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다니엘 에스피노사
주연 : 덴젤 워싱턴, 라이언 레이놀즈, 베라 파미가, 브렌든 글리슨
개봉 : 2012년 2월 29일
관람 : 2012년 3월 1일
등급 : 15세 관람가
3.1절 NO 포스팅데이에 생긴 일.
어쩌면 많은 블로거들이 관심조차 없었겠지만 저를 비롯한 몇몇 블로거들은 Daum view의 공정한 관리와 악덕 블로거의 퇴출을 위한 연판장을 발행했었습니다.
하지만 Daum view에서는 연판장에 참여한 블로거들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연판장을 발행한지 2주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항의의 작은 움직임으로 '3.1절 NO 포스팅데이'를 선언했고, 저 역시 '3.1절 NO 포스팅데이'에 참여했습니다. Daum view의 순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양질의 글을 포스팅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하루 정도 벗어난 셈입니다.(뭐 연판장을 발행한 그 순간부터 제가 아무리 예전과 같은 글을 포스팅해도 이미 제 블로그의 Daum view 순위는 수직 하강 중이긴 합니다. 사실 놀랍지도 않습니다. 예견했던 일이니까요.)
하지만 휴일을 맞이하여 가족들과 뮤지컬 '넌센스 2'를 보기 위해 오랜만에 대학로로 나들이를 간 사이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제 블로그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함께쓰기' 기능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중 한 분이 새로운 글을 포스팅했더군요. 순간 이마에서 땀이 삐질.
비록 제가 쓴 글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 블로그에서 발행된 만큼 저는 '3.1절 NO 포스팅데이' 선언을 어긴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당연히 책임은 제게 있었습니다. 블로그의 운영자로서 '함께쓰기'를 하는 분들에게 '3.1절 NO 포스팅데이'에 대한 공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니까요.
다행히 글을 발행하신 분이 제 입장을 이해하시고 자진해서 글을 삭제하시는 덕분에 일은 일단락되었지만 '3.1절 NO 포스팅데이'를 잠시나마 어겼고, 소중한 글을 써주신 분에게 글을 삭제해달라고 부탁까지 해야했던,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연판장과 '3.1절 NO 포스팅데이'에 참여한 것은 Daum view의 불공정한 관리가 배설시킨 일부 파워 블로거의 권력화에 항의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권력을 지닌 블로거는 자신의 권력을 더욱 키워나가고, 급기야는 자신의 권력에 걸림돌이 되는 힘이 없는 블로거를 괴롭히기까지 합니다. 이는 모두 블로그에 순위를 매겨 줄을 세우고, 이해하기 힘든 베스트글 선정, 노골적으로 파워 블로거를 양성하기 위한 황금펜 수여 등 Daum view의 원칙 없는 관리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방이 적이다.
3월 1일 저녁 구피와 함께 [세이프 하우스]를 보러 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덴젤 워싱턴이 악당으로 출연하는 액션 영화로, 즐겁자고 시작한 블로그에 뜻하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 제가 가볍게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고른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세이프 하우스]의 상황이 Daum view, 그리고 일부 악덕 파워블로거의 행태와 묘하게 일치하는 것입니다. 제가 그런 시선으로 영화를 봐서 그럴까요?
일단 [세이프 하우스]의 영화적 상황부터 보겠습니다. 1년 동안 남아프리카의 안전가옥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는 신참 CIA 요원 매트 웨스턴(라이언 레이놀즈). 현장에서 뛰어난 CIA 요원으로 인정받고 싶어 안달이 난 매트 웨스턴에게 위기가 찾아옵니다. 최고의 CIA 요원이었지만 조국을 배신하고 일급 비밀을 파는 정보 브로커가 된 토빈 프로스트(덴젤 워싱턴)가 매트가 관리하는 안전 가옥에 투옥됩니다. 그런데 CIA의 일급 비밀 장소인 안전 가옥에 괴한들이 침입하고 토빈을 노립니다. 안전 가옥의 관리자로서 토빈을 지켜야 하는 매트. 이 사건은 매트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위기이자,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매트가 처한 상황은 참 묘합니다. 그는 최고의 CIA이었던 토빈을 CIA에 넘겨야 합니다. 누군가 토빈을 노리고 있고, 토빈 역시 매트에게 도망치기 위해 기회를 엿봅니다. 게다가 토빈을 노리는 괴한의 정체가 CIA 내부의 고위 관리층임이 밝혀지면서 매트는 아무도 믿지 못하는 극한의 상황에 처합니다.
사실 [세이프 하우스]는 할리우드 액션 스릴러의 전형적인 모양새를 띄고 있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 토빈과 맞서 싸우는 신참 CIA 요원 매트. 그리고 진정한 적은 내부에 있다는 설정 자체가 별로 특이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영화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가 항상 그러하듯이 끊임없는 액션을 쏟아내고 마지막에는 마치 대단한 반전이라도 드러내듯이(사실 대부분의 관객들은 눈치챈 반전이지만) 진짜 악당을 등장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괜히 주인공은 아니죠. 총에 맞고, 칼에 찔려도 끝까지 살아남아 악당들을 처치합니다. 그리고 모든 진실을 언론사에 밝히고 엔딩...
