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이수인
주연 : 주현, 송재호, 김무생, 양택조, 박영규, 선우용녀, 진희경
개봉 : 2004년 3월 19일
관람 : 2004년 3월 10일
맥스무비... 3년전 저와 우연히 인연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 제 영화 관람을 도와주는 절대적인 친구가 되었습니다. 맥스무비 덕분에 인터넷으로 영화를 예매하면 현장에서 예매하는 것보다 휠씬 편하고 더불어 신용카드 할인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으며, 장기적으로 이용하다보니 이벤트에도 자주 당첨되어 공짜 영화 예매권만 수십차례 제공받았고, 영화 시사회도 몇차례 보았으며, 예매 이벤트에 당첨되어 오리지날 사운드 트랙과 티셔츠를 선물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암튼 맥스무비 덕분에 영화를 좋아하지만 대부분의 영화를 비디오로 봐야 했던 저는 좀 더 자주 극장으로 갈 수 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주머니 사정은 휠씬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어느날인가 갑자기 제가 맥스무비의 우수회원으로 뽑히더니만 3월 10일날엔 우수회원들을 대상으로 홍보 동영상을 찍는다며 인터뷰에 응해달라는 연락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고독이 몸부림칠 때]의 시사회와 동시에 이루어졌던 인터뷰에 참가하기위해 저는 엔키노의 첫번째 시사회 당첨이었던 [어깨동무]의 시사회도 포기하고 구피와 함께 달려갔답니다. 드디어 카메라 앉은 저는 버벅거리며 맥스무비에 대한 이런 저런 질문에 답하였습니다.
암튼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온라인에서 만나 오프라인에까지 이어진 맥스무비 우수 회원들과의 만남도 유쾌했고, 제 인생 처음으로 경험한 인터뷰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게다가 맥스무비에서 증정한 소정의 기념품과 [고독이 몸부림칠 때]의 시사회까지... 앞으로도 맥스무비를 끝까지 이용하겠다고 다짐하며 쭈니는 오늘도 영화를 보기위해 맥스무비 사이트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답니다. ^^
[고독이 몸부림칠 때]에 대한 영화 이야기를 쓰기전에 저는 이 영화의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를 떠나 이런 류의 영화가 우리 영화계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사회 시작전에 이 영화의 스텝이 하신 말씀처럼 한국형 블럭버스터인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가 관객 동원 신기록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런 대규모의 블럭버스터와 함께 [고독이 몸부림칠 때]와 같은 소규모의 영화가 함께 공존하며 관객들에게 다양성을 선사해야지만 우리 영화가 골고루 그리고 오랫동안 발전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권상우, 장동건, 김하늘, 이은주 등 몸짱 얼짱으로 대표되는 젊고 멋진 배우들이 장악하고 있는 요즘 영화판에 주현, 송재호, 김무생 등 중견을 넘어선 노년 배우들을 주연으로 기용해서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고독이 몸부림칠 때]의 제작진과 스텝진에게 기립 박수를 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잭 니콜슨과 다이앤 키튼이 주연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처럼 우리 영화도 중견 배우들을 천대하지 말고 그들의 연기력과 관록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합니다. [고독이 몸부림칠 때]는 용감하게도 흥행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에 매달려 젊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젊은 배우들에게 억대의 개런티를 주며 모셔오는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흥행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노년의 배우들을 대거 주연으로 포진하고 '젊은 스타급 배우가 없어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는 당찬 포부를 당당하게 밝힌 것입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누가 송재호와 선우용녀의 로맨스, 주현과 김무생의 오버 연기, 박영규의 비밀을 보기 위해 비싼 돈을 주고 극장으로 향할 것인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덕분에 10대와 20대가 주도하던 영화 관객층이 30대와 40대에까지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그것은 사회적인 이슈를 띄고 있는 블럭버스터급 영화에 국한되어 있는 것입니다. [고독이 몸부림칠 때]처럼 작은 코미디 영화에는 해당이 않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해냈습니다. 그것이 제가 이 영화의 재미와 완성도를 떠나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분명 성공률이 극히 희박한 모험을 이수인이라는 신인 감독이 해낸 것입니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더 좋겠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요즘의 상황에서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전 충분히 이 영화는 박수를 받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게있어서 [고독이 몸부림칠 때]의 관건은 과연 이 영화가 얼마나 영화적인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는 젊은 스타급 배우들을 포기하고 TV 브라운관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는 노년의 탤런트들을 캐스팅하여 만든 영화인만큼 [고독이 몸부림칠 때]는 TV 드라마와 확실한 차별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TV 드라마와 차별을 두지 못한다면 관객들은 굳이 비싼 돈을 주며 극장으로 향하기 보다는 '이런 영화는 나중에 명절 특집으로 해주는 주말의 명화 시간에 봐도 돼'라고 말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TV 드라마와의 차별성... 