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조지 루카스
주연 : 리암 니슨, 이완 맥그리거, 나탈리 포트만, 제이크 로이드
개봉 : 2012년 2월 9일
관람 : 2012년 2월 12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내겐 절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단칸방에 다섯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가난했던 시절, 저희 어머니가 무리를 해서 비디오 플레이어를 사주신 1988년 이후 저는 스스로 영화광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얼치기 영화광임을 자부하며 어느덧 24년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제법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영화들을 봤고, 그러는 동안 영화에 대한 제 취향 역시 점차 뚜렷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공포, 전쟁 영화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SF와 판타지 영화를 특히 좋아합니다. 아마도 영화를 통해서 제가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세계를 경험하는 것에 짜릿함을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런 제게 절대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하나 있습니다. SF, 판타지를 좋아하는 제가 SF 영화의 전설적인 시리즈라 할 수 있는 [스타워즈]만큼은 영화적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스타워즈]의 첫 3부작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이 개봉했던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영화에 큰 관심이 없었던 꼬마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욱 심하게 영화에 푹 빠져 있었던 90년대 후반, 저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3편을 모두 대여한 후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이제부터 [스타워즈] 삼매경에 빠지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을 보다가 삼매경 대신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다가 잠을 잔 적은 지금까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스타워즈 :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저는 제 피 같은 용돈으로 무리해서 빌린 비디오를 보지도 못한채 반납해야 했습니다.
이후에도 몇 번이나 [스타워즈]에 도전했지만 정작 [스타워즈]에 대한 재미를 깨달은 것은 시리즈의 최종편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부터였습니다. 뒤늦게 [스타워즈]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거대한 비극적 대서사시에 매료되었지만 이미 때는 늦어 버린 셈입니다.
또다시 [스타워즈]에 도전하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를 본 후 뒤늦게 [스타워즈] 의 매력에 빠져버린 저는 뒤늦게 비디오로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면서 '이 영화들을 극장에서 봤다면 더욱 재미있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바타]이후 불어닥친 3D 열풍에 휩싸여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이 3D로 재개봉된 것입니다. 제게 또더시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비록 3D라는 비싼 영화 관람료가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스타워즈] 시리즈의 극장 관람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지난 몇 번의 도전에서는 [스타워즈]에 패배했지만 이젠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로 이 시리즈의 진정한 재미를 깨달았고, 이후 TV, 비디오를 통해 몇 번이나 이 시리즈를 봤기 때문에 이번 만큼은 '그래, 역시 [스타워즈]는 극장에서 봐야 제 맛이지.'라고 만족하며 극장을 나설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또다른 암초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3D입니다. 제 글에서 몇 번이나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저는 [아바타]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개봉한 그 수 많은 3D 영화 중에서 3D 효과에 만족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언제나 영화를 보고 난 후엔 그냥 2D로 볼걸... 괜히 불편한 3D 안경을 쓰고, 비싼 3D 관람료를 냈다고 후회했었습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가 3D로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차라리 2D로 재개봉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여러 영화 블로그 이웃들로 부터 이 영화의 3D 효과가 상당히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들은 이후라 제 불안감은 더더욱 커졌습니다. 겨우 [스타워즈]의 재미를 뒤늦게 깨달았는데 이 영화의 부실한 3D 효과로 인하여 다시 [스타워즈]에 대한 실망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은근히 두려워지더군요.
그리고 그러한 제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사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은 3D 효과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3D 효과를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결국 또 한편의 아쉬운 3D 영화로 제 기억 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
3D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었던 장면들... 그러나
처음부터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에 [아바타]를 능가하는 3D 효과를 기대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영화를 보러 가면서 몇몇 장면들에서는 3D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나부 행성의 물 속에서의 모험입니다. 무역연합의 도발을 눈치챈 퀴곤 진(리암 니슨)과 오비완 캐노비(이완 맥그리거)가 아미달라 여왕(나탈리 포트만)에게 이 사실을 전해주러 가는 길에서 겪게 되는 모험인데 잠수정을 타고 무시무시한 물 속 괴물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장면은 분명 3D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장면입니다.
