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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 3 : 이번엔 서커스다!] - 고향도, 집도 안착할 수 없는 그들의 역마살

쭈니-1 2012. 6. 7. 16:05

 

 

감독 : 에릭 다넬, 톰 맥그라스, 콘래드 버논

더빙 : 벤 스틸러, 크리스 록. 프란시스 맥도먼드, 제시카 차스테인, 사챠 바론 코헨

개봉 : 2012년 6월 6일

관람 : 2012년 6월 6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웅이와 일곱번째 극장 데이트

 

지난 1월 [장화신은 고양이]의 영화 이야기에서 밝혔듯이 2012년 웅이의 계획은 저와 함께 극장에서 20편의 영화를 보는 것입니다. 웅의 그러한 결심을 지켜주기 위해서 저는 부지런히 웅이와 극장을 다녔습니다. 하지만 이제 겨우 10살인 웅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여름 방학 시즌이 되면 웅이와 함께 볼 만한 영화들이 많이 개봉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지만 암튼 5월까지 웅이와 함께 본 영화는 겨우 여섯 편에 불과합니다. 2012년에 20편의 영화를 보려면 6월까지 최소한 10편의 영화를 봐야합니다. 이거 이거 웅이의 계획을 지켜주기가 영 까다롭네요.

사정이 이러하니 웅이와 함께 볼 만한 영화가 개봉하면 제 기대작들을 제쳐두고 우선적으로 웅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부터 챙겨보고 있습니다. 이번 주가 그런 경우인데 [후궁 : 제왕의 첩], [프로메테우스]라는 초기대작들의 잠시 제쳐두고 제가 가장 먼저 [마다가스카 3 : 이번엔 서커스다!]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5월 5일에 봤던 [로렉스] 이후 한 달만에 가는 극장이기 때문인지 웅이도 기대를 많이 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런 웅이의 초롱 초롱한 눈빛을 보면 괜시리 제 마음까지 뿌듯했습니다. 일반 2D 자막 버전으로 본 [마다가스카 3 : 이번엔 서커스다!]의 영화 관람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마다가스카]는 2005년에 첫 선을 보인 드림웍스의 프랜차이즈 시리즈입니다. 2005년 당시 [마다가스카]는 개봉 첫 주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에 가로 막혀 미국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지만 개봉 2주차에는 1위에 올라서는 뒷심을 발휘했었습니다. 당시 웅이가 아직 어린 관계로 저는 이 영화를 웅이가 아닌 구피와 시사회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웅이가 영화광인 저를 닮아 본격적으로 극장에서 영화 보기를 즐겼던 2009년에 웅이와 [마다가스카]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자 마자 감기에 걸려 집안에 갇힌 웅이를 위로하기 위해 저는 [마다가스카 2]를 웅이에게 보여줬고, 이제 막 일곱살이 되었던 웅이는 매우 진지한 자세로 [마다가스카 2]를 봤었습니다.

그리고 3년 후... 웅이와 저의 일곱 번째 극장 데이트 영화로 [마다가스카 3 : 이번엔 서커스다!]가 선택되며 [마다가스카]와 못말리는 영화광인 쭈니 부자의 추억은 차곡 차곡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드림웍스의 디즈니를 향한 본능을 깨웠던 [마다가스카]

 

사실 [마다가스카]를 생각하면 재미있게 본 기억보다는 아쉬웠던 기억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결혼 전부터 애니메이션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더불어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차별화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을 즐겼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유의 재미가 있듯이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역시 그 만의 독특한 영화적 재미가 있었습니다. 저는 다양한 매력의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에 환호를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2005년에 보게된 [마다가스카]는 솔직히 당혹스러웠습니다. 영화가 재미 없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차별화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만의 재미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마다가스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개성을 버리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따라가기에 급급했습니다.

당시 저는 '[마다가스카]의 사자 알렉스(벤 스틸러)도 결국 야생의 본능을 억누르고 생선 초밥으로 그 배고픔을 해결하지 않았던가요. 드림웍스도 충분히 디즈니적 본능을 억누를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며 디즈니화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에 대한 아쉬움을 영화 이야기에서 드러냈었습니다.

 

하지만 2009년에 개봉한 [마다가스카 2]는 오히려 디즈니적 본능이 전 편보다 더 발휘되었습니다. [마다가스카 2]는 아예 디즈니의 명작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스토리 라인을 일부분 따라하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그러한 [마다가스카 2]에 저는 실망하기 보다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마다가스카 2]는 웅이와 함께 봤고, 어린 웅이와 함께 보는 영화라면 디즈니화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시점에서 [마다가스카 3 : 이번엔 서커스다!]는 시작합니다. 이미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은 디즈니와의 차별화를 오래 전에 포기했습니다. 더 이상 디즈니화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실망할 이유가 없는 셈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도, 웅이도 부담없이 [마다가스카 3 : 이번엔 서커스다!]를 즐겼습니다. 여전히 저는 성인 취향적인 드림웍스 초기의 애니메이션이 그립기는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해진 만큼 디즈니와의 경계가 사라진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을 웅이와 같은 동심의 마음으로 즐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화려한 서커스가 눈을 호강시킨다.

