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4년 영화이야기

[효자동 이발사] - 송강호의 힘과 한계가 동시에 느껴지는 영화.

쭈니-1 2009. 12. 8. 16:51

 



감독 : 임찬삼
주연 : 송강호, 문소리
개봉 : 2004년 5월 5일
관람 : 2004년 5월 15일


제 오랜 소원은 하루종일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입니다. 현재 제 기록은 하루에 2편입니다. 2편이상을 함께 극장에서 봐줄 사람을 아직 못만났기 때문에 2편의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않는군요. 집에서 비디오를 잔뜩 빌려 보기도 했지만 비디오를 보는 것으로는 제 집중력의 한계가 2편을 넘지 못합니다. 심야영화로 3편 연속 본적도 있지만 잠을 안자며 영화를 보는 것이기에 영화를 전부 보고나면 도대체 제가 무슨 영화를 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더군요. 한마디로 제대로 제 2편의 기록을 경신할려면 정신이 말짱한 대낮에 영화를 봐야한다는 겁니다.
결혼하기전에는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만 생기면 기록이 쉽게 경신될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나니 하루에 2편은 커녕 1편 보기도 힘이 들더군요. 하지만 지난 5월 15일엔 해냈습니다. 결혼한지 13개월만에 드디어 하루 2편이라는 타이기록을 세운 겁니다. 이제 2편의 벽을 넘는 일만 남았습니다. ^^;
하지만 하루 2편의 기록은 쉽게 달성된 것은 아닙니다. 오전에는 장모님께 웅이를 맡기고 [킬빌 Vol.2]를 봤고, 오후엔 저희 어머니께 웅이를 맡기고 [효자동 이발사]를 봤습니다. 구피는 감기에 걸렸는데 쉬게하지는 못할 망정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고 잔뜩 짜증을 부렸지만 소주 한잔을 걸쳐 용감해진 저는 막무가내로 아픈 구피를 끌고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암튼 이렇게해서라도 영화를 보고나니 행복해지는 군요. 하지만 감기가 쉽게 떨어지지않아 밤새 고생하는 구피를 보며 미안한 생각도 들었답니다. 앞으론 아무리 영화가 좋아도 구피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렵니다. 이제 저도 조금은 철이 들어야죠. ^^;


 



제가 [효자동 이발사]를 선택한 것은 순전히 이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더 끌렸지만 헐리우드의 블럭버스터가 밀려올 5월의 중턱에서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는 우리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궁금증이 밀려와 보지 않고는 베길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송강호와 문소리라는 두 걸출한 배우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요.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조금은 기대이하더군요. 군사독재 시절을 풍자한 영화의 웃음과 눈물,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자연스러운 송강호의 연기와 문소리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 제가 이 영화에 기대했던 그 모든 것을 이 영화는 담고 있지만 의외로 저는 웃음을 지을 수도, 눈물을 흘릴 수도 없었습니다. 그냥 '흠~ 그렇군'식의 밋밋한 감정만이 영화를 보는내내 밀려오더군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는 [효자동 이발사]의 영화적인 재미를 만끽할 수 없었던걸까요?
우선 첫번째 문제는 이 영화의 배경인 군사독재정권시절의 서민들의 애환이 제게 와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1973년 생입니다. 군사독재정권은 이미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존재해왔으며 아직 나이가 어렸던 저로써는 군사독재시절 우리 국민이 당했던 어이없는 횡포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된 1979년엔 TV에서 만화영화는 안하고 하루종일 재미없는 뉴스만 한다고 투덜거렸던 기억이 나는 군요. 그런 제게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상당히 낯설었습니다. 물론 저도 엄연한 한국 사람이기에 전혀 군사독재시절에 대해서 까맣게 모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왠지 와닿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웃음과 눈물이 교묘히 공존하는 이 영화에서 도대체 어느 부분이 사실이고 어느부분이 영화의 재미를 위한 가상인지 헷갈리더군요. 차라리 철저하게 실화를 바탕으로 둔 영화라면 '우리 부모 , 형제들이 정말 저런 독재속에서 살았었구나'라며 분노라도 할 수 있었을텐데... 영화의 흥행을 위해 코미디로 치장된 것이 오히려 제겐 이 영화에 공감되는 것을 방해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믿었던 송강호와 문소리의 연기도 제겐 실망이었습니다.
송강호의 경우... 이 영화속 성한모라는 캐릭터는 송강호라는 배우를 만남으로써 더욱 빛을 발합니다. 군사권력에 시종일관 무기력한 소심한 시민의 모습과 아들의 잃어버린 다리를 되찾아주기위한 강인한 아버지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성한모라는 캐릭터덕분에 [효자동 이발사]는 군사독재시절이라는 암울한 시대상황을 영화의 배경으로 했으면서도 유쾌한 코미디 영화가 될 수 있었으며, 유쾌한 코미디속에서 가슴찡한 감동을 이끌어낼 수도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송강호의 힘입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송강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그가 출연한 영화들이 대부분 코미디 영화임을 알 수 있습니다. [넘버3], [조용한 가족]과 같이 정통 코미디에서부터 시작하여 [반칙왕], [YMCA야구단]과 같은 감동과 어우러진 코미디 영화까지... 송강호는 분명 코미디 영화에서 강세를 보인 배우입니다. 그의 이러한 연기 패턴은 [공동경비구역 JSA], [살인의 추억]과 같은 코미디가 아닌 영화에서조차 관객들을 웃고 울리면서 영화를 최고의 흥행작으로 만드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송강호 최악의 연기로 평가받는 [쉬리]와 우리나라 최초의 하드보일드로의 연기 변신을 시도한 [복수는 나의 것]에서처럼 코미디를 벗어난 송강호의 연기는 여지없이 실패라는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효자동 이발사]에서도 송강호는 그의 장기인 감동적인 코미디 연기를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이젠 식상한 연기일 뿐입니다. 송강호도 이젠 무언가 연기변신이 필요한데... 계속 이런 엇비슷한 연기속에 파묻히기엔 아까운 배우인데... 영화를 보는내내 미로속에 갇힌듯 비슷한 연기속에서 헤매는 송강호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언제쯤 송강호의 과감한 연기변신이 성공을 거둘까요?
[효자동 이발사]에서 문소리의 연기는 그냐말로 충격입니다. 어쩜 그토록 비중이 없는지... 전 문소리라는 배우를 좋아합니다. [오아시스]에서부터 [바람난 가족]까지... 그녀는 여배우들이 꺼릴만한 배역을 멋들어지게 연기해냅니다. 모든 출연작에서 이전 영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언제나 변신을 추구하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효자동 이발사]에서 문소리가 연기한 김민자 역시 전작인 [바람난 가족]에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완벽한 연기변신을 선보입니다. 하지만 성한모와 그의 아들인 성낙안에 촛점이 맞춰진 이 영화에서 김민자는 그저 평범한 아줌마일 뿐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여배우이면서도 이런 비중이 낮은 연기를 선택한 문소리의 용기가 탄복스럽지만 문소리의 빛나는 연기를 좀 더 보고 싶었던 제겐 한없이 안타까운 영화였습니다.  


