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6년 영화노트

런어웨이 ★★★★

쭈니-1 2011. 7. 27. 17:56

 

 

감독 : 김성수

주연 : 이병헌, 김은정, 이경영, 장세진

 

 

* 해설

 

35mm 단편영화 [비명도시] 연출 뿐 아니라 [그대 안의 블루], [세상 밖으로] 공동 각본 등으로 이미 충무로에서 그 재능을 인정받은 김성수 감독. 그의 데뷔작은 뜻밖에도 액션 스릴러 [런어웨이]이다. 한국 영화계가 SF 영화 만큼이나 자신없어 하는 스릴러 영화에 신예 감독이 도전하다니 그것은 한국 영화계의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병헌은 자타가 공인하는 신세대 스타이다. TV에서 종횡무진 호라약하던 그가 스크린으로 발걸음을 옮긴 작품은 그의 영원한 파트너 최진실과 공연한 코미디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이다. 영화는 비록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병헌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좋은 평을 받아냈다.

그가 두번째로 도전한 스크린의 외출은 [런어웨이]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절박한 위험 속을 헤쳐나가는 액션 연기를 해내 그의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역시 TV 탤런트 출신인 김은정. 그녀의 캐릭터는 톡톡 튀는 현대 여성이었다. 외모 때문인지 그녀는 자신의 캐릭터 이미지를 벗어내지 못했고 [런어웨이]는 김은정의 첫 영화 출연작이자 자신의 고정된 이미지를 벗어 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녀가 이 영화에서 맡은 최미란이란 캐릭터는 이기적이며 자존심이 강한 현대 앨리트 여성. 그녀는 자신의 변신을 위해 이병헌과의 정사씬을 농염하게 연출했으며, 시종일관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로 도시를 질주하며 관객들을 아찔하게 했다. 위험에 빠진 여인 연기는 그리 실감나지 않았지만 변신은 성공한 셈.

어느새 톱스타가 되어버린 편안한 연기자 이경영. 그는 주연보다는 조연이 어울리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성공적인 캐스팅이라는 평가를 얻어낸 그가 맡은 연기는 의외의 악역. 영화 초반과 중반 주인공들을 도와주며 사건을 풀어나가던 그가 영화 후반 돌연 악당으로 변하자 관객들은 뒤통수를 얻어 맞은 느낌을 받게 된다. 그가 악당으로 출연할줄 누가 알았겠는가?

인기 MC 허수경의 남편으로 더 잘 알려진 장세진의 섬뜩한 킬러 연기도 눈여겨 볼 것.

 

* 줄거리

 

8월의 강렬한 태양아래 서울은 사막도시처럼 뜨거운 열기에 갇혀 있다. 젊고 자신만만한 컴퓨터 게임회사의 프로듀서 이동희(이병헌). 그는 6개월 동안 매달려온 프로젝트를 이제 막 끝내던 참이었다. 지친 일과를 마치고 휴식을 위해 집으로 햘하는 동희.

일러스트레이터 최미란(김은정)은 이기적이고 자존심 강한 엘리트 여성. 상업성이란 이름하에 자신의 작품이 난도질당할 위기에 처하자 허탈해한다. 이들의 짧은 만남. 미란의 집에서 스쳐지나듯 사랑을 나눈 이들은 이제 헤어지려 한다.

이때 이들은 끔찍한 살인사건을 목격한다. 이때부터 동희와 미란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로부터 생사를 건 추격을 당한다. 경찰로 가장한 이들이 동희를 납치하려하고 미란의 집 역시 킬러들이 찾아온다. 경찰서도, 병원도 동희의 회사까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동희와 미란의 절친한 친구들이 킬러의 손에 죽어가고 동희와 미란은 이 악몽같은 사건들에 지쳐간다. 그러나 여기에서 쓰러질 수는 없다. 

동희는 납치당했을 당시 차안에서 보았던 제약회사 카탈로그를 단서로 한국의 거대 마약 조직을 밝혀내고 장형사(이경영)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증거가 없는 이상 마약 조직을 뿌리 뽑지 못한다. 할 수 없이 동희와 미란은 마약 조직의 본거지인 나이트 클럽에 잠입하고 그곳에서 격투를 벌인다. 장형사의 도움으로 위기는 넘기지만 마약 조직의 두목이 차량 폭파로 북고 동희의 여동생 하연이 그들에게 납치당한다.

동생을 구하기 위해 약속 장소로 찾아가는 동희와 미란. 경찰의 도움으로 그들을 처치하지만 동료인줄 알았던 장형사는 돌연 동희와 미란에게 총구를 돌린다. 돈을 위해 마약 조직에 가담하여 두목마저 죽은 장형사. 그의 배신을 안 킬러 늑대(장세진)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건진 동희 일행. 이제 동희는 장형사에게 단죄를 내린다.

 

* 감상평

 

스릴러 영화의 최대 성공 요소는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스토리 전개이다. 그런 면에서 [런어웨이]는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의 눈에 익숙한 서울 거리를 영화의 주무대로 쫓고 쫓기는 긴박한 상황과 라스트의 반전이 돋보인다. 이기적이던 두 주인공이 서서히 사랑을 느끼는 과정도 매우 섬세하게 그려져있다.

도망 도중 수영장에서의 러브씬이라던가 라스트의 비현실적 상황은 이 영화의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런어웨이]의 약점으로 지목받았지만 우리도 스릴러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준 소중한 작품이기도 하다.

 

1996년 3월 6일

VIDEO

 

 

 


 

 

2011년 오늘의 이야기

 

요즘은 한국형 스릴러 영화를 흔하게 볼 수 있지만 1996년 당시만 해도 코미디, 멜로 영화가 주축이 된 한국 영화 가운데 스릴러 영화를 만난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습니다. 그러한 까닭에 [런어웨이]는 개봉 당시 상당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영화로 기억됩니다.

특히 관객들에게 익숙한 서울 시내를 스릴러의 장소로 탈바꿈시킨 김성수 감독의 연출력은 당시엔 굉장히 놀라웠는데 김성수 감독은 이후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를 만들며 남성적 매력이 철철 넘쳐 흐르는 영화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았었습니다.

하지만 2003년 [영어 완전 정복]이라는 독특한 코미디 영화 이후, 제작을 맡은 [중천]의 흥행 실패로 더 이상 신작 소식이 들리지 않네요. 개인적으로 김성수 감독의 남성적 매력이 넘치는 영화들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그리고 이 영화에서 파격적인 노출 연기까지 해냈던 김은정은 더 이상 영화 출연작이 없네요. 신세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꽤 괜찮은 여배우로 기억하는데... 아쉽...

참! 장세진과 허수경은 1997년 이혼했다고 합니다. [헛소동]에서 소개한 케네스 브래너와 엠마 톰슨도 그렇고... 영화 노트에서 부부로 소개된 배우들은 왜 영화 노트를 쓴지 얼마 안지나 이혼을 하는 것인지... 이것도 징크스라면 징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