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맥지
주연 : 리즈 위더스푼, 크리스 파인, 톰 하디
개봉 : 2012년 2월 29일
관람 : 2012년 2월 23일
등급 : 15세 관람가
리즈 위더스푼 레드카펫 행사의 굴욕을 뒤로 하고...
이미 '빈정상한 쭈니의 리즈 위더스푼 레드카펫 참관기'에서 밝혔지만 리즈 위더스푼을 직접 보겠다는 일념하나로 영등포 CGV로 간 저는 결국 구피가 찍어준 리즈 위더스푼의 사진 몇 장으로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솔직히 화가 났습니다. 저는 [디스 민즈 워]의 시사회에 분명 내한한 맥지 감독과 리즈 위더스푼이 무대 인사를 할 것이라 기대했었거든요. 그래서 시사회 티켓의 좌석이 앞에서 4번째 줄이었을때 속으로 내심 기뻤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조금 불편하겠지만 리즈 위더스푼을 그만큼 가까이서 보게 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날 시사회에 리즈 위더스푼과 맥지 감독의 무대인사는 스타리움관에서만 진행하고 제가 영화를 보는 6관에서는 무대인사 일정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속았다'라는 생각에 짜증이 마구 밀려왔습니다. 그냥 내 돈내고 집 근처 극장에서 원하는 시간대에 편하게 영화를 봐도 될 것을, 평일에 저녁밥도 굶고 이 먼 곳까지 와서 사람들에게 치이며 뭐하러 이 고생을 하는지...
한번 짜증이 나기 시작하니 만사가 귀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배고픈 것도 잊었었는데 짜증이 나니 배도 고프고, 한동안 저를 괴롭혔던 감기 기운도 되살아난 것만 같은 느낌마저 들더군요.
마음 같아서는 [디스 민즈 워]의 시사회는 포기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 후라이드 치킨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짜증을 풀고만 싶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위해서 수 많은 인파를 뚫고 기여코 리즈 위더스푼의 사진을 찍어온 구피를 보니 나도 모르게 짜증이 스르르 풀리더군요.
암튼 우여곡절 끝에 [디스 민즈 워]를 봤습니다. 저는 영화를 볼 때의 제 컨디션과 기분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디스 민즈 워]를 볼 때의 컨디션과 기분은 최악인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탓에 만약 [디스 민즈 워]가 재미없었다면 아마도 저는 '그래, 너 잘 걸렸다.'라는 마음으로 영화에 대해 융단폭격을 내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영화는 오락 영화로서의 재미에 나름 충실한 영화였습니다.
심각한건 싫어.
하긴 생각해보니 제가 [디스 민즈 워]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 영화를 볼 당시 짜증이 난 상태였고,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풀어야 해습니다.
만약 [디스 민즈 워]가 심각하고, 무거운 영화였다면 제 짜증을, 제 스트레스를 더욱 부추겼겠지만 [디스 민즈 워]는 그런 것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무조건 가볍기만 한 영화였습니다. 제가 다른 상황에서 이 영화를 봤다면 그러한 가벼움이 영화의 단점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제가 처한 특이한 상황 덕분에 [디스 민즈 워]의 가벼움은 오히려 장점이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적당히 웃겼고, 적당한 액션을 갖추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는 어느 사이엔가 편안한 자세로 맘껏 웃고 있었습니다. [디스 민즈워]는 그런 영화입니다. 최고의 CIA요원이자 절친한 친구사이인 핸슨(크리스 파인)과 턱(톰 하디)이 동시에 로렌(리즈 위더스푼)을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어처구니없는 첩보 전쟁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액션 영화의 탈을 쓴 로맨틱 코미디인 셈입니다.
[디스 민즈 워]는 [미녀 삼총사]로 가벼운 액션 영화에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했던 맥지 감독의 영화입니다. 세 미녀 스파이의 생기발랄한 액션을 담은 [미녀 삼총사]는 그 어디에도 심각함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보기 드문 액션 코미디였습니다.
그는 [미녀 삼총사]의 성공 이후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미래묵시록적 SF영화인 [터미네이터]의 부활을 위한 작업에 착수합니다. 무려 2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된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은 그러나 미국에서는 1억2천5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성적은 3억7천1백만 달러로 제작사인 워너 브라더스에게 손실만 따안겼습니다.
결국 맥지 감독은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의 실패 이후 다시 가벼운 액션영화로 귀환하였는데, 그래서인지 [디스 민지 워]는 [미녀 삼총사]와 버금 갈 정도로 그 어디에도 심각함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가벼운 액션 코미디가 되었습니다.