영화 자체만 놓고 본다면 아무 생각없이 할리우드 특유의 시원시원한 액션에 만족하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속내를 가만히 드러다 보면 권력을 가진 자들의 속성을 알 수가 있습니다.
거짓도 진실이 되는 권력의 속성 (이후 스포 포함)
[세이프 하우스]에서 토빈은 최고의 CIA 요원이었지만 10년 전 조국을 배신하고 일급 범죄자가 됩니다. 그런 그가 매트에게 한가지 일화를 털어 놓습니다.
토빈이 신참 CIA 요원이었을 때 그는 악덕 무기 밀매상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하지만 토빈이 제거한 이는 무기 밀매상이 아닌 평범한 공항 관제사였습니다. 그렇다면 CIA가 실수를 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미국정부 고위관리자의 비리를 폭로하기로 한 양심 선언자 제거를 위해 그가 탄 비행기를 폭파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항 관제사부터 제거하여 자기네 사람들로 심어 놓아야 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권력자들이 말하는 정의입니다. 그들이 항상 하는 말은 '큰 것을 지키기 위해 작은 것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라는 변명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말하는 큰 것은 자기들의 권력을 지키는 것이고, 작은 것은 언제나 힘 없는 일반인이라는 사실이죠.
토빈이 괴한에게 쫓기는 것도 그가 CIA, MI6 등 서방 국가의 정보부 비리를 기록한 문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자들은 그 문서를 빼앗기 위해 동료인 CIA 요원들을 죽이고 일반인들의 희생까지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야기하겠죠. '대의를 위해서 작은 희생은 어쩔 수가 없다.'라고.
그렇다면 정보부를 관리 책임져야할 정부는 그들의 비리를 모르고 있었을까요? 아뇨. 모른척 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존재가 정부에서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는 이익이었을테니까요. 그들이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있다고 해도 자기네들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이상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이 그들의 속성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이 모든 사건의 내막을 정리한 매트의 보고서를 보고 CIA의 부국장은 말합니다. 이 사건의 진실을 조금만 조작하자고요. 그러면서 매트에게 CIA의 알짜배기 자리를 제안합니다. 진실을 외면하는 대가인 셈이죠.
하지만 매트는 토빈의 정보를 언론사에 알립니다. 그제서야 여론을 의식한 정치가들은 호들갑을 떨며 그들의 비리를 성토합니다. 만약 매트가 CIA 부국장에게 그 정보를 직접 전달했다면? 아니, 비리에 연루된 부국장이 아닌 미정부의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면? 아마 진실은 또 다시 감춰지고, 매트는 그들의 권력을 위해 쥐도 새도 모르게 희생되었을 것입니다.
거짓도 진실이 되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며, 그러한 권력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바로 작고 힘이 없는 이들의 하나된 목소리인 여론 밖에 없는 셈이죠.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뻔한 결말이라고 치부하기엔 의미가 있는 결말입니다.
Daum view와 [세이프 하우스]
이쯤에서 어떤 분들은 '그래서 그게 Daum view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야?'라고 질문을 할 것입니다. 물론 [세이프 하우스]의 상황과 Daum view는 분명 다르지만 비슷한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Daum view가 일부 악덕 파워블로거의 행태에 대해서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미 많은 블로거들이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Daum view에 이 문제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블로거들에게 순위를 매겨 그들의 경쟁을 부추기고, 그 부작용으로 악덕 파워 블로거가 생겨나도 그 모든 것이 Daum view의 운영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이죠.
악덕 파워 블로거는 블로그 세상에서 자기 자신에게 부여된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작은 것들을 맘껏 희생시킵니다. 그들의 희생 따위는 그들에게는 블로그 세상의 큰 것을 지키기 위해서 당연한 작은 희생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죄책감도 없습니다.
자기 자신이 희생당하지 않았다고 해서 외면한다면 언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권력의 희생이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무기밀매상의 오명을 뒤집어 쓰고 희생당한 공항 관제사처럼 말입니다. 그렇기에 힘 없는 블로거들의 하나된 목소리가 필요한 것입니다.
저희 일부 블로거들의 연판장과 3.1절 NO 포스팅데이' 역시 블로그 세상의 여론 형성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실패한 움직임들이 하나둘 모이게 되면 언젠가는 좀 더 많은 분들이 뜻을 함께 해주실 것이며, 그렇게 되면 알고도 모르는 척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외면하고 있는 Daum view도 움직이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봅니다.
영화의 마지막 토빈은 죽으면서 매트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입니다. 비록 토빈은 가진 자들의 비리, 권력자들의 부정부패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타락했지만 매트만은 자신보다 나을 것 같다는 믿음이 그의 간절한 눈빛에서 보였습니다. 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그깟 베스트글, 그깟 Daum view 순위, 그깟 활동 지원금에 꺾이지 않겠습니다.
최소한 블로그 공간에서 만큼은
거짓이 진실이 되는 권력의 속물 근성이 근절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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