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1년 영화이야기

[삼총사 3D] - 추억의 영웅을 소심하게 리모델링하다.

쭈니-1 2011. 10. 14. 11:03

 

 

감독 : 폴 W. S. 앤더슨

주연 : 로간 레만, 매튜 맥파든, 루크 에반스, 레이 스티븐슨, 밀라 요보비치, 올랜도 블룸, 크리스토프 왈츠

개봉 : 2011년 10월 12일

관람 : 2011년 10월 13일

등급 : 12세 이상

 

 

나의 삼총사들은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할까?

 

내 기억 속에서 가장 재미있는 학창 시절을 보냈던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말수가 적었고, 저희 집이 워낙 자주 이사해서 동네 친구가 거의 없었던 저는 처음으로 초등학교 3학년때 절친이라 할 수 있는 두 친구를 만났던 것입니다.

어떻게 만났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우리 세 친구는 자연스럽게 함께 몰려 다녔고, 담임 선생님은 그런 우릴 삼총사라 불러주셨습니다. 반의 다른 친구들도 담임 선생님이 만들어준 호칭을 그대로 따라 불렀고요.

친구들이 우릴 삼총사라고 부르자 우린 모여서 1호, 2호, 3호를 정하기로 하고 세 명이서 투표를 했습니다. 그 결과 두 표를 얻은 제가 1호가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친구 중에서 리더가 된 것이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수업 시간에 발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수업 시간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창피해서 참다가 쉬는 시간에 화장실 가는 도중 바지에 똥 싼 아픈(더러운) 기억이 있는 소심한 저로서는 처음으로 맡은 리더였던 셈입니다.  

당시 저는 방학이 싫었습니다. 그 친구들을 만날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방학 때 아침 일찍 일어나 친구네 집으로 가곤 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친구 어머니께 혼나기도 했습니다. 아침 밥은 먹고 오라고... ^^

 

그런 우리 삼총사에게 첫번째 시련이 닥쳤습니다. 학교에서 싸움짱이던 한 친구가 자기도 우리 삼총사에 끼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변치 않은 우정을 과시하는 우리 삼총사가 부럽다며 자기도 우리 삼총사가 되겠다고 우기는 것이죠. 

우린 급하게 삼총사 회의에 들어갔고 모두들 그 친구는 매일 싸움만 하는 친구이니 우리 삼총사가 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우린 싸움짱 친구와 한 판 대결을 벌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삼총사의 리더였던 저는 싸움짱 친구와 싸우는 것은 승산이 없다는 생각했습니다. 이성적으로 계산을 해본 것이죠. 그래서 초코파이를 사서 싸움짱 친구한테 뇌물을 주고 비굴하게 사과하며 우리의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전 삼총사를 위한 행동이었지만 다른 두 친구들은 절 비난했고, 우리 우정은 깨질 위기까지 맞이했습니다.

결국 그 위기는 잘 마무리되었지만 제가 서울로 이사를 가며 자연스럽게 삼총사는 해체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친구들 덕분에 전 초등학교 시절이 행복했다고 추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 많은 '삼총사' 영화 및 애니메이션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 친구들이 생각납니다. 오늘 [삼총사 3D]의 영화 이야기를 쓰며 다시 한번 그 친구들을 추억해 봅니다.

 

 

아직도 '삼총사'가 먹힐까?

 

솔직히 [삼총사 3D]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제 첫 반응은 '또?'였습니다. 할리우드에 영화의 소재가 떨어져 속편영화와 리메이크가 난무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삼총사'라니...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감독은 폴 W. S. 앤더슨입니다. [모탈 컴뱃], [레지던트 이블] 등 게임을 소재로한 액션 영화에 그 재능을 발휘하던 감독입니다. 그런 그가 프랑스의 문호라는 추앙을 받고 있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고전 소설을 영화화하다니... 조금은 못미더웠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봤던 '삼총사' 영화를 그다지 재미있게 보지 못했다는 것도 [삼총사 3D]의 개봉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찰리 쉰, 키퍼 서덜랜드, 올리버 플랫이 삼총사를 연기했고, 크리스 오도넬이 달타냥으로 출연했던 1993년 [삼총사]를 비롯하여, 저스틴 챔버스가 달타냥을 연기했던 2001년작 [머스킷티어]까지... 제게 '삼총사' 소재의 영화는 그저 킬링타임용 영화에 불과했습니다.

제 기억 속의 최고의 '삼총사'는 오히려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달타냥의 모험'과 '천하무적 멍멍기사'였습니다.

 

그런 제가 생각을 바꾼 것은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나서입니다. 17세기 유럽에서는 당연히 존재가 불가능했던 비행선이 나오고, [레지던트 이블]의 여전사 밀라 요보비치의 액션 장면을 보고 저는 '아! 이번 삼총사는 뭔가 다르겠구나.'라고 기대를 한 것이죠.

그러한 이유로 이번 주의 기대작 1순위인 [리얼 스틸]을 뒤로 밀어두고 먼저 본 [삼총사 3D]. 일단 앞선 영화들인 1993년 [삼총사]와 2001년 [머스킷티어]처럼 그럭저럭 즐길만한 킬링타임용 영화의 면모를 갖추었으며,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새로운 볼거리를 추구한 장면들이 몇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만큼 새로운 '삼총사'가 탄생하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기대가 컸던 비행선 장면은 비행선이 아닌 그냥 배로 설정을 했어도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2편을 예고한 마지막 장면이 이 영화 통털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정말 2편이 나올 수 있을런지는 이 영화의 흥행 여부에 달려 있겠죠.

 

 

악당에 더욱 비중을 두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삼총사 3D]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죠. 일단 주목해봐야 할 것은 캐스팅입니다.

