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2년 영화이야기

[해피피트 2] - 아이들이 즐기기엔 너무 어수선하다.

쭈니-1 2012. 2. 6. 11:28

 

 

감독 : 조지 밀러

더빙 : 일라이저 우드, 로빈 윌리암스,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개봉 : 2012년 2월 2일

관람 : 2012년 2월 4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노래하고 춤추는 펭귄이 돌아왔다.

 

지난 2006년 디즈니와 드림웍스가 양분하고 있는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시장에 워너브라더스가 [해피피트]라는 애니메이션으로 당차게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미국에서만 2억달러가 육박하는 흥행 수익을 올렸고, 전세계적으로 3억8천4백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남기며 2006년 미국에서 전체 흥행 순위 7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어냈습니다.

그러한 [해피피트]의 성적은 2006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중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카]에 이은 2위 기록이며, 폭스의 프랜차이즈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 2], 드림웍스의 [헷지]를 넘어선 의미있는 기록이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낸 [해피피트]의 속편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해피피트]의 속편은 전편이 개봉한지 5년이 지나도록 진도 나가지 않았다가 2011년 11월이 되어서야 겨우 개봉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거의 흥행 참패 수준이었습니다.

 

개봉 첫 주 전미 박스오피스에서 [007 카지노 로얄]를 꺾으며 파란의 1위를 기록했던 전편과는 달리 [해피피트 2]는 개봉 첫 주부터 [브레이킹 던 Part 1]이라는 강적을 만나 2위로 출발했고, 북미 최종 성적도 1억 달러에 한참 모자란 수준인 6천3백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전세계 흥행 수입은 아직 진행중이라고는 하지만 현재 1억4천2백만 달러를 조금 넘은 수준이고 이변이 없는 한 1억 5천만 달러를 달성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이는 전 편 흥행수익의 절반도 되지 않은 처참한 수준입니다.

[해피피트 2]는 3D로 만들어졌기에 제작비가 전 편과 비교해서 훨씬 많이 들어갔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 편이 제작비가 1억 달러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워너브라더스 입장에서는 [해피피트 2]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할 실정입니다.

국내에서도 겨울 방학시즌을 놓치고 2월에서야 개봉한 [해피피트 2].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도 부진은 이어갔는데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개봉 첫 주 6위에 그쳤습니다. 과연 [해피피트 2]의 그러한 부진은 무엇때문일까요? 

 

 

웅이와의 영화관람은 언제나 즐겁지만...

 

저는 전 편인 [해피피트]를 극장에서 보지는 못했습니다. 2006년이면 웅이를 극장으로 데려가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고, 결국 집에서 혼자 비디오로 영화를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더빙 버전으로)

하지만 [아바타] DVD를 구매하며 사은품으로 [폴라 익스프레스]와 [해피피트]의 비디오를 사은품으로 받았고(둘 다 자막 버전), 그 덕분에 작년에 웅이와 함께 집에서 [해피피트]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귀여운 펭귄의 모험담과 흥겨운 음악과 춤이 곁들여진 [해피피트]를 웅이 역시 좋아했습니다. 결국 웅이는 [해피피트 2]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자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해피피트 2] 역시도 더빙 버전이 아닌 자막 버전으로 보기 위해서 토요일 저녁에 웅이와 [해피피트 2]를 봤습니다.(왜 자막 버전은 저녁에만 상영하는 건가요?) 올해에만 벌써 웅이와 네번째 영화관람입니다. 웅이와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라서 그런지 앞선 세번 모두 재미있게 영화를 봤었습니다. 하지만 [해피피트 2]만큼은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며 봤습니다. 이 영화가 왜 전 편과는 달리 흥행에 참패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더군요.

 

전 편인 [해피피트]는 매우 단순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래 실력이 최고 덕목인 황제 펭귄 왕국에서 음치이지만 발군의 춤 실력을 갖춘 멈블(일라이저 우드)이 황제 펭귄 왕국에서 쫓겨나 새로운 모험을 하는 내용입니다.

영화는 철저히 멈블의 모험에 맞춰져 있고, 멈블이 자신의 춤 실력으로 황제 펭귄 왕국을 위기에서 구해낸다는 어린 아이들이 즐기기에도 무리가 없는 내용으로 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해피피트 2]에서는 스토리 라인 자체가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인 내용 자체는 아빠 멈블(일라이저 우드)과는 달리 몸치인 에릭의 모험담이지만 이 영화는 에릭에만 관심을 두지 않고 여러 캐릭터들을 끌어들여 내용 자체를 다각적으로 꾸며놓았습니다.

에릭을 찾아 나선 멈블도 에릭 못지않게 비중이 높고, 그 와중에 크릴새우 커플인 윌(브래드 피트)과 빌(맷 데이먼), 바다 오리이지만 펭귄 행세를 하는 스벤(행크 아자리오) 등의 이야기까지 끌어들입니다. 이들의 비중은 에릭 못지 않게 동등하게 부여되어 있는데, 멈블의 모험담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해피피트]와는 달리 [해피피트 2]의 스토리 라인 자체가 조금은 복잡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아빠, 그런데 새우는 왜 나온거에요?