이미 [아바타]가 나오기 전에 놀이공원에서 단편 3D 영화를 보곤 했는데 그러한 이벤트성 단편 3D 영화의 단골 메뉴가 공룡시대와 물속탐험이었습니다. 10분도 채 되지 않는 그 짧은 영화에서 저는 거대한 괴물의 습격을 실감나게 체험했었습니다.
그런데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의 물 속 장면은 그러한 이벤트성 단편 3D 영화의 효과보다도 3D 효과가 훨씬 떨어집니다. 저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기대를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히든 카드라고 할 수 있는 아나킨 스카이워커(제이크 로이드)의 레이싱 장면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장면 역시 실망하기는 매 한가지였습니다. 이후 퀴곤 진과 오비완 캐노비가 다스 몰과 결전을 벌이는 장면과 영화의 후반 하이라이트인 대규모 전투씬, 우주 전투씬 등등 이 영화는 3D 효과를 위해 일부러 저런 장면들을 연출해 넣은 것은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3D 효과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는 3D 효과를 전혀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3D 안경이 안경잡이용 집개형 3D 안경이라 영화 도중에 3D 안경을 벗을 수 없었지만 구피는 혹시나해서 영화 도중에 3D 안경을 벗어보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3D 안경을 벗고 봤더니 오히려 영화의 색감이 더 선명하고 좋았어.'라고 하는 겁니다.
실제로 저 역시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도중에 3D 안경을 벗었는데, 다른 3D 영화의 경우는 안경을 벗으며 화면이 이중으로 보이는데 이 영화는 3D 안경을 벗어도 화면이 정상적으로 보였습니다. 도대체 왜 3D로 개봉한 것인지 정말 알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그냥 2D로 재개봉하지 그랬니?
[스타워즈] 시리즈와 저는 악연이긴 한가 봅니다. 이렇게 어렵게 극장에서 다시 만났지만 영화의 내용이 아닌 영화의 3D 효과 때문에 또다시 영화에 만족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부실한 3D 효과를 제외하고는 꽤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만 이번으로 벌써 3번인가, 4번째 관람입니다. 덕분에 이번에는 영화의 내용보다는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중심으로 영화를 봤습니다.
그래서인지 나중에 사랑에 빠지는 아나킨과 아미달라 여왕의 감정선이 이번에는 눈에 보였으며, [스타워즈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에서 아나킨이 왜그리 오비완에게 반항했는지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오비완은 애초부터 아나킨을 제다이로 키우는 것이 위험하다며 반대했던 인물입니다. 퀴곤 진의 유언으로 어쩔수없이 아나킨을 제자로 받아들였지만 아나킨과 오비완이 서로에게 완전히 마음의 문을 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만약 오비완이 아닌 퀴곤 진이 아나킨의 스승이 되었다면 아나킨의 운명도 달라졌을지도...
저는 웬만하면 본 영화는 또 보지 않습니다. 그 영화말고도 보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본의 아니게 [스타워즈] 시리즈는 여러번 보게 되었네요. 이렇게 여러번 보니 처음 볼 때 안보이던 것이 보여 좋았습니다.
이렇듯 만약 제가 [스타워드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을 차라리 그냥 2D로 봤다면 오히려 만족했을지도 모릅니다. 뜬금없는 3D 재개봉으로 영화에 대한 기대감만 높아지고, 3D 효과가 미미한 탓에 높아진 기대감으로 인한 실망감만 더욱 커져 버렸습니다.
이 영화가 3D로 재개봉한 이상 나머지 에피소드들도 3D로 재개봉할 것입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단지 [스타워즈]를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3D 효과가 미미한 것을 감안하며 값비싼 3D 상영관을 찾아야 할지, 아니면 그냥 [스타워즈]에 대한 추억만을 안은채 3D 재개봉은 앞으로 외면해야 할지, 저는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발 조지 루카스 감독이 좀 제대로된 3D로 [스타워즈]를 재개봉시키던가, 아니면 차라리 그냥 2D로 재개봉시키던가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3D 열풍에 편승한 이따위 3D 재개봉은 [스타워즈]의 명성에 먹칠을 할 뿐이다.
3D로 재개봉하려면 최소한 관객이 납득할만한 3D 효과를 제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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