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라자 고스넬
주연 : 닐 패트릭 해리스, 제이마 메이스, 행크 아자리아
더빙 : 박명수, 아하늬, 김경진
개봉 : 2011년 8월 11일
관람 : 2011년 8월 15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추억은 방울방울
저와 같이 80년대에 유년 시절을 보낸 분이라면 '개구쟁이 스머프'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TV 애니메이션이었을 것입니다.
각기 개성이 다른 파랗고 작은 요정 스머프와 스머프를 잡아 황금을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사악한 마법사 가가멜과 그의 애완 고양이 아즈라엘. 매번 가가멜이 스머프를 곤경에 빠뜨리지만 결국은 스머프가 이기고 가가멜이 당하는 이 애니메이션에 저는 꽤나 푹 빠져 있었습니다.
그런 80년대 제 유년 시절의 추억이 듬뿍 담긴 '개구쟁이 스머프'가 할리우드 영화로 재탄생하였습니다. 80년대 TV 시리즈처럼 아예 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였으면 참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요즘 애니메이션의 대세인 3D 애니메이션에 실사를 합성한 방식으로 영화화되었습니다.
그래도 저로서는 [개구쟁이 스머프]를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사회의 때가 묻지 않았던 제 어릴 적 순수했던 그 시절의 추억을 만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였기 때문에...
이미 [로보트 태권 V]를 보며 웅이와 세월을 뛰어 넘어 추억을 공유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고, 작년에는 온 가족이 할리우드 3D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 [아스트로 보이 : 아톰의 귀환]을 보며 한동안 '우주소년 아톰'으로 이야기 꽃을 피웠었습니다.
그런 좋은 기억이 있었기에 저는 [개구쟁이 스머프]의 개봉 소식을 듣고 이번에도 웅이와 함께 세월을 뛰어 넘어 추억을 공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떴었답니다.
하지만 저처럼 80년대 '개구쟁이 스머프'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구피는 [개구쟁이 스머프]의 개봉 소식에 '보고 싶어!'를 외쳤지만 웅이는 '스머프가 너무 못생겼어, 안봐!'라고 선언해 버려 온 가족이 추억을 공유하겠다는 제 계획은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엄마도 함께 극장에 간다는(대부분 웅이와 제가 영화를 볼 때엔 구피는 쇼핑을 합니다.) 소리에 웅이도 '그러면 볼께.'라고 승낙을 했답니다. 그렇게해서 [로보트 태권 V], [아스트로 보이 : 아톰의 귀환]과 함께 제 어릴 적 추억을 웅이와 공유할 수 있는 세번째 영화 관람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뭐? 무대가 뉴욕이라고?
사실 제가 [개구쟁이 스머프]를 기대하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불안요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불안요소는 영화의 무대가 스머프의 생활 공간인 숲 속 작은 버섯 마을이 아닌 미국의 대도시 뉴욕이라는 점입니다.
스머프들을 뉴욕에 던져놓고 그들이 뉴욕에서 좌충우돌 소동을 벌이는 것으로 영화의 재미를 설정한 것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언제나 정겹던 버섯 마을을 볼 수 없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섭섭했습니다.
게다가 이번 영화에서는 파파스머프, 투덜이(김경진), 스머패트(이하늬), 똘똘이, 투덜이, 덩치가 주로 활약합니다. 각자 개성이 다른 스머프 중에서 그래도 기억에 남는 대표 캐릭터들을 모아 놓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개구쟁이 스머프'에 대한 제 어릴 적 추억을 달래주기엔 이 단촐한 여섯 스머프로는 조금 아쉽기만 했습니다.
분명 영화의 설정 자체에서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어릴 적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저는 [개구쟁이 스머프]가 반가웠습니다.
영화의 처음부터 3D의 스릴을 느낄 수 있는(저는 3D로 보지는 않았지만 분명 3D로 봤다면 최소한 첫 장면만큼은 우와~ 하며 탄성으 질렀을지도 모릅니다.) 스머프가 새를 타고 숲 속을 날아 버섯 마을에 오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개구쟁이 스머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스머프송이 울려 퍼지고, 주책이와 익살이, 똘똘이 등 반가운 캐릭터들이 줄지어 등장합니다.
