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1년 영화이야기

[카 2] - 누가 메이터를 변하게 했는가?

쭈니-1 2011. 7. 25. 16:50

 

 

감독 : 존 라세티, 브래드 루이스

더빙 : 래리 더 케이블 가이, 오웬 윌슨, 마이클 케인

개봉 : 2011년 7월 20일

관람 : 2011년 7월 23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극장 예절도 조기 교육시키자.

 

제가 웅이를 처음 극장으로 데려 간 것은 2006년 그러니까 웅이가 4살 때였습니다. [아이스 에이지 2]라는 영화였는데, 당시 너무 어렸던 웅이는 영화를 보는 도중에 무섭다며 집에 가자고 칭얼거려서 어쩔 수 없이 영화 상영 도중에 극장 밖으로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 영화광인 아빠를 따라 극장 출입이 자연스러워진 웅이. 저는 웅이와 함께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 끊임없이 극장 예절에 대해서 가르쳤고, 그래서인지 웅이는 [아이스 에이지 2] 이후엔 단 한번도 영화 상영 도중 극장 밖으로 나가거나, 극장에서 떠는 일이 없답니다.

웅이는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에 꼭 들러서 마렵지 않아도 소변을 보고, [트랜스포머 3]처럼 러닝 타임이 긴 영화의 경우는 아예 음료수를 마시지 않는답니다. 영화 보는 도중에 화장실에 가고 싶을까봐...

저는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서 웅이와 영화를 볼 때는 꼭 통로쪽 자리를 예매합니다. 영화보는 도중에 화장실에 가야하는 불상사가 생기면 옆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웅이와 [카 2]를 보러 갔습니다. 토요일 낮이었고, 자막이 아닌 더빙 버전이라서 당연히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관객들이 많았습니다.

어느 정도 시끄러운 극장 분위기를 감수해야 겠다고 생각을 하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었습니다.

마치 화장실 가기 경쟁이라도 벌어진 듯이 영화 도중 화장실을 가는 어린 아이들과 부모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는데, 영화 시작하자마자 그러한 행렬이 시작된 것을 보면 그 분들은 영화 시작 전에 어린 아이들을 화장실에 데려가지 않은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통로 쪽에는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뛰어 놀았고, 그런 아이들을 부모들은 그냥 방치하더군요. 

영화가 끝나고 웅이가 '아빠, 저 아이들은 왜 영화보는 도중에 화장실을 가?'라고 묻습니다. 제게 극장 예절 조기 교육을 받은 웅이로서는 영화보는 도중에 화장실에 가는 아이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나봅니다.

극장 안은 공공장소입니다. 자신의 자녀들이 떠들면 다른 이들의 영화 관람이 방해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부모들이 그런 공공 예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면 아이들은 극장안 예절을 배울 수가 없습니다. 극장안 예절... 부모의 조기 교육이 필요합니다.

 

 

픽사 애니메이션 사상 최악의 졸작?

 

개인적으로 저는 픽사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토이 스토리]로부터 시작한 픽사의 3D 애니메이션은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로 절 매료시켰습니다.

웅이와 함께 극장에서 영화 보기를 즐기게 된 2006년 이후에는 픽사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졌는데, 웅이의 눈높이에 맞춰진 다른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픽사 애니메이션은 웅이는 물론 저 역시도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유행을 연 픽사이지만 사실 픽사 애니메이션의 최고 장점은 3D 애니메이션의 기술력보다는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꽉 채워진 이야기입니다. 그런 꽉 채워진 이야기의 힘은 픽사의 애니메이션에게는 속 편의 저주도 피해가게 만들었는데, [토이 스토리 2, 3]는 [토이 스토리]보다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제게 안겨줬습니다.

[카 2]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속 편의 안일함에 안주하는 픽사의 선택에 불안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것도 [토이 스토리 2, 3]의 선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개봉된 [카 2]는 픽사 최악의 졸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으며, 북미 박스오피스 성적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이후로 북미흥행 2억불을 넘지 못하는 최초의 픽사 애니메이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군요.)

 

사실 영화 평론가들의 평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제 취향은 고귀한 영화평론가들과는 다르니까요.) 저는 [카 2]를 향한 '픽사 최악의 졸작'이라는 평이 [카 2]를 기대하는데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카 2]를 보고나니 지금까지의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느꼈던 이야기의 힘과 감동이 [카 2]에서 많이 줄어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전 편인 [카]는 최고의 레이싱 차인 맥퀸(오웬 윌슨)이 어느날 사고로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한적한 66번 국도의 마을에 오게 되고, 그곳에서 화려한 성공과 갈채보다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카 2]는? [카 2]는 전 편의 중요 캐릭터들을 고스란히 가져오면서도 전편과는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카 2]는 007 제임스 본드를 연상하게 하는 첩보 스릴러로 시작하여 어리버리한 녹슨 견인차 메이터(래리 더 케이블 가이)가 얼떨결에 첩보원이 되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로 전환되더니, 진정한 우정을 이야기하며 끝을 맺습니다.

맥퀸의 레이싱은 여전히 속도감이 느껴지고, 메이터는 전 편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웃기지만, 왜 굳이 [카 2]라는 제목을 가져야 하는지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전 편과 이야기의 연결성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카 2]의 중심에는 메이터가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맥퀸이 아닌 메이터였다.

