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1년 영화이야기

[리오] - 나도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쭈니-1 2011. 8. 3. 11:41

 

 

감독 : 카를로스 살다나

더빙 : 제시 아이젠버그(송중기), 앤 헤더웨이(박보영)

개봉 : 2011년 7월 27일

관람 : 2011년 8월 2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웅이의 방학을 위하여...

 

요즘 아이들은 참 바쁩니다. 저는 방학이면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 바빴는데, 웅이는 여름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태권도장, 영어 학원 다니느라 놀 시간도 놀 친구들도 별로 없습니다.

아! 오해는 하지 마세요. 저와 구피가 학구열이 불타서 웅이를 억지로 학원에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웅이가 욕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배우고 싶다고 떼를 씁니다. 태권도, 영어 외에도 웅이가 배워보고 싶다는 것이 많았는데, 방학엔 놀아야 한다고 저와 구피가 오히려 웅이를 설득하고 있답니다.

그렇게 여름 방학을 맞이했지만 학원에 다니기 바쁜 웅이. 그런데 8월 1일과 2일 이틀 간 태권도장, 영어 학원이 동시에 방학을 맞이했습니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웅이는 직장을 나가야 하는 엄마, 아빠 대신 하루종일 같이 있는 외할머니께 심심하다고 투정을 부렸다고 하네요.

그래서 8월 2일 하루 간 회사에 연차 휴가를 내고 웅이와 하루 종일 놀아주기로 했습니다. 웅이의 진짜 방학을 위해서...

 

우선 하루 종일 놀 장소는 월드컵 공원으로 정하고, 상암 월드컵 경기장 내에 있는 상암 CGV에 [리오]를 예매했습니다. 특별한 날이니만큼 그냥 보통 2D가 아닌 4D PLEX로 예매했습니다.(물론 CGV VIP회원에게 제공되는 4D PLEX 평일 1인 무료 입장권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상암 홈플러스에서 구피가 함께 였다면 절대 사주지 않았을 돈가스, 오무라이스, 새우 튀김 철판 볶음밥으로 배를 채우고 월드컵 공원에서 실컷 뛰어 놀았습니다. 바닥 분수대에서 품어져 나오는 물도 실컷 맞고, 호수에서 피라미 잡겠다고 한동안 난리도 치고(당연하지만 결국 한 마리도 잡지 못한) 그렇게 웅이의 진정한 여름 방학을 위해 하루를 소모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웅이는 '오늘이 꼭 일요일 같아요.'라며 좋아합니다. 저도 10만원 가량의 연차 휴가비를 날려버렸지만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웅이와의 즐거운 하루를 보내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기분이 좋아서인지 몰라도 그날 웅이와 함께 본 [리오]는 최고로 흥겹고 즐거운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4D로 본 [리오]는...

 

[리오]는 [토이 스토리 3] 이후 제겐 두 번째 4D 관람입니다. 아무래도 4D는 성인이 18,000원, 청소년은 13,000원으로 일반 관람료보다 2배는 비싸기 때문에 선뜻 4D 관람을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토이 스토리 3]의 4D 관람이 즐거웠었고, 웅이도 [토이 스토리 3]에 대한 좋은 기억 때문에 4D 관람을 기대하고 있어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웅이를 위해 4D 관람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됩니다.

일단 [리오] 4D 관람에 대한 전체적인 평을 한다면 [토이 스토리 3] 4D 보다는 다채로운 효과는 부족했습니다. [토이 스토리 3]의 경우는 물도 튀기고, 로맨틱한 분위기에서는 비누 방울도 날아다니고, 향기로운 꽃 향기도 느껴졌었습니다. 게다가 3D 효과도 탁월하여 3D의 입체감과 함께 의자가 움직일 때는 더욱 실감이 났었습니다.

 

하지만 [리오]의 4D 효과는 단조로운 편입니다. 물도 튀기지 않았고, 블루(송중기)가 쥬엘(박보영)을 보고 반하는 장면에서 비누방울이 나올만도 한데 그러지 않더군요.

게다가 영화 자체가 3D 효과가 부족해서 3D의 입체감과 4D의 다른 기능들이 결합된 실감나는 기분이 [토이 스토리 3]보다는 적었습니다.

그러나 [리오]는 대신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스릴을 만끽하게 해줍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새들이고, 영화에서 추락하는 장면이 많다보니 의자가 수시로 움직이며 하늘을 날으는(또는 추락하는) 기분을 만끽하게 하더군요.

