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파스칼 쇼메우
주연 : 로맹 뒤리스, 바네사 파라디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쉬울까? 헤어지게 만드는 것이 쉬울까?
프랑스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언터처블 : 1%의 우정]이 우리나라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다음 주에 또 한편의 프랑스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하트 브레이커]라는 제목의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2010년 9월에 개봉하여 흥행에 성공했던 김현석 감독, 엄태웅, 이민정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시라노 : 연애조작단]과 내용이 묘하게 겹친다는 점입니다. 단지 다른 점이라고는 [시라노 : 연애조작단]은 짝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을 이룰 수 있게끔 도와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하트 브레이커]는 잘못된 사랑을 하는 사람이 정신을 차리고 헤어지게끔 도와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서로 상반된 이야기같지만 사실은 같은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마음을 조작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니까요. [하트 브레이커]는 [시라노 : 연애조작단]과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을 하는 영화입니다.
시작은 같지만 그 끝은 다르다.
하지만 시작이 같다고 해서 그 끝까지 같지는 않습니다. [하트 브레이커]는 로맨틱 코미디를 살짝 비틈으로서 영화적 재미를 획득했던 [시라노 : 연애조작단]과는 다르게 정통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길을 착실하게 걷습니다.
줄리엣(바네사 파라디)과 조나단(앤드류 링컨)의 결혼을 막아야 하는 임무를 맡게된 알렉스(로맹 뒤리스). 하지만 그는 줄리엣과 진짜 사랑에 빠집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와 마찬가지로 결혼식장을 박차고 나간 줄리엣과 알렉스의 재회로 마무리 지음으로서 독특한 소재로 시작한 영화치고는 평범한 결말을 선보입니다.
제가 [시라노 : 연애조작단]을 재미있게 봤음에도 불구하고 [하트 브레이커]에는 큰 점수를 주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독특한 소재를 살리지 못한 평범함. 네, 맞습니다. [하트 브레이커]는 그냥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일 뿐입니다.
그들의 동기가 수상하다.
제가 [하트 브레이커]를 독특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라고 단정짓는 것은 알렉스가 줄리엣과 조나단을 갈라 놓아야 하는 이유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시라노 : 연애조작단]이 내세운 짝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을 연결시켜 주는 것은 분명 그 동기가 타당합니다. 저 역시 짝사랑이라면 20년전 원없이 해본 사람이기에 당시 '시라노팀'처럼 짝사랑을 연결되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하지만 [하트 브레이커]는? 그들이 사랑하는 사이를 갈라 놓는 것은 자신의 사랑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지 못한 여성들의 눈을 뜨게 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을 수 있는 자신감을 불어 넣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그 잘못된 사랑이라는 것의 기준은 무엇이며, 그렇게 해서 이별을 한 여성이 이전 남성보다 더 나은 상대를 만날 것이라는 확신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이별은 조작당한 줄리엣. 그녀는 행복할까?
줄리엣을 예를 들어보죠. 그녀는 조나단이라는 너무나도 완벽한 남성을 만납니다. 부자에 착하기까지한 조나단. 락 밴드를 쫓아 1년 동안이나 가출을 했던 줄리엣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 이전의 자신과는 다른 지루한 삶을 살며 지루한 상대와 결혼을 하려합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러한 줄리엣의 결혼을 막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과연 줄리엣은 조나단이 아닌 알렉스를 선택하며 진정 행복할 수 있을까요? 영화에서는 그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지만 저는 왠지 그 이후의 이야기 역시 해피엔딩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영화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에는 알렉스 역의 로맹 뒤리스의 무매력이 한 몫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잘못된 사랑이라는 불분명한 이유로 이별을 조작당한 줄리엣이 과연 날건달과도 같은 알렉스와 평생 사랑하며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으며 살 것 같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게 [하트 브레이커]는 [시라노 : 연애조작단]보다 재미없는 영화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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