 

크릴 새우 커플의 이야기가 그러한 복잡한 스토리 라인의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 브래드 피트와 맷 데이먼이라는 할리우드 스타의 더빙과 포식자가 되고 싶은 크릴 새우 윌의 모험은 영화의 또다른 재미입니다. 하지만 [해피피트 2]의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과는 조금은 동떨어져 있습니다.

[해피피트]에서도 로빈 윌리암스가 더빙을 맡은 라몬과 러브레이스라는 주연급 조연 캐릭터가 분명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라몬과 러브레이스는 멈블의 모험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라몬과 러브레이스라는 캐릭터가 영화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더라도 멈블의 모험과 동떨어진 느낌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윌과 빌의 모험은 다릅니다. 이는 마치 또 다른 하나의 영화 캐릭터처럼 보입니다. 에릭의 모험과 큰 상관이 없으며, 윌과 빌 캐릭터만으로도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독립성이 부여되어있습니다. 

 

물론 윌과 빌의 모험이 에릭의 모험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은 아닙니다. 먹이사슬에서 가장 밑 단계에 불과한 크릴 새우 윌이 포식자가 되겠다는 허황된 꿈을 꾸는 것과, 날수없는 펭귄이면서 스벤을 보고 하늘을 나는 꿈을 꾸는 에릭의 이야기는 허황된 꿈에 대한 우화로 한데 묶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주제가 영화를 보는 어린 아이들에게 쉽게 먹힐리가 없습니다. 아직 세상에 나갈 준비가 되어 있지 어린 아이들이 허황된 꿈을 꾸는 것은 당연합니다. 대통령도 되고 싶고, 슈퍼맨도 되고 싶고, 파워 레인저도 되고 싶은 것이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꿈입니다.그런 아이들 영화에서 허황된 꿈의 부질없음을 드러내는 크릴 새우의 모험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한 이야기는 복권을 사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어른들을 위한 우화에나 어울리는 것이죠.

실제로 '영화 재미있었니?'라는 제 물음에 웅이는 '네, 재미있었어요.'라고 대답은 하면서도 심각한 표정으로 '아빠, 그런데 새우는 왜 나온거예요?'라고 묻더군요. 그러한 웅이의 물음에 저는 대답할 것이 없었습니다. '허황된 꿈을 꾸면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캐릭터란다.'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할 수없이 '걔네들 웃기잖아. 마지막에 온 몸이 반짝반짝 빛나는 장면도 멋있잖아.'라는 멍청한 대답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판을 키워 놓았지만 어수선한 클라이막스

 

[해피피트 2]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도 어수선함을 드러냅니다. 빙하가 녹으며 방하에 갇혀 버린 황제 펭귄들. 그러한 가족, 동료들을 구해야 하는 멈블과 에릭 일행. 그들의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를 이루는데 이 부분에서 [해피피트 2]는 영화를 이루었던 모든 캐릭터들을 총 동원시킵니다.

스벤과 러브레이스를 비록하여, 인간들도 도와주기 위해 나서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바다코끼리까지 가세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에릭은 조용히 묻히고, 멈블의 모험담으로 바뀝니다. 이러한 클라이막스는 음악과 춤이 동반되어 있었는데 나중엔 저 역시도 정신이 없어서 빨리 황제 펭귄들이 구출되기만을 원하게 되고 맙니다.

[해피피트]의 클라이막스는 간결하면서도 흥겹고, 그러면서 남극의 생태계 보호라는 교훈도 안겨줍니다. 하지만 [해피피트 2]의 클라이막스는 판은 점점 키워지고, 복잡하고, 그렇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남극 생태계의 위협이라는 교훈이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습니다.

 

조지 밀러 감독는 [매드맥스]라는 호주의 SF 액션영화로 멜 깁슨과 함께 할리우드에 입성한 감독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그는 액션 영화보다는 따뜻한 가족 영화로 더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로렌조 오일]과 [꼬마돼지 베이브]가 바로 그의 영화입니다.

특히 조지 밀러가 제작을 맡은 95년작인 [꼬마돼지 베이브]는 전세계적으로 2억5천4백만 달러라는 메가톤급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조지 밀러가 직접 메가폰을 잡은 98년작 [꼬마돼지 베이브 2]는 9천만 달러의 제작비에도 불과하고 전 세계적으로 7천만 달러가 넘지 않는 흥행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꼬마돼지 베이브]의 성공과 [꼬마돼지 베이브 2]의 실패는 [해피피트]의 성공과 [해피피트 2]의 실패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결국 조지 밀러 감독은 [꼬마돼지 베이브 2]의 경험을 교훈삼지 못하고 똑같은 실수를 [해피피트 2]에서 반복한 셈입니다. 아무리 판을 키워도 영화 자체가 어수선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그의 차지작인 [매드맥스]의 네번째 영화 [매드맥스 : 퓨리 로드]에서 잘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속편이라고 해서 무조건 덩치만 키우면 된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이미 관객들은 덩치만 커진 속편이 아닌,

내실이 더욱 탄탄해진 속편을 원한다고 외치고 있다.

영화 제작자들이 그런 관객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