정리하자면 [토이 스토리 3]보다 다채로운 4D 효과는 부족했지만 [리오]의 4D 효과는 어린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롤러코스터 효과에 집중함으로서 오히려 웅이가 더 즐거워했습니다. 물론 웅이도 영화가 끝나고 '그런데 왜 물이 안튀겨요?'라고 아쉬워했지만 '그래도 너무 너무 재미있었어요.'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답니다.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게 되는 삼바의 위력

 

[리오]는 굳이 4D가 아니더라도 꽤 매력적인 애니메이션입니다.

삼바의 도시 리오에서 펼쳐지는 이 흥겨운 영상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제 귀와 눈을 즐겁게 해줬습니다. 영화 자체가 워낙에 심각하지 않고 가벼워서 아이들과 부담없이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영화였습니다. 물론 묵직한 감동과 교훈을 선호하는 분들에겐 이러한 가벼움이 오히려 단점으로 지적될 수도 있겠지만 전 마냥 신나는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리오]는 브라질의 원시 정글의 새들을 마음대로 포획하여 사람들에게 애완동물로 파는 밀렵꾼들의 횡포를 그리고 있지만 밀렵꾼들은 포악한 악당이라기 보다는 귀여운 바보처럼 그려졌습니다. 악당이 존재가 귀여운 바보이다보니 영화 자체가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떻습니까? 삼바 리듬에 몸을 맡기고 즐기면 되는 거죠.

 

[리오]는 이렇게 단순히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합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당연히 흥겨운 삼바 리듬과 화려한 삼바 축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캐릭터들도 귀엽기만 합니다. 인간 악당 캐릭터도 바보스럽지만 귀엽고, 이 영화의 진정한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라파엘도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온갖 무서운 척은 전부 하지만 그다지 무섭지는 않습니다.

미국의 도시에서 편안한 생활을 하던 날지 못하는 앵무새 블루가 브라질의 정글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쥬엘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로맨틱 코미디가 연상될 정도로 로맨틱하면서도 흥겹고, 블루와 쥬엘을 도와주는 조연 캐릭터들도 디즈니의 영향을 받은 듯이 영화의 코믹한 분위기를 한껏 살려냅니다. 진정, 이렇게 순수하게 모든 긴장감을 풀어 버리고 영화를 즐기기만 한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나도 그만 쥬엘에게 반해 버렸다.

 

특히 제가 [리오]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블루에게 감정입이 된 저를 쥬엘에게 반하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쥬엘은 사람이 아닌 앵무새입니다. 제가 아무리 블루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아닌 앵무새에게 사랑에 빠지게 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만큼 [리오]의 쥬엘은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것이죠.

쥬엘의 더빙 연기는 앤 헤더웨이가 했다고 합니다. 비록 제가 본 영화에서는 박주영의 목소리가 덧붙여져 있었지만 쥬엘을 보며 앤 헤더웨이의 매력이 새록 새록 느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 클럽에서 삼바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장면에서 쥬엘이 날아오르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그야말로 환상적입니다. 쥬엘의 보던 블루의 표정이 바뀌는 것처럼 저 역시 그 장면을 보며 '우와 정말 아름답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바로 [리오]의 힘입니다. 삼바의 흥겨운 리듬과 삼바 축제의 화려함 속에 나도 모르게 [리오]에, 그리고 쥬엘에게 반해 버린 것이죠.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삼바 리듬에 어깨를 들썩이며 월드컵 공원을 거닐고, 옷이 물에 젖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면서도 웅이와 함께 바닥 분수대에서 옷을 적시며 뛰어 놀고, 어린 동심으로 돌아가 웅이와 함께 피라미를 잡겠다고 공원내 호수를 휘젖고 다닌 것 역시 그날 하루는 삼바 리듬의 마술에 빠져 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만약 회사일로, 또는 가정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리오]를 보며 1시간 30분 동안 영화를 즐기고 하루 동안 삼바 리듬의 마술에 빠진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뭐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이 있습니까? 하루 정도는 고민을 털어버리고 즐기는 것이죠. [리오]는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송중기와 박보영의 더빙도 꽤 좋았다.

하지만 제시 아이젠버그와 앤 헤더웨이의 [리오]를 볼 수만 있다면

다시한번 극장으로 달려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