  

[마다가스카]는 도시 생활에 익숙한 동물원의 동물들이 야생에 던져지면서 겪게되는 야생 체험기였습니다. [마다가스카 2]는 고향인 아프리카에 가게된 알렉스를 비롯한 뉴요커 동물 4인방이 겪게 되는 자아 찾기 성장담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마다가스카 3 : 이번엔 서커스다!]는?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캐릭터는 늘어나고, 스케일은 커지는 것이 시리즈 영화의 당연한 이치입니다. [마다가스카]에서 명품 조연으로 인기를 모았던 펭귄 4총사는 물론이고, 여우 원숭이인 킹 줄리엔(사챠 바론 코헨)의 활약은 3편에 와서 더욱 늘어났습니다. 거기에 유럽 서커스 단원인 비탈리, 지아(제시카 차스테인), 스테파노가 합류하고, 시리즈 중 최강의 악당이라 할 수 있는 캡틴 듀브아(프란시스 맥도먼드)가 알렉스를 노립니다.

이렇듯 새롭게 늘어난 캐릭터라는 부분에서 [마다가스카 3 : 이번엔 서커스다!]는 시리즈의 역할에 충실합니다. 그렇다면 스케일은? 애니메이션에서 스케일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조금은 우습지만 그래도 마다가스카 섬, 아프리카에 한정되었던 전 편의 영화 무대와는 달리 [마다가스카 3 : 이번엔 서커스다!]는 알렉스 일행의 모험담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인 화려한 서커스 장면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유럽 서커스단과 알렉스 일행이 벌이는 서커스 장면은 그 화려함에서 제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3D 영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3D로 봤다면 정말 환상적이었겠다.'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습니다.

흥겨운 음악에 환상적인 화면 구성, 그리고 그 속에 펼쳐진 캐릭터들의 파트너쉽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전 편에 비해 그 역할이 축소된 마티(크리스 록)와 바다 사자인 스테파노의 동물 대포 장면, 알렉스와 재규어인 지아의 공중 그네 장면, 호랑이인 비탈리의 링 통과하기 등 이 영화의 서커스 장면은 서커스를 직접 보는 것보다 더한 쾌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서커스 도중 캡틴 듀브아가 침입하는 장면은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그것은 그만큼 캡틴 듀브아라는 캐릭터를 [마다가스카 3 : 이번엔 서커스다!]가 잘 구축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영화들이 최강의 악당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지, 캡틴 듀브아의 역할을 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리즈 영화로 놓고 본다면 [마다가스카 3: 이번엔 서커스다!]는 분명 시리즈 최강의 재미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늘어난 캐릭터들은 기존 캐릭터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으며, 커진 스케일은 영화의 재미를 풍성하게 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정도면 [마다가스카 3 : 이번엔 서커스다!]에게 충분한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고향에서도, 집에서도 안착할 수 없는 그들의 역마살

 

하지만 이쯤에서 잠시 동심의 순수한 마음을 던져 버리고 어른의 삐딱한 시선에서 [마다가스카 3 : 이번엔 서커스다!]를 바라보도록 하겠습니다.

애초부터 [마다가스카]는 이상한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동물들은 고향인 야생이 아닌 동물원을 그리워하며 동물원에 돌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그래서 알렉스 일행은 마다가스카에서는 물론, 알렉스의 고향인 아프리카에서도 안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동물원을 그리워합니다.

그런데 막상 동물원에 들어온 알렉스 일행은 실망을 합니다. 알렉스가 동물원을 찾은 관객들에게 환호를 받았던 바위는 알렉스의 생각보다 작고 초라합니다. 기린인 멜먼과 하마인 글로리아는 동물원에서는 서로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들의 사이엔 울타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야생 동물이 야생성을 잊고 동물원을 그리워했지만 온갖 모험 끝에 자신이 있을 곳은 좁은 동물원이 아니라는 깨달음은 어찌보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선택한 곳은 야생이 아닌 서커스입니다.

 

얼마 전 시민단체에서 돌고래쇼 중단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돌고래를 넓은 바다로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입니다. 분명 우리는 돌고래쇼를 보며 즐거워했지만 과연 돌고래도 즐거웠을까요? 넓은 바다를 마음껏 누비고 다녀야할 돌고래들은 인간의 볼거리를 위해 좁은 우리에 갇혀 쇼를 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행복해 했을까요?

그런데 [마다가스카 3 : 이번엔 서커스다!]의 동물들은 서커스에 자부심을 느끼고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비탈리는 그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아주 작은 링에 불까지 붙여서 통과하는 것을 새로운 모험이라고 이야기하고, 스테파노는 위험천만한 동물 대포에 들어가 공중에 쏘아지는 것을 하늘을 나는 꿈이 이루어졌다고 좋아합니다.

물론 동물을 의인화한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영화를 보며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은 동물원도 아닌, 서커스는 더더욱 아닌 광할한 자연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마지막 알렉스 일행의 선택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영화를 본 후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자고 주장하는 시민단체를 보고 웅이는 과연 뭐라 할까요? 아마도 자연으로 돌려보내진 돌고래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요? 물론 그러한 우려 자체가 어른의 삐딱한 시선이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알렉스 일행이 서커스에 합류해야 4편도 만들어지고 5편도 만들어질테니까요. 하지만 시리즈가 마무리될 때쯤에는 알렉스 일행이 자연의 폼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마다가스카]가 지녀야할 진정한 교훈이며, 감동이 아닐까요?

 

 

솔직히 알렉스 일행이 자연을 거부했기에

우리는 [마다가스카]를 시리즈 3편까지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에서 자꾸 억지로 훈련된 돌고래들의 쇼가 떠오른다.

이젠 그들도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