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4년 영화이야기

[헌티드] - 평범한 스토리 라인을 이끌고가는 범상치않은 잔인함.

쭈니-1 2009. 12. 8. 16:43

 



감독 : 윌리엄 프리드킨
주연 : 토미 리 존스, 베네치오 델 토로, 코니 닐슨
개봉 : 2004년 3월 12일
관람 : 2004년 3월 2일


'세계의 평화를 위해'라는 명목아래 살인병기로 훈련되어진 한 청년이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애론 할렘(베네치오 델 토로). 살육과 광기의 도가니였던 1999년 코스보 전쟁을 겪으며 애론은 결국 서서히 미쳐가고 결국은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한채 평범한 일반인들을 암살자로 오인하고 처참하게 살인해버립니다. 미국정부는 애론을 잡기위해 그에게 살인 기술을 가르쳤던 교관 본햄(토미 리 존스)을 투입합니다. 그리고 이제 애론과 본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오랜만에 영화의 스토리를 나열하고보니 이 영화는 전형적인 B급 액션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군요. 제목도, 배우도, 감독도 기억하지 못할 비디오샵의 그 수많은 B급 액션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없는 스토리 라인을 이 영화는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겁니다. 그러나 [헌티드]를 그렇고그런 B급 액션 영화로 치부해 버리기엔 [프렌치 커넥션], [엑소시스트]의 명감독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과 이름만으로도 왠지 든든함이 느껴지는 연기파 배우 토미 리 존스, 그리고 개성있는 연기와 얼굴을 가지고 있는 헐리우드의 신성 베네치오 델 토로라는 배우의 존재가 너무나도 의아스럽습니다. '도대체 이 평범해보이는 영화에 나이든 노장 감독과 노장 배우, 그리고 한참 잘나가고 있는 젊은 신성을 한군데로 불러모은 매력이 어디 있는 것일까?'하는...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고 애론과 본햄의 쫓고쫓기는 추격전이 한참 무르익을 무렵이면 이 영화가 그 흔하디흔한 B급 액션 영화와 틀린 점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은 노장의 그 노숙한 솜씨로 평범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 이 영화를 B급 액션 영화와 차별되는 그런 액션 영화로 탈바꿈시켜 놓았습니다. 역시 연륜이라는 것.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닌가봅니다.


 



이 영화의 시작은 1999년 코스보 전쟁터입니다. 인종청소라는 어이없는 인간 광기의 극치를 보여줬던 코스보 전쟁의 참혹함은 초반부터 관객들에게 강인한 잔인함을 안겨줍니다. 그러나 알바니아의 민간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살해버리는 세르비아 군인의 잔인함은 곧 애론의 칼에 의한 잔혹한 암살에 묻혀 버립니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은 이 오프닝씬에서 총의 잔혹함을 단번에 짓눌러버리는 칼의 섬뜩함을 선보입니다. 그리고 칼이 주는 섬뜩함을 무기로 영화를 마지막까지 이끌어 갑니다.
그러한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선택은 분명 옳았습니다. 살이 찢기고 베어지는 잔혹한 장면들은 날카로운 칼의 이미지와 함께 영화를 보는내내 제 눈을 괴롭혔습니다. 총의 액션에 익숙한 제게 이 영화는 원시적이라고 할수도 있는 칼을 이용하여 철저하게 살인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겁니다.
특히 도심 한가운데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의 그 정교함과 영화의 마지막에 본햄과 할렘의 원시적이면서도 잔혹한 단검 싸움은 '역시 윌리엄 프리드킨이구나'하는 감탄사를 불러일으킬만 했습니다.  
게다가 토미 리 존스와 베네치오 델 토로의 연기도 이 영하의 재미에 한 몫합니다. [도망자], [도망자 2], [하이 크라임] 등에서 냉혹한 추격자의 이미지를 보여줬던 토미 리 존스는 [헌티드]에서도 어김없이 노련하면서도 냉혹한 추격자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베네치오 델 토로 역시 범상치 않는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영화의 재미를 마지막까지 이끌고 갔습니다.


 



하지만 [헌티드]는 아쉬움도 많이 남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액션 영화의 잔혹함이라는 면에서 놓고 본다면 분명 성공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그 잔혹함을 포착하기위해 윌리엄 프레드킨 감독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은 셈입니다.
이 영화가 잃은 가장 큰 것은 바로 주제 의식입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성경에 나오는 아브라함과 이삭의 일화를 들려주며 살인이라는 것이 아무리 전쟁이라는 이름아래 합법화하여도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추악한 원죄임을 시사합니다. 영화의 초반 코스보 전쟁씬만 하더라도 그러한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오프닝씬이 지나자마자 영화는 바로 4년후 미국으로 무대를 옮기고 곧바로 고도로 훈련된 살인 병기 애론과 그의 뒤를 쫓는 냉혹한 추격자 본햄의 추격전에 촛점을 맞춥니다.
물론 [헌티드]는 재미를 앞세운 어쩔수없는 액션 영화이기에 액션에 대한 이 영화의 집중적인 촛점은 당연한 것일 겁니다. 하지만 평범한 B급 액션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 이 영화로써는 주인공인 애론의 내적 갈등에 좀더 시간을 할애했어야 했습니다. 단지 10여분간의 코스보 전쟁씬만으로는 애론이 미쳐버린 이유를 관객에게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합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애론은 단지 잔혹한 미치광이뿐이며 본햄은 단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추격자일 뿐입니다. 애론이 전쟁의 광기로 인하여 희생된 불쌍한 존재라는 사실은 영화의 초반 잠깐 비춰질뿐 영화의 마지막쯤에 이르르면 단지 잔인한 살인자로 전락해 버리는 겁니다. 영화의 액션에 아무런 연관성을 느낄 수 없고 영화가 중간부터 시작한 듯한 느낌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은 분명 아직도 녹슬지 않은 액션 영화에 대한 솜씨를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프렌치 커넥션], [엑소시스트]에서 보여줬던 그 인간의 내면적인 갈등을 잡아내는 섬세함은 이 영화엔 없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스토리 라인을 이 만큼 이끌어온 노장 감독의 솜씨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60세가 넘은 나이에 이러한 감각적인 액션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감독은 몇 안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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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주 보고 싶었더랬죠 ㅠ_ㅠ
배우진 자체가 제가 거품무는 배우들이라 ㅠ_ㅠ
 2004/03/16   
쭈니 ㅋㅋㅋ
카리스마가 넘치는 배우를 좋아하시는군요.
그렇담 한번 보세요.
괜찮으실 겁니다.
 2004/03/16   
규허니
액션영화라면 빼놓지 않고 봤엇는데 어쩌다 이영화는 예고편은 물로 포스터도 구경도 못했단말이더냐..ㅜㅜ
군대있을때 개봉했었나...
암튼 오늘 이거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쭈니님덕분에 또 잃어버릴뻔했던 영화한편건졌네요..ㅎㅎ 감사용..
 2007/01/04   
쭈니 결국 이 영화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  2007/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