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4년 영화이야기

[리딕:헬리온 최후의 빛]-상상조차 할 수 없는 스토리 라인이 필요하다.

쭈니-1 2009. 12. 8. 17:03

 



감독 : 데이빗 트오히
주연 : 빈 디젤, 알렉사 다발로스
개봉 : 2004년 8월 13일
관람 : 2004년 8월 15일


내가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그 무한한 상상력 때문입니다. 시간적인, 공간적인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화의 상상력은 언제나 절 설레이게 만듭니다. 영화를 볼때마다 저는 오늘은 어떤 세계의 어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까 즐거운 고민을 한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무한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는 영화에게도 한가지 뛰어넘지 못할 벽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돈입니다. 물론 저예산만으로도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한 영화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예산 영화는 적은 돈으로 영화를 만들기위해 그 무한한 상상력을 스스로 제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그러한 점때문에 저는 헐리우드 블럭버스터를 좋아합니다. 비록 스토리 라인은 대부분 빈약하지만 헐리우드의 거대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무한한 상상력과 완벽한 스펙타클은 제겐 거부할 수 없는 유혹과 같습니다.
같은 이유로 저는 SF 영화를 좋아합니다. 아직 겪어보지 못한 미래를 형상화해야하는 SF 영화야말로 영화의 상상력이 최대한 발휘되어야 하는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헐리우드의 거대 자본이 가장 적절하게 씌여지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지구라는 공간을 활용한 SF 영화보다는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을 활용한 SF 영화를 좋아합니다.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살아생전 가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우주라는 공간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언제나 제게 새로운 상상력을 요구했으며 영화는 그 새로운 상상력을 착실하게 영상으로 옮겨 제게 전달하여 주었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우주와 온갖 모습을 하고 있는 수많은 별들. 그리고 그 별에 살고 있는 우리가 모르고 있는 생명체. 우주라는 공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제게 끊임없이 무한한 상상력을 요구합니다.
제가 올해 국내에 개봉된 2편의 헐리우드 SF영화중 [아이, 로봇]보다 [리딕]을 더 기대한 것 역시 이러한 이유입니다. 가까운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하고 있는 [아이, 로봇]보다 시간적인 배경도, 공간적인 배경도 전혀 무의미한 [리딕]의 우주라는 배경은 더욱 제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저는 [리딕]을 보기전에 비디오샵에서 오래된 비디오 테잎들을 뒤져 [리딕]의 전편겪인 [에어리언 2020]를 찾아서 미리 예습할 정도로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제 머리속의 상상력을 가득 채우기 위해..


 


  
1. [에일리언 2020] - 그 당황함에 대해서...

제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싫어하는 SF영화도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에이리언]의 아류작 같은 B급 SF 영화들입니다. 분명 제게 있어서 [에이리언 시리즈]는 최고의 SF 영화였습니다. 우주라는 공간과 그 속에 살고 있는 미지의 생명체에 대한 두려움을 극대화한 [에이리언 시리즈]는 시리즈가 진행될때마다 각기 개성이 다른 감독들이 맡아 새로운 분위기의 SF 영화를 탄생시킴으로써 언제나 절 놀라게 했습니다. 장 삐에르 쥬네 감독의 [에이리언 4]의 흥행 실패로 [에이리언 시리즈]의 명맥이 일단 끊겨진 상태이지만 전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리플리(시고니 위버)와 에이리언의 대결이 다시 펼쳐질 그 날을...
[에일리언 2020]은 바로 이러한 [에이리언 시리즈]의 아류작처럼 보였습니다. 제목 자체가 '난 아류작이다'라고 대놓고 선언하는 것처럼 보였으며(만약 원제인 [Pitch Black]으로 개봉되었다면 전 아마 극장에서 봤을지도 모릅니다.) 줄거리도 인간과 미지의 생명체와의 대결이라는 전형적인 [에이리언]의 아류작처럼 보였습니다. 이러한 아류작들은 새로운 상상력은 커녕 [에이리언 시리즈]가 이룩해놓은 상상력에 기대어 SF 영화라기 보다는 호러 영화 비슷한 분위기로 영화를 몰고나가며 SF 영화의 상상력을 훼손하곤 합니다.
하지만 [에일리언 2020]이 SF팬들로부터 숨겨운 걸작 판정을 받았으며, [에일리언 2020]의 성공으로 속편인 [리딕]은 거대한 블럭버스터로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에일리언 2020]에 대한 제 생각이 잘못되었을거란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리딕]을 예매해놓고 [에일리언 2020]부터 감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에일리언 2020]을 보는내내 저는 너무나도 당혹스러웠습니다. 이 영화는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에이리언]의 아류작이 맞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영화는 B급 SF 영화치고는 캐릭터 성격 부여가 꽤 독특했으며, 영화의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뿐입니다. 스토리 라인 그 자체에 새로운 상상력을 부여하지 못한채 [에이리언]이 이룩해놓은 상상력에 절대적으로 기대는 [에일리언 2020]은 [리딕]을 보는 것이 두려워지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평범한 B급 아류작에 거대한 자본이 투입된다고해서 전혀 새로운 상상력을 지닌 SF 영화가 나올것 같진 않은데...


