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블로그생활

쭈니의 수난시대... 북릿에 굴욕을 당하다.

쭈니-1 2012. 3. 30. 11:14

 

 

어제 구피와 [타이탄의 분노]를 본 후 영화 이야기를 쓰려고 폼 잡고 있다가 아침부터 어처구니없는 메일을 받아 지금 패닉 상태입니다. 2012년 1월의 시작이 너무 좋아서 2012년에는 뭔가 좋은 일만 일어날 것 같다라고 희망에 부풀어 있었는데, 2월부터 뭔가 일이 어그러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3월이 거의 끝나가는 오늘 사단이 나버리네요.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2011년 12월 말일에 저는 위즈덤 하우스라는 국내 출판사로부터 국내 최대 e-Book인 북릿의 필진으로 되어달라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개인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영화 이야기를 올리는 것이 전부였는데 제 글이 e-Book에 올라간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고 기회였습니다. 물론 그에 따르는 원고료는 덤이었고요.

그리고 2011년 12월 30일, 회사 업무를 끝내고 일산에 있는 위즈덤 하우스 본사에 가서 계약까지 마쳤습니다.

위즈덤 하우스의 담당자는 제게 일주일에 세개의 글을 요구하더군요. 두 개의 영화 리뷰와 한 개의 영화 기획글을 말입니다. 회사일을 병행해야하는 저는 영화 리뷰는 가능할지 몰라도 영화 기획글은 조금 벅차다는 말했지만 위즈덤 하우스의 담당자는 제가 글을 쓰는 만큼 원고료가 뒤따르는 것이니 시간이 없으시더라도 최대한 글을 많이 써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사실 기분이 좋았습니다. 최대한 글을 많이 써달라는 것은 그만큼 제 글을 인정해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죠. 그래서 위즈덤 하우스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영화 리뷰 이외에 영화 기획글을 써주기로 약속을 하고 영화 기획글을 쓰기 위해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책도 사고(위즈덤 하우스에서 원작과 영화의 차이점에 대한 기획글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회계 마감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딕 트레이시'에 대한 영화 기획글도 썼습니다.

 

 

그런데 제가 북릿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지 고작 10일 정도 지난 1월 11일 위즈덤 하우스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다음 마감부터는 최근 개봉 화제작 리뷰를 위주로 일주일에 2편만 글을 보내달라는 것입니다.

지난 12월 계약할 때 제가 분명 일주일에 세 개의 글은 벅차다고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기획글을 포함한 세 개의 글을 먼저 요구했던 위즈덤 하우스가 2주도 채 되지 않아 입장을 바꾼 것입니다. 그때부터 솔직히 조금 일이 잘 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혹시 제 글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지 문의했지만 그건 절대 아니라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그래서 뭐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결국 1월 27일... 제가 쓴 글의 다운로드 회수가 너무 미미하여 일주일에 한개의 글을 보내줬으면 좋겠다는 메일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보내준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의 리뷰는 화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업로딩 불가 조치를 당했고, 위즈덤 하우스에서 원해 시간을 쪼개 어렵게 쓴 글인 '딕 트레이시'의 기획글은 업로딩이 무기한 보류되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역시 내가 아직은 부족하구나.'라는 것을 느꼈고, 위즈덤 하우스의 결정을 받아들였습니다. 비록 북릿에 제 영화 리뷰가 올라간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내려진 가혹한 판단이라 속상했지만 제 글이 부족하기 때문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그런데 어쩌면 위즈덤 하우스는 제가 '기분 나빠서 글을 못 올리겠습니다.'라고 해주길 바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메일이 온 이후부터 제가 수긍하기 힘든 일들이 계속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 리뷰는 화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부되었고, '워 호스',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 3D'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더니 결국 위즈덤 하우스에서 화제작이라 생각되는 영화가 있으면 그때 의뢰하겠다며 연락을 끊어 버렸습니다. 결국 저는 회사 일이 바쁘기도 했지만 위즈덤 하우스의 메일을 기다리느라 2, 3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결국 3월이 지나가도록 위즈덤 하우스에서 먼저 연락이 없어서 제가 먼저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화제작이라 할 수 있는 '화차'와 '건축학개론' 리뷰 의뢰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달에 세 건의 글만 보내달라며 다시한번 제 분량이 축소되었습니다.