이러한 첫 장면을 보며 라자 고스넬 감독이 아예 작심하고 처음부터 '추억을 간직한 어른 관객들과 3D 영화에 길들여진 어린 관객들에게 서비스를 하는 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그들은 곧바로 버섯 마을을 벗어나 여섯 스머프만 뉴욕으로 감으로서 추억을 좀 더 느끼고 싶었던 제겐 아쉬움이 남겼지만, 초반의 아주 짧은 그 순간 만이라도 추억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답니다.
어릴 적 추억을 간직한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추억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스쿠비 두'를 2002년 영화화해서 흥행시킨 라자 고스넬 감독은 '개구쟁이 스머프'를 영화화하는데 있어서 분명한 흥행 전략을 세운 듯이 보입니다.
그것은 스머프와 가가멜의 전통적인 대결 구도는 그대로 둔 채 80년대 '개구쟁이 스머프'를 즐겼던 세대를 공략한 것입니다. 이젠 저처럼 30, 40대 중년이 되어 사회 생활에 찌들대로 찌든 어른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기억하라.'고 부채질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화장품 회사의 광고기획팀에 근무 중인 조한(닐 패트릭 해리스)이라는 캐릭터입니다. 원작에서는 없었던 이 새로운 캐릭터는 사랑하는 아내 그레이스(제이마 메이스)의 임신과 회사 내에서의 승진, 그리고 신상품 광고를 이틀내에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 잡힌 전형적인 저희 세대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파파스머프에게 묻습니다. 100명의 스머프들이 모두 파파스머프만 바라보고 있는데 부담스럽지 않냐고? 어쩌면 그것은 가족 부양이라는 무거운 짐을 진 바로 지금 시대 가장들의 고민입니다.
어린 관객들을 주 관객층으로 하고 있는 영화에서 성인의 고민이 갑자기 튀어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라자 고스넬이 [개구쟁이 스머프]를 만들며 추억을 회상면서 극장을 찾은 저와 같은 성인 관객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러한 질문에 이 영화는 진지한 대답을 준비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어린이 취향의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뛰어 넘지는 못한 셈이죠. 그래도 다른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이렇게 어른 관객까지 염두에 둔 라자 고스넬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조금은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즐길 수 있는 신나는 스머프의 모험
뉴욕까지 쫓아온 가가멜(행크 아자리아, 박명수)이 벌이는 뉴욕에서의 소동. 스머프로 인하여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 조한. 그리고 가가멜과 스머프의 마지막 대결.
[개구쟁이 스머프]는 예상되었던 스토리 라인을 차근 차근 펼쳐 보이며 영화를 진행시킵니다. 비록 새로운, 혹은 뜻밖의 이야기 전개는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저는 영화를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언제나 사고만 치는 주책이 스머프의 마지막 활약, 싱크로율 100%에 도전하는 행크 아자리아의 가가멜 연기, 그리고 섹시한(?) 여전사로 다시 태어나는 스머패트의 재발견 등. [개구쟁이 스머프]는 제 어릴 적 추억도 되살리고, 스머프를 처음 만나는 웅이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적 재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재미있게 봤으면서도 스머프에 대한 웅이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나봅니다. 그날 저녁 웅이의 일기장에는 '재미있었다. 하지만 스머패트는 못생겼다.'라고 쓰여 있더군요.
하긴 미끈한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웅이에게 전형적인 이등신 꼬마 요정 스머프는 이상하게 보였을 수도 있었겠네요.
그래도 이제 웅이와 함께 나눌 또 하나의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로보트 태권 V]를 보고는 '로보트 태권 V'의 한정판 피규어를 구입하고 함께 열심히 갖고 놀았고(아쉽게도 웅이가 너무 어렸을 적 사준 탓에 태권 V의 팔이 전부 망가져 버렸습니다.) [아스트로 보이 : 아톰의 귀환]을 보고는 인간의 마음을 가진 로봇에 대한 제법 심층있는대화를 웅이와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제 [개구쟁이 스머프]를 보았으니 웅이가 잠들기 전에 해주는 옛날 이야기에 스머프들의 모험담을 내 맘대로 지어서 해줄 수 있겠네요. 이런 이유로 저는 웅이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영화가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은 스머프들의 세계에서는 자신이 가진 개성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생활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자신의 개성을 감추고 사회에 적합한 사람으로 치장하기에 급급하다.
투덜이는 맘대로 투덜거리고, 주책이는 주책부리고, 똘똘이는 잘난척만해도 되는 세상.
스머프의 세계가 매력적인 것은 우린 그럴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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