 매기 그레이스, 피터 스토메어, 조셉 길건

개봉 : 2012년 6월 14일

관람 : 2012년 6월 14일

등급 : 15세 관람가

 

 

이제 단순한 영화를 볼련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그 영화에 함축된 의미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인하여 오히려 머리를 싸매게 만드는 영화 [프로메테우스]를 본 후, 며칠 지나지 않아서 슬픔, 처절함, 광기 등의 감정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영화 [후궁 : 제왕의 첩]을 봤습니다.

날씨는 덥고, 회사 일은 저를 스트레스 만땅 상태로 몰고 가는 요즘, 영화 마저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영화들을 봤더니 문득 이젠 시원하게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가벼운 킬링타임용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군요.

사실 제가 원했던 것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실컷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가벼운 코미디 장르인 [아부의 왕], [미쓰 GO]의 개봉은 다음 주입니다. 이들 영화의 개봉을 기다리느라 일주일간 영화와 담을 쌓고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래서 가벼운 코미디 영화의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가벼운 SF 액션 영화 [락아웃 : 익스트림미션]이었습니다.

 

[락아웃 : 익스트림미션]에게 제가 원한 것은 꽤 단순한 것들입니다. 그냥 시원 시원한 액션이 시종일관 빵빵 터지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스토리의 짜임새, 매력적인 캐릭터, 영화 속의 내포된 철학 따위는 전혀 상관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제가 생각이 많은 영화를 주로 봤기 때문일까요? [락아웃 : 익스트림미션]을 보면서도 이 영화의 액션을 즐기기 보다는 수 많은 인질을 버려두고 대통령의 딸 한명을 구하겠다고 저렇게 설쳐대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생각만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느슨한 스토리의 짜임새에 짜증이 났고, 매력이 부족한 캐릭터에 실망하였습니다. 애초부터 그런 것들은 상관하지 않고 영화를 보기로 해놓고, 막상 영화를 보면서는 끊임없이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제게 [락아웃 : 익스트림미션]은 머리를 식히는 킬링타임용 영화의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매력이 부족한 캐릭터는 킬링타임용으로도 부적합하다.

 

[락아웃 : 익스트림미션]에 대해서 아쉬웠던 것은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그 중 하나는 매력이 부족한 캐릭터의 아쉬움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스노우(가이 피어스)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스노우를 [다이하드]의 전설적인 캐릭터인 존 맥클레인 형사와 비슷하기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기대에 맞게 스노우는 영화의 초반에 조직을 배신하고 동료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고문을 받으면서도 여유롭게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는 장면부터 보여줍니다.

사건의 진실을 묻는 CIA 스캇(피터 스토메어) 앞에서 시시한 음담패설을 늘어 놓는 스노우. 그럴때마다 묵직한 주먹이 그의 얼굴로 날아 들어오지만 스노우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가 대통령의 딸인 에밀리 워녹(매기 그레이스)를 구하기 위해 우주 감옥에 들어가서도 그의 시시껄렁한 농담은 계속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스노우의 캐릭터에서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하겠더라는 점입니다.

 

단지 최악의 상황에서도 냉소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 스노우를 보며 [다이하드]의 존 맥클레인에게 느꼈을 매력을 느끼라고 강요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수였습니다. 캐릭터 설명은 제대로 하지 않고 다짜고짜 사건의 중심으로 관객을 끌고 들어갔기에 스노우는 존 맥클레인을 따라하지만 그 매력을 따라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별 매력없는 스노우가 에밀리를 만나면서 이 커플은 무매력은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처음엔 스노우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짜증이 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노우가 아무 대책없이 우주 감옥의 상황을 시찰한다고 찾아와 문제를 일으킨 민폐녀 에밀리를 만나고 나니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스노우와 에밀리가 티격태격하며 밀당을 하는 모습은 짜증을 불러 일으키며, 두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켰습니다. 인질을 구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여긴 금연 구역이예요.'라고 지껄이는 에밀리도 짜증났고, 자신의 누명을 벗겨줄 가방의 행방을 찾기 위해 우주 감옥에 들어가놓고 갑자기 에밀리를 보호하는 영웅 노릇을 하는 스노우도 짜증이 났습니다. 역시 아무리 킬링타임용 영화라도 캐릭터는 매력적이어야 하나 봅니다.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 우주 감옥이라며?

 

하지만 부실한 캐릭터의 매력은 어느 정도 참고 넘어갈 수가 있었습니다. 스노우와 에밀리가 밀당을 하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스노우는 가이 피어스라는 명품 배우를 만나 그럭저럭 캐릭터를 완성해 나갑니다.

에밀리는 영화 중반까지 최악의 민폐 캐릭터로 등극을 하더니 영화 마지막의 활약을 통해 민폐 이미지를 벗어던집니다. [락아웃 : 익스트림미션]의 캐릭터 매력이 부실하긴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제 실망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영화 설정의 짜임새 부족입니다.