이미 영화배우가 아닌 TV 탤런트들을 주축으로 캐스팅이 이루어졌기에 배우에 의한 차별성은 애초에 힘이 듭니다. 그렇다고 흥행성이 희박한 이런 모험적인 영화가 TV 드라마가 감히 시도하지 못할 어마어마한 규모로 만들어졌을리는 더욱 없습니다. 게다가 중견을 넘어선 노년 배우들을 캐스팅한만큼 TV 드라마는 표현의 한계로 인하여 그려내지 못한 표현 수위가 높은 장면들 또한 이 영화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으로 [고독이 몸부림칠 때]는 TV 드라마와의 차별성을 관객에게 보여줄 것인가? 이것이 제가 이 영화를 보기전에 가졌던 궁금증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아쉽게도 이 영화는 TV 드라마와 별다른 차별성을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TV에서 더 자주 활약하고 있는 노년 배우들을 캐스팅한데따른 후유증으로 많은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이 영화는 시골 마을의 시끌법석한 풍경과 다른 영화들과 차별되는 캐릭터와 로맨스, 그리고 마지막에 깜짝 반전으로 핸디캡을 모면하려고 시도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그리 성공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시골 마을의 시끌법석한 소동극도 TV 드라마와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을 뿐더러 주연급 캐릭터들이 무려 7명이나 등장하는 바람에 그들이 이끌어내는 스토리 라인이 조금 어수선해 보였고, 마지막 반전도 반전에 관해서만은 눈높이가 한없이 높아진 관객들을 채워주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이 영화의 기획 자체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영화를 본 후에도 극찬이 가득한 글을 쓰고 싶었던 저는 영화를 보는내내 눈을 부릎뜨고 극찬을 할만한 요소들을 이리저리 찾아 헤멨지만 결국 노년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 외엔 별다른 극찬꺼리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제게 이 영화는 기획 자체의 신선함이라는 의미만을 가질뿐 TV 드라마와 전혀 차별성을 두지 못한 영화답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앞에서도 언급한 노년 배우들의 신선한 연기만은 분명 이 영화가 거둔 수확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TV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이미지를 보여주긴 했지만 마치 이 영화에 출연한 노년 배우들은 젊은 배우들이 판을 치는 요즘 영화들에게 우리도 이렇게 웃길 수 있다라며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는 것만 같았습니다. 주현과 양택조의 오버 연기는 더더욱 빛을 발했으며, 선우용녀의 공주병 연기와 박영규의 느끼한 연기 또한 극장의 커다란 스크린을 만남으로써 TV의 작은 브라운관에서 느낄 수 없었던 또다른 재미를 안겨 주었습니다. 송재호의 연기 역시 다른 출연 배우들의 오버 연기와는 차별되는 듬직한 연기로 이 영화를 차분하게 붙잡아 줬습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30대의 젊은(?) 나이를 유지하며 TV 탤런트가 아닌 전문 영화 배우인 진희경의 연기가 TV 탤런트급 노년 연기자들의 연기에 파묻힐 정도입니다.
비록 이 영화를 본 후 점 더 영화적이어야만 했다고 불만을 터트리고는 있지만 노년 배우들만으로도 얼마든지 유쾌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의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결코 몸짱 얼짱인 배우 경력이 몇년 되지 않는 젊은 배우들만으로는 표현 할 수 없는 깊은 연기를 이 영화속 노년의 배우들은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록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제 글을 읽은 많은 분들이 '역시 이 영화는 TV에서 봐도 돼'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를 계기로 우리 영화도 젊은 배우 일색의 영화에서 벗어나 경륜이 있는 배우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천성적으로 배우층이 얇은 우리 영화게에서도 충분히 이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TV로 볼 생각을 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말합니다. 이 영화를 TV에서 보면 이 영화의 노년 배우들의 오버 연기는 그냥 단순한 TV 드라마급 연기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극장에서 본다면 노년 배우들에게는 젊은 배우들이 표현하지 못하는 연기의 경륜이라는 것이 있구나하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그리고 덩달아 새로운 시도를 하는 우리 영화들에게도 힘을 실어줄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제 예상과는 달리 이 영화가 [집으로...]와 같은 흥행 돌풍을 일으키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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