뭐 좋습니다. 여기까지는 참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제 다운로드 횟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데 그건 전적으로 제 글이 부족하기 때문이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결국 저를 패닉 상태로 몰아 넣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어제... 그러니까 3월 29일 저는 이런 내용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이 메일과 함께 제가 위즈덤 하우스에 보낸 '화차' 리뷰가 첨부 파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첨부 파일로 돌아온 '화차' 리뷰를 본 순간 저는 경악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보낸 '화차' 리뷰의 앞 부분이 통째로 삭제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제가 원고료를 받고 위즈덤 하우스에 글을 보내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맘대로 제 글을 삭제해도 되는건가 싶어서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항의 메일을 보냈고, 단순 실수라면 제 글을 복원해주고, 의도된 삭제라면 글의 저자인 제가 납득할 수 있는 삭제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위즈덤 하우스에서 보낸 답장입니다.

 

 

이렇게 저는 위즈덤 하우스와 e-Book  발행을 계약한지 딱 3개월 만에 강제 해지를 당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제가 위즈덤 하우스의 편집권에 도전했기 때문이지만 제 생각엔 이미 1월 말부터 제 글의 다운로드 횟수가 생각보다 나오지 않자 해지를 계획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눈치 없이 계속 자존심을 굽혀 가며 영화 리뷰를 보낸 것이죠.

'화차'를 제외하고는 제 리뷰가 위즈덤 하우스 임의대로 마구 삭제된 적이 단 한번도 없었고, '화차'를 제외하고는 위즈덤 하우스에서 북릿에 올릴 글을 확인해보라며 제게 메일로 다시 보낸 적 역시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화차'의 리뷰를 일부러 마구 변경한 후 제가 확인할 수 있도록 메일을 보내고, 제가 너무나도 당연한 항의 메일을 보내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계약을 해지한 것입니다.(물론 제 소설입니다. ^^)

이로서 저는 2012년을 맞이하여 e-Book이라는 새로운 매체에 도전하겠다는 당찬 계획을 일단 접어야 합니다. 아쉽지만 그것이 제 한계인 셈이죠. 아직 저는 e-Book이라는 새로운 매체에 도전할 만한 능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제가 주제 파악만큼은 재빠르게 합니다. ^^)

 

 

위즈덤 하우스도 그냥 깔끔하게 '생각보다 다운로드 횟수가 나오지 않아 계약을 해지합니다.'라고 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을, 내 글을 맘대로 훼손시켜 놓고 '편집권 도전'이라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구차한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다니...

지금 제 기분은 시원섭섭합니다. 일단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내 블로그 공간에서 영화를 좋아하시는 이웃분들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지금의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Daum view 순위도 포기하고, e-Book 도전도 물건너 가고... 그저 초심으로 돌아가 예전처럼 내 멋대로 영화 이야기를 하며 블로그 생활을 즐겨야 겠습니다.

 

 


 

추가 내용

 

방금 위즈덤 하우스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와 위즈덤 하우스 사이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 북릿 담담자의 미숙한 대처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들었습니다.

그 분의 말에 의하면 제 글은 물론, 영화 관련글은 북릿에서 다운로드가 미미하여 원고의뢰를 줄이고 있으며, 그러한 상황에서 저와 오해가 발생한 것이라 하더군요. 

아침에 메일을 봤을 때에는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 그래도 이렇게 위즈덤 하우스에서 빠르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주시니 이제 좀 마음이 풀리네요.

암튼 위즈덤 하우스도 그 동안 제 부족한 글을 북릿에 올려주셔서 감사했고,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