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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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전 참전 용사인 한기주는 아직까지 월남전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무기력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그가 친구들의 권유로 시사잡지에 월남전 소재로한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월남전의 악몽이 서서히 되살아 난다. 게다가 전우였던 변진수의 등장은 한기주를 더욱더 혼란스럽게 하고... 변진수가 한기주에게 보낸 권총으로 인해 한기주는 괴로워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한기주의 회상은 시작된다.
전쟁에 처음 참전한 그들은 처음엔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전쟁은 남의 일처럼 느껴졌고, 한기주가 속한 부대는 땅 파는 일만 계속 해댔다. 파병된지 몇 개월 후에야 그들은 베트콩과 내통하고 있다는 마을을 습격하게 되고 그곳에서 처음 베트콩을 죽인 한기주는 구토를 참아햐 했다.
지겹던 전쟁은 계속되고 드디어 6개월 한국으로의 귀향을 눈 앞에 둔 그들은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다. 죽음의 계곡이라는 정글 속에서 베트콩의 본거지를 찾아 내는 것.
임무 중 김문기 하사와 변진수 일병 그리고 겁이 많은 조태상 상병은 민간인을 사살하게 되고 그 사실을 은폐하기위해 변진수 일병과 조태상 상병은 김문기 하사의 명령에 따라 어쩔수없이 다른 생존자도 죽인다.
김문기 하사는 이 사실을 다른 대원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협박하고 겁에 질린 조태상 상병은 김문기 하사를 죽이고 그의 귀를 자른 후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 이후 변진수 일병은 이상해지고 마지막 전투에서 모두 죽고 한기주와 변진수 그리고 다른 병사 이렇게 3명만 살아 남아 귀국한다.
그후 변진수는 김문기 하사의 여동생이며 스트립걸인 영옥과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던 중 영옥이 임신하자 다시 정신이 이상해지고 영옥의 배를 차 유산시키고 전우들을 찾아 헤맨다.
이 모든 사실을 안 한기주. 그러나 영옥이 떠나자 변진수는 스스로 자신의 귀를 자른다. 병원에서 만난 변진수와 한기주. 그들은 데모 시위에 휩싸여 겨우 한적한 곳으로 도망친다. 그러나 한기주는 변진수의 총으로 그를 쏘아 죽인다.
월남전을 소재로 하여 화제가 되었던 정지영 감독의 역작. 동경 영화제 그랑프리라는 또다른 닉네임이 화려하다. 월남전의 전투 모습이 매우 생생하여 내게 충격을 주었는데 특히 한국군이 마을을 습격, 집들을 태워버리는 장면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월남전에 참전한 병사들의 성격 묘사를 매우 충실히하여 인간적인 측면도 훌륭했다.
조연 배우인 김세준, 독고영재, 허석, 심혜진의 연기도 무척 훌륭했는데 그 중 변진수 역을 맡은 이경영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물론 안성기의 연기도 일품이었고...
마지막 장면, 한기주가 변진수를 죽이는 장면이 내겐 이해가 되지 않는데 그래서 그 장면에서의 대사를 적어 보았다. 나중에라도 이해할지 모르니까.
'변진수 일병. 그는 여전히 월남의 정글 속을 홀로 헤매고 있다. 10년이 지나도록 그는 우리 소대원들을 찾아, 죽음을 찾아, 아직도 헤매고 있는 것이다. 더이상 그를 헤매게 할 수는 없다. 내가 그를 원대 복귀히킬 수 있을까? 우리 소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보내줄 수 있을까?'
2012년 오늘의 이야기
저런 저런... 1993년의 저는 미래의 제게 숙제를 하나 내줬군요. [하얀 전쟁]의 마지막 장면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영화의 마지막 한기주의 대사를 써놓고 미래의 제게 마지막 장면을 설명해 달라고 보채고 있는 겁니다. 가끔 과거의 저는 미래의 저를 이렇게 괴롭히기도 합니다. ^^
왜 한기주는 변진수를 죽인 것일까요? 아마도 그 해답은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욱 지옥같았을 변진수의 현 상황에 있을 것입니다. 애초에 그는 자신을 죽여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고 그래서 한기주를 찾아온 것일겁니다. 한기주는 지옥과도 같았던 월남전에서의 기억을 통해 지금 현재 변진수의 상황이 지옥보다도 더 끔찍하다는 사실을 이해했고, 결국 변진수의 소원대로 그를 편안한 죽음의 세계로 인도한 것이 아닐까요? 그러한 결말은 지옥보다도 참혹한 전쟁의 실태를 고발한 이 영화의 주제와도 잘 맞아 떨어지는 듯이 보입니다.
최근 [부러진 화살]로 권위만을 내세우는 사법부를 향해 멋진 카운트 펀치를 날린 정지영 감독이 1992년 만든 [하얀 전쟁]은 개봉 당시 [부러진 화살]처럼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국익에 가려진 월남전 비극 고발'이라는 정지영 감독의 주제 의식이 당시로서는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이죠.(재미있는 것은 두 영화 전부 안성기가 주연을 맡았고, 이경영도 출연하네요.)
영화 신문 광고를 스크랩하고 그 옆 귀퉁이에 리뷰를 기록해 두었던 오래된 제 영화 노트에는 영화 신문 기사로 함께 스크랩이 되어 있는데 정지영 감독의 인터뷰가 담긴 그 신문 기사에서 정지영 감독이 영화의 마지막 결말에 대한 코멘트도 있습니다. 그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 자신도 논리적으로 그 상황을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아예 관객들을 향해 열어 놓았다며 느린 동작으로 환상인듯, 현실인듯,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관객의 몫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제 갓 스물살이 된 20년 전 제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이해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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