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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퀴즈 3 : 제1화 미확인 생명체] - 유쾌한 버디 수사극으로의 새로운 출발?

쭈니-1 2012. 5. 23. 10:47

 

 

일요일 밤의 무기력증에서 구출되다.

 

토요일에는 회사의 춘계 체육대회에 참가하느라 기진맥진, 일요일에는 아프다고 앓아누운 구피 대신에 웅이를 데리고 강서습지생태공원에서 체험 학습을 다녀오느라 역시 기진맥진. 일요일 밤에 [내 아내의 모든 것], 혹은 [돈의 맛]을 보기위해 극장에 가겠다는 굳은 결심은 더운 날씨와 기진맥진 스케쥴로 인하여 깨끗이 지워졌습니다.

온 몸에 힘은 없고, 밤이 되었는데도 땀은 삐질삐질나는 이 짜증나는 상황. 정말로 온 몸에 모든 힘을 쭈욱 빼고 쇼파에 거의 쓰러져있듯이 흐리멍덩한 눈으로 TV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개그콘서트의 웃음 폭탄마저 일요일 밤의 무기력증으로부터 저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 그런데 밤 11시가 되자마자 마치 마법처럼 이 모든 무기력증이 싹 풀리고 말았습니다.

다소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이건 실제 상황이었습니다. 예정대로 [내 아내의 모든 것], 혹은 [돈의 맛]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다면 미련없이 포기했을 OCN의 케이블 드라마 [신의 퀴즈 3]가 백약이 무효하다는 일요일 밤의 무기력증을 깨끗하게 해소시킨 것입니다. 

 

 

 

 

유쾌한 버디 수사극?

 

고백하건데, 저는 [신의 퀴즈]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신의 퀴즈]가 한국형 법의학 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미국의 과학수사대를 소재로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CSI 시리즈]조차 관심이 없는 제게 [신의 퀴즈]가 눈에 들어올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무심코 본 [신의 퀴즈 3]가 시작하자마자 저는 축 늘어진 자세를 바로 잡고 흥미진진하게 TV 속에 몰입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신의 퀴즈 3]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유쾌한 캐릭터 덕분이었습니다.

이전 [신의 퀴즈]에서 한진우(류덕환)라는 캐릭터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신의 퀴즈 3]의 첫화에서 보여준 한진우는 베테랑 형사인 배태식(안내상)과 함께 티격태격하며 드라마의 재미를 잘 이끌었습니다.

이들의 욕 배틀(시베리아 알코올 중독자와 같은...)에서부터 시작하여, 배태식의 화장실 굴욕씬 등, [신의 퀴즈 3]의 초반은 깨알같은 웃음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의 법의학 드라마를 예상했던 저는 예기치못한 웃음으로 일요일 밤의 무기력증을 떨쳐낸 셈입니다.

 

 

 

 

코믹 캐릭터가 풀어내는 슬픈 사건

 

한진우와 배태식의 조합은 최상의 재미를 이끌어 냈습니다. 하지만 [신의 퀴즈 3]가 코믹 드라마가 아닌, 법의학 드라마이니 코믹한 캐릭터만으로 드라마를 이끌어 나갈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한진우와 배태식이 풀어나갈 사건이 뒷받침을 해줘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1화인 미확인 생명체는 사건의 짜임새를 떠나 한진우와 배태식이 앞으로 해결해나갈 사건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소외계층을 상대로한 슬픈 사건이라는 하나의 테마였습니다.

미확인 생명체에 등장하는 피해자가 외계인이 아닌 미이라화된 희귀질환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슬픈 사건의 진실이 하나씩 벗겨집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장애인을 향한 우리 사회의 편견은 TV를 보던 제 마음을 날카롭게 할퀴었습니다.

서로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랑을 인정받지 못했던 그녀. 한진우의 말처럼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그녀를 미확인 생명체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녀가 살해당하지 않고 살아있었다고 해도 그녀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서 미확인 생명체로 등한시되었겠죠.

이번 주말(5월 27일)에 방영되는 제2화 호스피스에서는 서울 근교의 외진 요양원에서 무참하게 살해된 희귀병 환자의 미스테리를 그린다고 하니 [신의 퀴즈 3]는 희귀병으로 인하여 소외된 이들의 슬픈 사건이 매회 시청자들을 찾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범죄 수사극이라면 사건의 짜임새에 좀 더 신경을...

 

물론 제가 [신의 퀴즈 3]에 무조건 만족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일단 '미확인 생명체'에서 보여준 슬픈 사건의 여운은 좋았지만 사건의 짜임새는 솔직히 떨어졌습니다. 특히 범죄 수사극에서 빠질 수 없는 범인에 대한 마지막 반전 부분이 조금 김 빠졌습니다.

용의자가 너무 한정되어 있다보니 범인 역시 너무 쉽게 드러납니다. 특히 진범을 감추기 위한 미끼라고 할 수 있는 두번째 용의자의 정체가 너무 쉽게 드러나며 진범을 감추는 효과가 미미했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TEN : 특수사건전담반]의 짜임새와 한진우와 배태식이라는 캐릭터의 만남이 조화를 이루었다면 더욱 좋았을텐데... 뭐 앞으로 사건의 짜임새는 점점 나아질 것이라 기대를 하는 수 밖에요.

그리고 드라마의 중간 중간에 밝혀지는 한진우의 비밀도 조금 뜬금이 없었습니다. 이전 시리즈를 보지 못해 한진우의 비밀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겉보기에는 유쾌한 성격으로 보이는 한진우의 어두운 면이 중간 중간 드러나며 저를 당황시키더군요. [뱀파이어 검사]에서도 그런 식으로 각 에피소드마다 비밀을 하나씩 드러냈었는데, 한진우의 비밀을 전부 알게 되려면 [신의 퀴즈 3]를 꾸준히 보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