깐깐한 시선을 머쓱하게 만드는 뻔뻔한 가벼움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디스 민즈 워]는 최고의 실력을 겸비한 두 명의 CIA 특수요원이 하필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사랑 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평범한 삼각관계 영화이기도 한데 맥지 감독은 이러한 삼각관계에 빠진 두 남자에게 특수요원이라는 액션 영화의 단골 직업을 선사함으로서 차별점을 부여합니다.
그 덕분에 여자를 차지하기 위한 그들의 싸움은 근사한 첩보액션영화의 장면들로 포장됩니다. 로렌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감시 카메라는 물론, 도청기, 위성 추적기 등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에게 써야 마땅할 최첨단 장비들이 겨우 두 남자의 사랑 놀음에 마구 사용됩니다.
물론 여기에서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핸슨과 턱은 사랑이라는 미명아래 일반인을 도청하고 감시했으며, 국가의 중요한 자산을 자신의 사랑 싸움을 위해 마구 사용했으니까요.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이건 그저 가벼운 액션 코미디 영화인 뿐인걸...
[디스 민즈 워]의 재미는 바로 이러한 뻔뻔함입니다. 꼼꼼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헛점이 너무 많이 보이는 영화이지만 이 영화의 뻔뻔한 가벼움은 그런 깐깐함을 머쓱하게 만듭니다.
영화의 오프닝씬에서 뭔가 엄청난 사건을 만들 것처럼 온갖 폼을 잡던 악당은 후반부에 이들 삼각관계를 위해 허무하게 사라집니다. 누군가는 상처받는 것이 당연한 삼각관계라는 소재는 로렌에게 선택받은 승자도, 선택받지 못한 패자도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최적의 해피엔딩을 찾아 냅니다.
결국 [디스 민즈 워]의 가벼움은 액션영화의 중요한 하나의 측면이라 할 수 있는 흉악한 악당조차도 무용지물로 만들고, 멜로영화에서 당연한 패자의 실연조차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버립니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세상이 저렇게 가벼운 해피엔딩으로 가득 차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순진한 생각에 빠져 듭니다. 깐깐함을 녹여버린 뻔뻔함은 바로 그런 달콤하고 순진한 해피엔딩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최적의 배우 조합을 찾았다.
제가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영화 이야기를 쓸 때 항상 빼놓지 않는 것은 배우들의 매력입니다. 저는 로맨틱코미디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는 남녀 관객 누구나 꿈꿀만한 최고로 매력적인 배우들을 내세우는 것이야말로 로맨틱코미디의 미덕인 것입니다.
[디스 민즈 워]는 액션영화의 탈을 쓴 로맨틱코미디입니다. 그렇기에 당연히 영화를 이끌어 나갈 매력적인 배우 조합은 필수사항입니다. 그런 면에서도 이 영화는 꽤 성공을 거둡니다.
일단 [디스 민즈 워]는 여성 관객들의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채워줍니다. 귀여운 바람둥이 핸슨과 매력적인 섬세남 턱. 서로 상반되지만 너무 매력적인 두 남자가 동시에 자신에게 대시를 한다면? 만약 로렌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영화를 본다면 크리스 파인과 톰 하디라는 두 매력적인 배우와 양다리를 걸치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양다리를 걸친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조차 없게끔 영화적 상황마저 조성이 되어 있으니 더욱더 상상이 달콤해질 수 있습니다. [디스 민즈 워]는 그러한 여성 관객의 사랑에 대한 달콤한 환상을 채워줍니다.
그렇다면 남성 관객은? 일단 남성 관객이 좋으할만한 첩보 액션이 양념처럼 뿌려져 있습니다. 비록 다른 액션 영화에 비한다면 그 강도는 약하지만 가볍게 즐길 수 있을만한 수준은 됩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리즈 위더스푼인데,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그녀는 10년 전 [금발이 너무해]에서 보여줬던 생기발랄한 매력을 [디스 민즈 워]에서는 품어내지 못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아무래도 요즘 할리우드의 대세 배우인 크리스 파인과 톰 하디를 둘 다 거느리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였습니다. (리즈 위더스푼의 레드카펫 행사를 보지 못한 분풀이에 의한 사적 감정이 들어간 평가가 절대... 맞습니다. -_-;)
[디스 민즈 워]는 이렇게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을만한 최적의 오락 영화입니다. 여러분이 만약 복잡한 일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면 [디스 민즈 워]를 보며 잠시 머리를 쉬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주 가끔은 이렇게 뻔뻔할 정도로 가벼운 영화도 정신 건강적인 측면에서 필요하지 않을까요?
만약 [디스 민즈 워]를 보는 상황이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너무 뻔뻔하게 가볍다며 당황해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영화를 볼 때의 상황의 영화의 재미를 좌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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