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1년 영화이야기

[어브딕션] - 풋내기 혹은 기린아

쭈니-1 2011. 10. 7. 10:56

 

 

감독 : 존 싱글톤

주연 : 테일러 로트너, 릴리 콜린스, 시고니 위버, 알프레드 몰리나

개봉 : 2011년 9월 29일

관람 : 2011년 10월 6일

등급 : 15세 이상

 

 

그래, 이제 영화만 남았구나.

 

2011년 10월 6일은 제게 중요한 날이었습니다. 무슨 날이었냐고요? 바로 2011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끝나는 날입니다.

'에이, 그게 뭐가 중요해!'라고 반문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끝났다는 것은 제 취미 생활 하나가 막을 내렸다는 것을 뜻합니다. 최소한 2012년 4월까지는...

게다가 제가 응원하는 두산 베어스가 시즌 내내 여러 악재들을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오랜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제 허전함은 극에 달했습니다. 어쩌면 그런 두산 베어스의 부진 때문에 제가 올해는 더욱 열심히 극장 나들이를 다녔는지도...(2010년에 극장에서 본 영화가 76편이었는데 올해는 10월 6일 현재 76편째 영화를 극장에서 봤습니다.)

 

목동 야구장에서는 두산과 넥센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고, 이 경기가 두산의 2011년 마지막 경기입니다. 

원래 8시부터 9시까지는 웅이와 놀아주는 시간인데 웅이와 놀아주기는 일단 구피한테 맞기고 저는 두산의 마지막 경기를 DMB를 통해 관람했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두산의 승리로 거의 기울어져 갈때쯤 구피와 함께 제게 남은 마지막 취미 생활인 영화 보기를 위해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구피는 말합니다. 제가 너무 취미 생활이 많다고... 하긴 영화도 봐야하고, 영화 이야기도 쓰며, 블로그 관리도 하고, 프로야구에도 푹 빠져 있으며, 요즘은 새로운 취미로 낚시에도 빠져 있으니 그런 불만이 나올만 합니다.

하지만 저는 취미 생활이야 말로 제 생활의 활력소라 믿습니다. 가끔 시간이 남으면 집에서 뒹굴거리며 할 것이 없어 심심하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습니다. 그럴때마다 저는 그 친구가 이해가 안됩니다. 이 세상에는 얼마나 할 것이 많고, 즐길 것이 많은데... 언제나 시간이 모자라 하고 싶은 것, 즐기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제겐 그들의 투덜거림이 가끔 부럽기도 합니다.

 

 

풋내기 영웅을 만나다.

 

제 취미 생활의 하나인 2011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막을 내리던 날, 저는 아쉬움을 달래고자 제 다른 취미 생활인 영화 보기를 선택했습니다. 프로야구는 겨울이 되면 휴식기에 접어들지만 영화는 비수기가 있을 수는 있어도 언제나 새로운 영화들이 개봉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나마 영화가 제 곁에 있어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날 제가 선택한 영화는 이번 주에 새롭게 개봉한 영화가 아닌 지난 주에 개봉했던 [어브딕션]이었습니다. 가벼운 액션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브딕션]은 양면성을 가진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테일러 로트너 때문인데, 그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통해 매력적인 짐승남으로 인기몰이 중입니다. 하지만 바뀌 말하면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주연을 맡은 경력도 없는 풋내기 배우에 불과합니다.

로버트 패틴슨과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통해 톱스타로 발돋음했지만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벗어나면 흥행에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이제 그 시험대에 테일러 로트너가 오른 셈입니다. 과연 그는 로버트 패틴슨과 크리스틴 스튜어트와는 다를 것인지...

 

하지만 테일러 로트너 역시 로머트 패틴슨, 크리스틴 스튜어트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테일러 로트너가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아 맹활약한 [어브딕션]은 미국 개봉에서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4위에 불과했고, 개봉 성적도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처참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결국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인기를 얻은 테일러 로트너를 주연으로 기용해서 흥행 재미를 보려 했던 제작사의 의도는 결국 [트와일라잇]의 주연 배우들을 캐스팅했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실패로 돌아간 셈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질문 하나... [어브딕션]의 흥행 실패가 오로지 테일러 로트너의 탓일까요? 감독의 연출력 부족, 부실한 시나리오, 영화적 재미 부재 등 영화가 흥행 실패 요소는 상당히 많으니까요. 하지만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순위는 주연 배우의 영향력이 절대적입니다. 주연 배우의 영향력이 끌수록 관객들은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고 개봉 첫 주 극장을 찾게 되는 것이죠. 물론 그 이후의 입소문은 영화의 완성도의 몫이지만...

암튼 [오브딕션]의 흥행 실패로 테일러 로트너는 여전히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아직 단독 주연을 맡아 스크린 속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기엔 모자란 풋내기라는 것이 밝혀지고 말았습니다.

 

 

너무 안전성을 택했다.

 

사실 [오브딕션]은 모든 초점은 테일러 로트너에게 맞춰져 있지만 엄밀히 따진다면 이 영화이 흥행 실패는 영화 자체의 재미 부족 탓이 큽니다.