 



[효자동 이발사]는 분명 많은 장점을 가진 영화입니다. 신인인 임찬상 감독은 암울했던 시기를 배경으로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묘한 영화를 한편 만들어 냈습니다. 독재권력에 언제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던 성한모가 옳은 소리를 함으로써 걷지 못했던 아들이 비로서 걷게되는 마지막 장면에서 독재권력에 맞서는 일은 국민만이 할 수 있으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을 위해서라도 독재권력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는 신인 감독으로는 드물게 영화속에 메세지를 담아내기까지 했습니다.
송강호의 연기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관객을 웃기다 울리는 능력을 발휘하고, 문소리의 연기 변신은 역시나 파격적(파격적인 단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좀더 우리의 역사인 군사독재시절을 좀더 진지하게 그려봤다면 어땠을까요? 마루구스병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병을 내세워 이 영화를 단순한 코미디로 만들어버리지 않고, 좀 더 진지하게 그 당시의 실제 사건을 모델화하여 영화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요? 송강호는 언제나 비슷한 연기만을 펼치지 않고 뭔가 다른 연기를 펼쳐보이고, 문소리는 성한모의 부성애에 가리워진 김민자의 모성애를 좀더 비중있게 영화속에서 표현했다면 어땠을까요?
제가 이 영화에 대해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에 맞서 너무 코미디에 집착하는 우리 영화의 현실이 안타까워 그냥 딴지한번 걸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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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저도...음...그래...음...이게 무슨 느낌이지??
싫지도 않고...그렇다고 좋지도 않고, 영화를 보고 난 뒤
이 밋밋하고도 참 이상스런 느낌이 뭐지...생각했는데
왜 그런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ㅎㅎㅎ
 2004/05/19   
쭈니 지니껌님도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군요. ^^
전 저만 그런줄 알았죠.
다들 호평일색이라서...
 2004/05/19   
엄마아빠가 재밌었냐고 물어보시는데
보는 동안은 재밌게 본 것 같기도한데
거 참 애매모호하더군요.
대체 머라고 대답해야할지 말이죠. -ㅁ-;
진작에 쭈니님 평을 보았더라면 아마
아빠께 유창하게 이렇더라고 말씀드렸을텐데...ㅎㅎㅎ
 2004/05/19   
쭈니
저도 사실 말로는 잘 표현못합니다. 누가 '그 영화 어땠어?'라고 물어보면 횡설수설하죠. 글로 쓰니 이리저리 생각해서 정리가 되는 거랍니다. ^^  2004/05/19   
투야
저도...기대하고 들어갔다..
흠...하고 나왔던.. 그런 영화 였습니다.
쩝.. 아쉬움이 많이 남죠.. 이런 영화를 보면...ㅡㅡ;

저도..영화보는걸 좋아하는데...(주로 제가 좋아하는 영화만)
하루에 2편... 영화관에서 본 적이 한번인가..뿐인거 같네요
비디오는 빌려다 놓고..릴레이 잘 하는데..ㅎ
근데..그리 좋은거 같진 않아요..
아무리 낮에 본다해도.. 하나의 여운을 제대로 느끼기가
힘들지 않을까요..? ^^
 2006/05/27   
쭈니 저 역시 너무 송강호에 대한 기대가 컸나봅니다.
하루에 2번 영화보기...
뭐 영화의 여운을 제대로 못느낄수도 있지만 그와 반대로 두배의 여운을 느낄수도 있지 않을까요? ^^
 200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