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5월 10일
MOVIE 단성사
영화를 보는 재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체험해보지 못한 이상한 세계나 희안한 세상을 영화를 통해 영상으로서 체험해 보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담스 훼밀리],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매우 만족스럽고 멋있는 영화였다.
다재다능한 스포츠맨에다가 지하에 엄청난 보물을 숨겨둔 아버지. 아이들의 살인적 게임에 조금도 개의치않고 해골그림 수집이 취미인 어머니. 목잘린 인형을 끼고 공동묘지에서 잠자기를 좋아하는 딸. 각종 경고판 수집이 특기이고 전기의자를 좋아하는 아들. 눈알 요리와 거미 요리가 일품인 주방장 할머니. 후랑켄슈타인과 생김새가 비슷한 2m50cm의 거구인 집사. 고메스의 일급 비서인 손사람. 그리고 25년만에 나타나는 삼촌 페스티. 이 여덟 사람이 펼치는 사건들은 관객들을 희안한 세계로 안내한다.
아담스 일가는 심술궃지만 악한 사람들은 아닌 조금은 희안한 가족이다. 이들은 별의별 장난을 다치며 지내지만 가족간의 애정은 두텁다. 이들은 거대한 맨션, 고아대한 토지, 그리고 지하금고에 묻힌 엄청난 금은보화를 가진 거부 가족이다.
하루는 가장인 고메스의 형인 페스터가 행방불명 25년 만에 이 집에 나타난다. 그러나 그는 페스터가 아니고 이 집의 재산을 탐낸 늙은 여인인 아비게일의 아들로 페스터와 외모가 비슷한 점을 이용, 대머리인 것처럼 머리를 면도하고 분장을 한 후 이 집의 문을 두드린다.
처음에 고메스는 페스터의 어색한 행동을 보고 오랜만에 집에 와서 그렇겠거니 생각했는데 25년이 지났어도 형제라면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것들을 모르고 있는데서 그를 의심하기 시작하여 여러가지로 시험해 본다.
페스터가 의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아비게일은 자신이 심리학자임을 이용, 페스터를 믿게 한다. 모자는 음모를 순순히 진행시키고 결국 아담스 가족의 재산은 맏아들인 페스터의 것이라고 고메스와 사이가 안좋은 판사가 판결을 내림으로서 고메스 일가는 정든 집을 떠난다.
허탈감에 빠진 고메스. 한편 고메스의 부인인 모티시아는 음모를 밝히려 집에 들어갔다가 악당들에게 들켜 고문대에 온 몸이 묶이고 금고 열 것을 강요당한다. 그걸 발견한 손이 고메스에게 달려가 위급을 알리고 고메스는 혼자 뛰어가서 고문대에 묶인 아내를 발견하나 아비게일은 총구를 모티시아의 머리에 대고 이번엔 고메스에게 금고를 열 것을 강요한다.
순간 어머니의 독재에 염증이 난 페스터는 폭풍을 부르는 책을 펼쳐 악인들을 쓸어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기억도 되살린다. 사실 그는 진짜 페스터로 어릴때 기억상실증에 걸려 해매는 것을 아비게일이 주워다 키운 것이다. 드디어 온 가족이 다시 모이게 되고 이들은 예전처럼 자신들의 방식대로 행복하게 살아간다.
마지막 라스트는 아담스 일가가 송장 깨우기라는 놀이를 하면서 끝을 내는데 이 놀이는 공동 묘지를 파서 시체를 누가 빨리 찾아내는가 하는 것. 이 놀이와 같이 아담스 가족은 정말 희귀한 생활을 한다. 화형이나 생매장같이 비참하게 죽어간 조상들, 그러나 그런 조상들을 자랑스러워하며 뒷마당인 공동묘지에 동상을 세워놓는 고메스.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권태로운 자신의 일상 생활에서 빠져나와 자유분방하고 재미있게 사는 아담스 가족을 동경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분장과 특수효과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특히 가족의 구성원의 하나로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손사람은 매우 특별한 기획이었다. 온 몸이 머리로 뒤덮힌 사람, 몸은 하나이지만 머리가 둘인 쌍둥이 여인, 어찌보면 괴상하게 보일 이 사람들은 이 영화에선 하나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정상적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이 영화의 호소력은 대단했다.
책에서 폭풍이 불어서 악당들을 쳐부수는 장면이 어찌보면 허무맹랑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영화의 분이기상 매우 잘 어울리는 클라이맥스라 생각한다. 한마디로 단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최고의 환상 영화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감동을 찾으려 하는 것은 무리. 그저 권태로운 일상 생활에서 빠져나와 2시간 동안 환상의 세계를 경험하고 그날 밤 누워서 '내가 그 환상의 세계의 주인공이라면?'하는 상상에 빠지는 것으로 만족할 것.
2011년 오늘의 이야기
이 영화는 누나와 함께 종로 단성사에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보니 누나와 참 영화를 자주 봤었는데, 그 대표적인 영화가 [인어공주], [아담스 패밀리], [쟈니핸섬]이었습니다. 누나는 결혼 전까지만해도 저보다 더 많은 영화를 보던 영화광이었지만 결혼 후에는 영화와 담을 쌓고 지내더군요.
[아담스 패밀리]는 배리 소넨필드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그는 이 영화의 성공 이후 [겟 쇼티], [맨 인 블랙] 등의 흥행작을 냈지만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의 흥행 실패로 낭팰르 보기도 했었습니다.([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는 1억7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미국에서 벌어들인 흥행수입은 1억1천3백만 달러였습니다. 월드 와이드 성적도 2억2천2백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아담스 패밀리]는 3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미국에서만 1억1천3백만 달러를 벌어 들였고, 월드 와이드 성적은 1억9천1백만 달러... 하지만 2년 후에 만든 [아담스 패밀리 2]는 전 편의 절반도 안되는 4천8백만 달러 흥행에 멈췄고, 결국 시리즈의 3편은 데이브 페인이 메가폰을 잡고, 팀 커리, 다릴 한나 등 주연이 모두 교체되며 비디오용 영화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아담스 패밀리]에서 가장인 고메스 역을 맡은 라울 줄리아는 1994년 [스트리트 파이터] 출연 중 뇌졸증 복합증세로 사망하여 영화팬들을 안타깝게 했으며, 귀여운 엽기 딸 웬즈데이를 연기한 크리스티나 리치는 요즘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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