 


  
2. [스타워즈]의 신화를 차용하다.

[리딕]은 걱정했던대로 전혀 새로운 SF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에일리언 2020]처럼 에일리언과 인간의 사투라는 B급 SF영화의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을 다행히 [리딕]은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해서 전혀 새로운 상상력을 이룩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자꾸만 제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영화는 바로 [스타워즈]입니다. [리딕]은 [스타워즈]처럼 오래된 신화를 적극적으로 스토리 라인에 이용합니다. 전 우주의 지배자인 네크로몬거족과 네크로몬거족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종족인 퓨리온족. 네크로몬거족의 지배자는 퓨리온족의 전사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는 예언을 듣고 퓨리온족을 전멸시키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퓨리온족인 리딕이 결국 예언을 이룹니다. 어느서 많이 들어본 스토리라고요? 맞습니다. 이건 성경에 나오는 모세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스타워즈]가 SF 영화라는 외형을 빌려 왕국과 그 왕국을 지킬 영웅의 숙명이라는 마치 고전 영화의 신화같은 이야기를 펼쳤듯이 [리딕]은 아예 모세 이야기를 빌려 [스타워즈]와 비슷한 형태로 버무려 버립니다.
결국 [리딕]은 전편인 [에일리언 2020]이 그랬듯이 전혀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모세 이야기와 [스타워즈]를 조금씩 차용하여 재미는있지만 어디서 많이 들어본듯한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 버립니다. 이러한 상상력의 부재는 리딕이라는 반영웅적인 캐릭터가 영웅화되어가는 그 순간에서조차 영화를 진부하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그 누구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리딕의 숙명'이라며 라스트씬을 장대하게 포장하지만 제가 보기엔 이런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 영화라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어쩔 수 없는 결말로만 보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에일리언 2020], [리딕]에 이어 3편이 나올 예정이라는 군요. [에일리언 2020]이 [에이리언]을, [리딕]이 [스타워즈]를, 이렇게 두편의 시리즈가 SF 영화의 유명한 고전을 조금씩 차용했는데 과연 3편은 어떤 영화를 차용하게 될지... 이젠 그것이 궁금합니다.


 


  
3. 그래도 [리딕]이 재미있었던 이유.