1993년 [삼총사]는 당시 떠들썩했을 정도로 삼총사와 달타냥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그런 만큼 영화 자체도 삼총사와 달타냥의 활약상 위주로 흘러갔습니다.

2001년 [머스킷티어]의 경우는 삼총사에 거의 무명의 배우를 캐스팅한 대신 달타냥에 당시 주목 받고 있는 신예 배우 저스틴 챔버스를 캐스팅햇습니다. 그러한 결과 [머스킷티어]는 추기경의 음모에 의해 총사인 아버지를 잃은 달타냥의 복수극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삼총사 3D]는? 일단 삼총사를 연기한 배우들의 이름이 낯섭니다. 그 대신 달타냥을 연기한 로간 레만은 [게이머], [퍼시잭슨과 번개도둑] 등으로 현재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배우입니다. 하지만 그 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악역을 맡은 배우들의 이름입니다. 올랜도 블룸이 버킹엄 공작역을 맡으며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고, 여전사 밀라 요보비치도 악녀인 밀라디 드 윈터 역을, 요즘 악역으로 한창 잘 나가고 있는 크리스토프 왈츠가 리슐리외 추기경 역을 맡았습니다. 이 정도면 '와우!'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의 화려한 캐스팅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의문 하나... 주인공인 삼총사는 이름조차 생소한 배우들이, 달타냥은 요즘 뜨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신예 배우에게 맡겼으면서 악당만큼은 화려한 스타급 배우들로 채운 이유가 뭘까요?

[삼총사 3D]가 기존의 '삼총사' 영화들과 차별화를 둔 것은 바로 이 점입니다. 폴 W. S. 앤더슨 감독은 영국의 실질적인 권력자 버킹엄 공작과 아직 어리고 멍청한 루이 왕 대신 프랑스의 권력을 장악한 리슐리외 추기경, 그리고 그 둘 사이를 오고가는 이중첩자 밀라디 드 윈터에게서 새로운 재미를 창조하려 했던 것입니다.

기존의 '삼총사'는 삼총사와 달타냥의 모험담이라면 [삼총사 3D]는 영국와 프랑스의 실질적인 권력자들의 음모와 암투를 그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러면서 너무 유명한 원작을 훼손할 수 없으니 새로운 재미를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점이죠.

원작을 훼손할 수는 없고, 그러면서 새로운 재미를 창출하려고 하니 이 영화는 처음부터 우왕좌왕합니다. 영화의 외형적인 모양새는 원작대로 삼총사와 달타냥의 모험인데, 영화를 보며 제가 계속 기대하게 되는 것은 개성 강한 악당들의 보이지 않는 싸움입니다. 결국 제 기대는 2편으로 넘어가게 되었는데, 만약 2편이 제작된다면 원작에 대한 중압감을 벗어날 수 있는 만큼 폴 W. S. 앤더슨 감독이 진정으로 원하는 '삼총사'가 비로서 완성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영화의 리모델링은 아직 진행중이다.

 

냉정하게 [삼총사 3D]를 평가한다면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줄 듯 하다가 소심하게 원작에 충실한 킬링타임용 영화입니다.

좌충우돌 달타냥 캐릭터는 초반부터 너무 막 나갔습니다.(처음엔 쟤 왜저래?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던...) 달타냥의 모험에 중점을 두었던 [머스킷티어]의 경우 달타냥에게 아버지의 복수라는 명분을 부과했던 것과는 달리 [삼총사 3D]에서의 달타냥은 그냥 버릇없고, 무모한 시골 촌뜨기처럼 보였습니다.

삼총사인 아토스(매튜 맥파든), 아라미스(루크 에반스), 프로토스(레이 스티븐슨)의 캐릭터 역시 오프닝 액션씬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개성과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이렇게 [삼총사 3D]가 원작에 충실한 결과물은 그다지 큰 성과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특히 버킹엄 공작에게서 안느 왕비(주노 템플)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빼내는 장면은 기대치와 너무 동떨어진 액션만 보여줘서 김빠졌습니다. 결국 삼총사와 달타냥의 활약을 대신한 것은 다빈치가 설계했다는 비행선이었으니까요.

 

그런만큼 이 영화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비행선 액션씬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아마 예고편에서의 비행선 장면으로 이 영화를 선택하신 분들이 많으실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비행선 장면은 비행선이 아닌 배로 설정했어도 큰 차이가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지근했습니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바다에서의 함선끼리의 결투와 [삼총사 3D]의 하늘에서의 비행선끼리의 결투 장면은 비교해도 그다지 차별점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비행선 등장 장면만으로 새로운 볼거리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간 저로서는 실망을 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뭐야. 이게 끝이야?' 원작대로 삼총사와 달타냥이 왕비의 목걸이를 제 시간에 가져 온 것으로 막을 내린 [삼총사 3D]를 보고 나온 첫 마디였습니다. 하지만 이건 끝이 아닙니다. 버킹엄 공작이 이끄는 거대한 함선 군대가 프랑스로 향하는 엔딩 장면은 '그래, 내가 원했던 것이 바로 저거야.'라고 외치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 순간 영화가 끝나죠.

항상 이런 식입니다. 속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할리우드의 알량한 술수에 또 말려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제가 진정 보고 싶었던 것을 속편에서 보게된다면 얼마든지 할리우드의 술수에 말려들겠습니다. 문제는 '과연 속편이 나오기는 하냐?'라는 점인데 만약 속편이 안나온다면 [삼총사 3D]는 리모델링을 하다가 포기한 집처럼 어정쩡한 영화가 될 것입니다.

 

 

이 어정쩡한 리모델링이 완성되지 않는다면

[삼총사 3D]는 또 한편의 실망스러운 '삼총사' 영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리모델링이 제대로 완성된다면 새로운 '삼총사'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