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웃들의 공간/Park

[공원리뷰] 저수지의 개들 - 거리를 활보하는 뜨거운 테스토스테론

쭈니-1 2011. 11. 18. 00:29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 하비 케이텔, 마이클 매드슨, 스티브 부세미, 팀 로스, 쿠엔틴 타란티노



쿠엔틴 타란티노의 범작이거나 or 역작이거나


오랫만에 키보드를 두드리니 손발이 저려오고 초점이 흐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다. 남들과 자신이 봤던 영화를 공유한다는 재미가 있으니 매일 매일은 아니더라도 이 시간이 재미있습니다. 본론으로 넘어가서 이번에 제가 궁시렁 궁시렁 해볼 영화는 [저수지의 개들] 입니다. 상당히 많이 알려진 영화고 물론 쿠엔틴 타란티노 본인도 유명한 감독이며 배우로도 재미를 보는 사람입니다. [호스텔]이나 [킬빌], [바스터즈]같은 타란티노 류의 영화를 많이 보면서 "언젠가는 꼭 봐야지..." 하면서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하다가 이제서여 보게됬네요. 제가 이 영화를 보고 얻은 확신은 [저수지의 개들]은 범작도 될 수 있고 역작도 될 수 있거니와 졸작도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만큼 타란티노의 영화가 사람의 취향을 많이 탄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글은 그 취향차이(?)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보통은 이해 할 수 없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항상 욕을 먹고 있는것 같습니다. 특히 [저수지의 개들]같은 경우에는 과대평가 받았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영화에서 보여지는 센스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10년이 훨씬 더 된 영화지만 가벼운듯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오프닝 각각 주요 캐릭터의 모놀로그 씬 그리고 영화 자체의 구성만으로도 "이 정도면 대단하네!" 라는 말이 나옵니다. 갑자기 상황이 급작스럽게 전게되고 전개에 속도가 붙습니다. 보는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일인지 항상 생각해야하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생각할 겨를 조차 없습니다. 지금까지 영화를 본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때 "이러이러 할 것이다." 예상하는 정도일겁니다. [저수지의 개들]은 이 모든 생각을 처참하게 엎어버립니다. 화이트와 오렌지가 먼저 아지트인 창고에 모이고 핑크 블론드와 다른 동료들도 차차 모여가면서 서로 이름도 모르던 이들이 어떻게 모였고 어떤 범행을 계획했고 그 계획을 어떻게 실천했고 그 실천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 왔는지 말그대로 범죄의 재구성이 됩니다. 정상적인 영화의 전개를 원한 즉 기승전결이 정확하게 나뉘어 있는 상업적인 영화를 원했다면 당연히 "이게 뭐야! 이 쓰레기!" 라고 말 할 만 합니다. 하지만 영화전체를 보려는 사람은 어느샌가 영화를 이해라고 영화 속으로 빠져들고 있을겁니다. 이런걸 취향 차이라고 해야하나요? 



빠질 수 없는 그것, 또 하나의 요소, 이 영화의 명장면


제가 워낙 슬래셔무비를 좋아하고 고어틱한 장면을 잘 먹으면서 보는 체질이라 고등학생때는 그런 영화만 찾아 다닌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얻어 걸린 영화가 [호스텔]이었죠. 타란티노가 영향력을 끼친 영화를 잘 보면 고어틱한 장면이 한 두장면은 꼭 나옵니다. [킬빌]은 말 할 것도 없고 [바스터즈]에서는 머리뚜껑을 똑딱 해버리죠. [저수지의 개들]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습니다. 제일 자극적이며 제일 숨죽이면서 볼 것이며 제일 폭력적인 장면입니다. 블론드가 인질로 잡았던 경찰을 고문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경찰을 두들겨 패고 면도칼로 긋고 귀를 자르고 휘발유를 부어서 태워죽이려고 하죠. 그 짧은 몇분 동안의 시간이었지만 [127시간]에서 팔 자르는 느낌 !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알게된 사실은 헐리우드 영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장면에서 상위에 랭크 되어있더군요. 지금도 이렇게 생생한데 그 시절에는 어떨지 상상도 안됩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오렌지 모놀로그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매력적인 점은 모놀로그 씬입니다. 인물들의 과거와 관계 그리고 재구성을 이 모놀로그 씬을 통해서 풀어갑니다. 그 중에 대단하다고 느낄 수 있는것이 오렌지의 모놀로그 씬입니다. 화이트. 죠, 에디가 모여있는 술집에서 짜여진 각본을 마치 경험처럼 말하는 오렌지가 술집과 과거의 장면을 오가다 장소는 과거에 있지만 그 곳에서 친구들에서 상황을 설명하는 설정은 센스의 최고봉을 보여주는것 같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해가 안돼는 희대의 명장면 Best" 에 꼽을 수 도 있겠지만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머릿속에서는 충분히 맴돌만한 장면 이었습니다.



하나만을 추구하지 말자


처음에 말은 "취향차이"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다고 했습니다만 제가 마지막에 와서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습니다. 영화를 즐기면서 하나에만 몰두하며 즐기지 말자는 거죠. "반전이 너무 뻔하다", "식상하다", "이해 할 수 없다", "단순히 재미가 없다" 라며 영화의 가치를 폄하하기 전에 그 영화와 감독이 말하고자 보여주고자 했던걸 먼저 아는게 순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라는 컨텐츠 자체가 주는 목적이 즐거움이지만 그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교양을 갖춘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죠. 말이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상업영화만 챙겨보는것 보다는 가끔씩 고전영화나 비주류 독립영화를 챙겨보면서 영화의 재미를 찾아가는것도 좋을 것같다는 미천한 군인의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