[리딕]은 이렇게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스토리 라인은 새롭지 않지만 이 영화가 이룩해놓은 영상은 충분히 새롭다는 이유때문입니다.
[에일리언 2020]은 저예산 영화답게 황량한 사막에서 색깔만 약간 변조해서 마치 우주 공간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었습니다. 사람을 덮치는 외계 괴물도 무슨 익룡을 보는 듯한 느낌만 전해줄뿐 새롭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스토리 라인뿐만아니라 비주얼마저도 전혀 새롭지 못했습니다. 저예산 SF 영화의 한계죠.
하지만 거대 자본이 들어간(무려 1억 4천만불이 들어갔다는 군요.) [리딕]은 비록 스토리 라인은 새로움으로 채우지 못했지만 비주얼만큼은 새로운 상상력으로 가득 채워놓았습니다. 영화의 주요 무대인 헬리온 행성의 그 이국적인 모습과 그 무시무시했던 우주 감옥의 풍경, 그리고 네크로몬거족의 거대한 우주선까지... [리딕]의 장면들은 하나같이 헐리우드 블럭버스터가 보여줄 수 있는 상상력의 극치를 황홀하게 보여줍니다.
거기에 이 영화는 팽팽한 긴장감을 시종일관 유지시키는 힘을 보여줍니다. 전편인 [에일리언 2020]에서도 좀처럼 제게 긴장을 풀 기회를 주지 않았던 데이빗 트오히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그러한 장기를 어김없이 보여줍니다. 물론 그러한 긴장감 속에는 빈 디젤이라는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비록 새로운 스토리를 선보이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비주얼의 황홀감과 2시간동안 롤러코스터를 탄듯한 긴장감의 짜릿함은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만약 이 영화에 전혀 새로운 스토리 라인만 부여되었다면 어쩌면 [리딕]은 최고의 SF 영화가 될수도 있었는데... 아마도 그것이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의 어쩔수없는 한계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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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의꿈
전편과 연관성이 너무 없어서 리딕이라는 주인공만 빼면 전혀 다른 영화인것 같았네요. 빈 디젤이라는 악당의 외모에 삐딱한 주인공이 새롭게 느껴지는게 아무래도 내후년쯤엔 리딕2가 만들어지겠지...  2004/08/19   
쭈니 그러겠지. [리딕3]... 아마 또 보러가자고 조를지도 몰라. 난 SF영화가 너무 좋더라. ^^;  2004/08/19   
아랑
저 주인공.. 트리플엑스에서 알아봤어요. 만능 스포츠맨 못하는게 없다면서요?  2004/09/06   
쭈니 네. 익스트림 스포츠 매니아라더군요. 그래서인지 카리스마가 철철 넘쳐흐르죠.  2004/09/06   
규허니
ㅡ,.ㅡ; 제 베스트 10 에 들어있는 에이리언2020이 쭈님님의 언변에 무참히 농락당하다니 참을수가 없습니다..ㅜㅜ
우리 아파트 밑에 있던 비됴가게가 망하고 점포정리를 한답시고 각종비디오를 500원에 판매하고있던 무렵..군대가기전 할일없이 빈둥대던 저는 어머니를 졸라 만원을들고 가게로 향했었죠.. 책방과같이 하던 그비됴가게에서 책몇권과 비디오테잎몇개를 사가지고 책장에 진열하던때의 그 뿌듯함이라니..ㅎㅎ
암튼 에이리언 2020은 쭈니님께서 에이리언시리즈의 아류작으로 치부해버릴정도로 유치한 영화는 아니라는걸 말씀드리고싶어요.. 물론 진부한스토리에 저예산 영화인 까닭으로 볼거리는 별로 없었지만 등장인물의 캐릭터 만으로도 기억에 남는 영화라는 사실을 알아주셔용..
리딕=빈디젤이 맡은 이캐릭터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죠. 어렸을적 시궁창에서 태어나 살인을 저지르고 폐쇄된 감옥에서 담배한보루면 누구나 수술을 해주는 무허가 의사에게 어둠속에서도 볼수있는 눈을 가지게돼죠. 신을 증오하고 철저히 어둠속에서 살인을 일삼으며 자랐으며 생존본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 리딕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졌겠지만요.. 솔직히 리딕이라는 영화는 에이리언 2020의 속편이라기보다는 리딕에의한 리딕만을 위한 영화라는 게 옳겠지요..
그리고 여자조종사캐릭터(이름은 몰라용)= 살아남기위해 승객이 타고있던 객실을 떼내어버리려했던 그래서 그죄책감에 번민했던 캐릭터입니다. 선장대리로서 자신의 능력으로는 힘겨운 리더의 입장이 되어 생존을 위해 싸워나가는 여전사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가냘픈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당돌한 여성의 모습을보았죠..
현상꾼수배범 = 오로지 리딕을 잡기위해 경찰로 위장하고 결국 리딕을 잡지만 불시착으로인해 리딕과 손을 잡아야하는 하지만 언제 리딕에게 죽임을 당할지모른다는 불안감과 몰핀중독으로 인해 동료들에게 신용을 잃고 결국엔 살아남는 수단으로 인간이하의 행동을 하는 캐릭터죠. 이사람의 연기도 전 매우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외 신을 섬길 새로운 땅을 찾기위해 아들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 함께 모험을 하는 성직자.. 아들을 전부 괴물에게 잃지만 그래도 신앙을 잃지않은 나름대로 의미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리딕에게 반해 리딕을 흉내내는 남장여자아이도 매우 매력적인 캐릭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리딕에서는 리딕과 커플이 된걸로 알고있는데 이여자아이 역시 당찬 캐릭터로 영화에 재미를 더한거 같구요..
본지 오래돼서 기억은 잘나지 않지만 전 매우 흥미진진하게 봐서 친구들에게 꼭 보라고 권했던거 같은데 제말을 믿고 영화를 본 친구들은 쭈니님처럼 그닥 평이 좋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전 저예산으로 이만큼의 영화를 만들어낼수있다는것에 매료됐었고 숨가쁜 긴장감에 끝까지 한눈팔지않고 재미있게 봤던 제 베스트영화랍니다..ㅎㅎ
 2007/01/04   
쭈니 규허니님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서 죄송합니다. ^^
제가 너무 기대해서인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자신이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하는 영화가 다른 사람들에겐 최악의 영화일때가 비일비재하니 그냥 취향의 차이라고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규허니님과는 취향이 잘 맞는 편이었는데 [에이리언 2020]에서 무참히 깨어지네요. ^^;
 2007/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