[락아웃 : 익스트림미션]은 전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범죄자를 특별 격리 수용한 우주 감옥이 무대입니다. 최첨단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한번 들어가면 결코 빠져 나올 수 없는 엄청난 곳이라고 이 영화는 선전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죄수 하나의 난동 만으로 모든 보안 시스템은 해제되고, 지구를 향해 추락하기까지 합니다. 감옥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수 많은 영화들을 봤지만 이 영화만큼 허술한 감옥은 본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최악의 범죄자와 면회를 할 수 있는 곳에서 총기를 숨겨 들어가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심지어 범죄자와 면회자 사이의 유리는 방탄도 되지 않습니다.

보안 기술자의 손 놀림 하나로 수 백만명이 수용된 캡슐은 아무런 반항없이 열리고, 그렇게 해서 열린 감옥안 죄수들은 아무런 제한없이 우주 감옥 안을 종횡무진 다닙니다. 게다가 이 거대한 우주 감옥은 갑작스럽게 지구로 추락하기까지 합니다.

어떻게 저런 허술한 보안 시스템을 갖춘 감옥이 그것도 미래 사회에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최소한의 안전성마저 검증이 안된 이 곳을 최첨단 보안 시스템을 갖춘 최악의 감옥이라 광고하는 이 영화가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물론 이 영화의 흥행 요소가 우주 감옥에 인질로 잡힌 대통령의 딸을 구하는 주인공의 모험담이다 보니 어느 정도의 억지가 섞여 있었어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맹활약할 무대가 치밀할 수록 주인공의 모험담이 더욱 멋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망각한 것이 분명합니다. 저런 허술한 곳에서의 활약은 스노우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입니다.

 

 

범죄자들의 인권은 개에게나 줘버려!

 

[락아웃 : 익스트림미션]의 기본 설정이 가지고 있는 허술함을 논하라고 한다면 저는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스노우를 잡았으면서 그를 죽이는데 망설여 스노우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는 알렉스의 부족한 카리스마, 마지막 반전의 허술함까지...(스포 쓰는 것이 귀찮아 마지막 반전의 허술함은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락아웃 : 익스트림미션]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에밀리를 통해 [락아웃 : 익스트림미션]을 액션만 있는 영화가 아닌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영화의 모양새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우주 감옥에 갇힌 죄수들의 인권 문제입니다.

대통령의 딸인 에밀리가 애초에 이 위험한 우주 감옥에 온 이유는 우주 감옥에서의 죄수들의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우주감옥은 죄수들을 수면 상태로 만듭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고 우주 감옥에 투자한 거대 회사가 죄수들을 상대로 인체 실험을 한다는 소문도 무성했던 것입니다.

 

저는 그러한 문제들이 영화 속에서 어느 정도 제시된다면 [락아웃 : 익스트림미션]의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초반의 문제 제시는 그저 시늉 뿐이었고, 오히려 하이델(조셉 길건)이라는 미치광이 악당을 내세워 '죄수들은 죽여 버리는 것이 낫다.'라고 주장하기까지 합니다.

우주 감옥이 지구로 추락하는 것 역시 수 많은 죄수들을 하나씩 처치하기 귀찮으니 지구가 위험하다라는 핑계로 그냥 한꺼번에 몰살시키려는 음모가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죄를 지은 사람은 그 죄값을 치뤄야 합니다. 그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죄인의 죄와 그에 대한 죄값을 판결하는 것은 신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죄값이 죽음이라는 최고형이 아니라면 아무리 죄인이라도 살아야할 가치가 있는 하나의 목숨입니다. 그런데 [락아웃 : 익스트림미션]은 대통령의 딸 하나 때문에 우주 감옥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물론 어쩌면 누명을 썼을지도 모를 죄수들까지 깡그리 몰살시키고 깔끔하게 마무리짓습니다.

 

 

킬링타임용 액션영화라도 갖출 것은 갖추자.

 

영화가 끝나고 속이 뻥 뚫리는 속 시원함을 느끼기 보다는 찜찜함을 느꼈습니다. 사람의 생명에는 귀천이 없는데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로 에밀리는 꼭 구해내야할 고귀한 목숨이고, 다른 인질들은 파리 목숨이요, 죄수들은 죽어 마땅한 목숨들입니다. 제가 만약 저 상황에 있다면 저 역시 파리 목숨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매력적인 캐릭터에 의한 재미도 없고, 그렇다고 영화의 구성 자체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허술합니다. 그나마 뤽 베송이 제작을 맡았기 때문인지 액션은 쉴새없이 쏟아지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러한 액션이 별 특색이 없습니다. 차라리 맨몸 액션이 주를 이뤘던 [테이큰], [트랜스포터], [택시] 등 뤽 베송의 다른 제작 영화들이 더 나아보입니다.

시원하게 머리를 식힐 생각으로 본 영화 [락아웃 : 익스트림미션]... 오히려 제 머리만 더욱 아프게 만듭니다. 아! 빨리 다음 주가 되어서 제 머리를 시원하게 식힐 우리 코미디 영화들이나 봤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가능하다면 이 영화를 내 기억 속에 LOCK OUT 하고 싶다.

앞으로 킬링타임용 영화라도 좀 더 신중을 기해서 선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