[오브딕션]은 어느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네이슨(테일러 로트너)이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겪게 되는 액션 스릴러 영화입니다. 사실 그의 부모는 생부, 생모가 아니었으며, 그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의문을 품는 그 순간 괴한들에게 의해 그의 부모는 살해됩니다.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 것도 버거운 이 10대 소년은 우연히 이 사건에 개입한 이웃집 소녀 카렌(릴리 콜린스)과 함께 정체불명의 괴한들과 CIA의 추격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출생의 비밀도 벗겨내야 하고...

얼핏 봐도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참 단순합니다. 액션에 능통한 남성과 그와 사랑에 빠질 아름다운 여성의 조합도 그렇고, 뭔가 커다란 비밀을 숨겨 놓은 듯 하면서 중반이 그 비밀들을 술술 풀어해쳐 버리는 영화의 조급증도 단순함에 한 몫을 합니다.

 

 

그로 인하여 이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은 영화를 보며 할 것이 없습니다. 그저 멀찌감치 떨어져서 넹,스느이 활약을 바라만 봐야 하는 것이죠.

네이슨이 스스로 자신의 비밀을 벗겨내고 위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아닌, 중간에 CIA 요원인 프랭크(알프레드 몰리나)가 등장하여 친절하게 네이슨의 비밀을 설명해주는 방식이다 보니 네이슨의 출생의 비밀에 대한 미스터리 스릴러의 재미를 [어브딕션]은 거의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이라고는 화끈한 액션인데, 여기에서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무래도 주연 경험이 전무한 젊은 배우를 캐스팅한 영화이다보니 [어브딕션]은 블록버스터급 제작비가 투입되지 않았고, 중소형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영화의 액션은 소극적입니다. 네이슨의 집에 폭파되는 장면에서 뭔가 이 영화의 스케일을 기대하게 하지만 영화 중반까지는 열차 안에서의 액션을 제외하고는 액션이 거의 전무한 상태이고, 사람들이 득실되는 야구장에서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 역시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긴장감이라던가, 스케일에 부족함이 보였습니다.

이렇게 미스터리 스릴러로도, 액션으로도, 이 영화는 다른 할리우드 영화들과 차별점을 거의 갖지 못한채 밋밋하게 끌고가다 관객이 예상 가능한 결말에 도달하며 막을 내리는 것입니다.

 

 

테일로 로트너가 풋내기가 아닌 기린아가 되려면...

 

물론 이 영화 자체가 관객에 주목을 받기엔 밋밋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밋밋함에 테일러 로트너도 한 몫했습니다.

영화의 10대의 광란의 파티에 초대된 네이슨과 그의 친구들 모습에서부터 뭔가 테일러 로트너의 반항이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그러한 어색함은 영화 내내 계속되었습니다.

테일러 로트너가 십대 늑대인간 역을 맡았던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는 그의 표정, 그의 동작 하나 하나가 늑대인간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혼자 영화를 이끌어가야 하는 [어브딕션]에서는 네이슨이 반항끼가 다분한 10대 소년이라는 생각도,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충격을 받은 모습도, 뭔가 진짜 같지가 않았습니다.

열차 안에서 카렌과 사랑을 키우는 장면도 그저 액션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장면이라는 생각 외엔 안들더군요. 테일러 로트너... 그의 장점은 두 말할 것도 없이 풋풋한 젊음입니다. 그러한 젊음을 잘 가다듬는다면 그는 헐리우드의 기린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은 아니죠. [어브딕션]에서처럼 안전빵에 올인한다면 아직 연기력이 부족한 그에겐 마이너스 요인이 될 뿐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구피는 '맷 데이먼은 뭔가 탄탄하고, 뭔가 믿음직하고, 뭔가 멋있었는데 테일러 로트너에겐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네.'라고 투덜거렸습니다.

그것은 제가 보기엔 정확한 지적입니다. 맷 데이먼이 [본 시리즈]에서 그런 탄탄한 액션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장르를 섭렵한 그의 경력 덕분입니다.

그에 비해 테일러 로트너의 경력은 고작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전부입니다. [트와일라잇]의 선풍적인 흥행으로 테일러 로트너로서는 단숨에 액션 히어로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겠지만 이런 식이라면 엇비슷한 중소형 액션 영화에서 엇비슷한 캐릭터만 맡다가 젊음과 이미지를 전부 소모하고 나면 조용히 사라질 뿐입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경험입니다. 아직 젊으니 시간도 충분합니다. 부디 맷 데이먼을 롤모델로 삼고 서두르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를 경험한다면 그는 더이상 풋내기가 아닌 할리우드의 기린아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브딕션]을 보며 풋내가 풀풀 나는 그의 액션과 연기를 보며, 그래도 아직 그는 젊기에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브딕션]은 비록 실망스러웠지만 그의 다음 영화에서는 박수를 맘껏 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젊음은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이 무기가 전부 소모되기 전에 그가 좀 더 성장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