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0월 3일
MOVIE 한양극장
불법 무기 밀수를 수사중인 과격한 형사 주윤발과 형사이면서도 신분을 숨겨 불법 무기 밀수단에 가입한 양조위가 힘을 합쳐 무기 밀수단을 물리친다는 매우 평범한 내용의 영화였다.
단지 병원에서의 화려한 총격씬과 신생아들을 구하기 위한 경찰들의 노력이 꽤 감동깊게 느껴졌다.
그러나 전편격인 [첩혈쌍웅]에 비교한다면 정말 형편없는 영화였다. 총격씬이 화려하긴 했지만 너무 자주 나와 관객들은 금방 식상해버렸고,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주인공들이 유유히 살아 남는 모습은 3류 홍콩 영화를 보는 듯 했다.
게다가 쓸데없는 부분에서 슬로우 모션이 자주 등장해서 오우삼 감독의 연출력을 의심해야할 정도였다.
그리고 영화를 너무 감상적으로 만들려고 억지 쓴 부분이 군데군데 눈에 띄인다. 한 예로 라스트에서 악당 두목에게 인질로 잡힌 양조위. 어쩔 수없이악당 두목이 시키는대로 무릎을 꿇고 앉는 등 모욕적인 행위를 당하는 주윤발. 이를 보다못한 양조위는 악당 두목의 총을 자신의 배에 대고 쏴 스스로 죽고 그 순간 주윤발은 악당 두목을 죽인다.
그렇다고해서 이 영화가 그리 엉망인 것만은 아니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그림같이 화려한 총격씬이 돋보였고 특히 신생아를 안고 악당들과 싸우는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2012년 오늘의 이야기
영화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없었던 1992년 당시에는 영화 수입사의 횡포에 관객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습니다. [첩혈속집]이 바로 대표적인 경우인데 1989년 개봉해서 엄청난 흥행 성공을 거두었더 [첩혈쌍웅]의 속편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해고, 제목도 의도적으로 [첩혈속집]이라는 이 영화의 원제와는 전혀 다른 제목을 내세웠습니다.
영화의 신문 광고에서조차 원제를 [첩혈속집]이라고 속이는 상황이니 지금처럼 인터넷도 없었고, 영화에 대한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없었던 시절에는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암튼 이 영화의 원제는 [첩혈속집]이 아닌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날수신탐'(辣 매울 랄(날), 手 손 수, 神 귀신 신, 探 찾을 탐)이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한양대 후문의 동시상영관인 한양극장에서 봤는데 이 영화와 함께 동시 상영했던 영화가 며칠 전에 소개했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하이힐]이었습니다. [첩혈속집]과 [하이힐]의 조화... 참 누가 정했는지... 뭐 덕분에 저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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