 

메이터는 전형적인 코믹 조연 캐릭터입니다. [인어공주]의 세바스찬, [라이온 킹]의 티몬과 품바처럼 영화의 코믹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약방의 감초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전형적인 캐릭터입니다.

[카 2]가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바로 그러한 메이터입니다. 이번에도 맥퀸의 활약을 기대했던 저와 같은 관객이라면 이러한 변화가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메이터의 엉뚱함은 분명 유쾌하지만 영화 전반으로 내세워지면 조금 답답하고 급기야는 짜증이 나니까요.

이렇게 맥퀸이 아닌 메이터가 주인공으로 급부상되며 이 영화는 [007 제임스 본드]에서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영국의 코미디 배우 로완 앳킨슨이 주연을 맡은 코믹 첩보액션 [쟈니 잉글리쉬]가 되어 버립니다. [007 제임스 본드]와 [쟈니 잉글리쉬]는 비슷한 첩보 액션 장르의 영화이지만 그 차이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른 차이는 이렇게 엄청난 것이죠.

저 역시 [카]의 메이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맛깔스러운 조연으로서의 메이터일 뿐입니다. 그가 맥퀸을 제치고 주인공이 되는 그 순간, 메이터는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가 아닌 바보스러운 주연 캐릭터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입니다. 영화의 후반이 되면 메이터는 변합니다. 이전의 어리버리한 녹슨 견인차였던 그는 뛰어난 추리력과 맥퀸을 향한 우정으로 모든 어려움을 해쳐나가 전 세계를 위기로 부터 구한 진정한 영웅이 됩니다.

영화의 중반, 메이터에게 상처를 줬던 맥퀸은 후회를 합니다. 그런 맥퀸에게 이탈리아의 노인이 충고를 합니다. 왜 그를 바꾸려 했느냐고... 진정한 친구라면 환경에 맞게 그를 바꾸려 하지 말고, 친구에 맞게 환경을 바꾸라는 충고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영화는 그러한  충고를 무시합니다. 메이터가 조연이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수도 있었지만, 주연으로 그 위치가 격상된 이상 영화는 그를 바꿔야 했을 것입니다. 그 결과 메이터는 맥퀸을 넘어서는 영웅이 되지만, 그러한 변화는 오히려 메이터라는 캐릭터에 대한 혼란만 제게 안겨줬습니다.

이 영화가 강조한 진정한 우정은 분명 픽사다운 메시지를 안겨주지만, 맥퀸 주연의 [007 제임스 본드]에서 메이터 주연의 [쟈니 잉글리쉬]로 영화의 분위기가 바뀐 것도 모자라 메이터의 캐릭터를 바꾸면서까지 첩보 액션으로 마무리하는 이 영화의 이야기 전개가 당혹스러웠습니다.

 

 

웅이는 전 편보다 좋아했지만, 난 전 편이 그리웠다.

 

영화가 끝나고 웅이는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메이터가 자신의 몸체에 난 상처를 치료하지 않으며 그것도 맥퀸과의 우정의 일부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다고 하네요. 메이터가 미국 스파이로 오해받게 되는 화장실 액션 장면이 가장 재미있었다며 [카]보다 재미있었다고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웠습니다.

하지만 전 아니었습니다. 분명 재미는 있었습니다. 일본, 이탈리아, 영국에서 벌어진 카레이싱 장면은 엄청난 속도감과 함께 화려한 영상을 선보이며, 66번 국도의 작은 마을 래디에이터 스프링스로 한정되었던 [카]의 스케일이 커졌음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전 일본의 화려한 네온싸인, 이탈리아의 자연의 아름다움, 영국의 고풍스러움보다 래디에이터 스프링스가 그리웠습니다. 그 작은 마을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겼던 맥퀸처럼, 저 역시 사람들에게 잊혀진 작은 동네이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간직했던 래디에이터 스프링스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번뜩이는 추리력으로 전 세계를 위기에서 구하는 메이터의 활약이라니... 마치 내가 알고 있던 메이터가 아닌 것 같아 이질감마저 느껴졌습니다. 

 

생산될 때부터 불량으로 생산된 레몬차의 비애, 환경오염의 주범인 화석 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의 필요성, 전형적인 루저의 영웅 탄생기 등 어쩌면 [카 2]는 전 편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와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레몬차의 비애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끝나버리고, 대체 에너지의 필요성 역시 반전을 위해 소모될 뿐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지 못합니다.

결국 남은 것은 루저의 영웅 탄생기인데, 저는 굳이 루저를 영웅으로 변신시키기 보다는 루저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이 더 낫다고 봅니다. 이탈리아 노인의 충고처럼 말이죠.

만약 [카 2]가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면 저는 웅이가 만족했고, 저 역시도 이 정도면 재미있게 봤다고 영화 이야기를 쓸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픽사 애니메이션입니다. [토이 스토리]로 부터 시작하여 매년 제게 폭풍 감동을 안겨줬던 바로 그 픽사 애니메이션이란 말입니다. 제가 애니메이션 중 가장 재미있게 본 것은 [인크레더블]이고, 가장 감동스럽게 본 것은 [월 E]입니다. 그런 픽사이기 때문에 [카 2]는 조금 아쉽습니다.

뭐 픽사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언제나 제게 재미와 감동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카 2]로 인해서 픽사 애니메이션에 대한 제 기대감이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카 2]는 픽사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절 실망시킨 영화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

 

 

영화를 보며 이 영화의 화려한 배경들에 '우와!'라는 감탄사를 보냈었다.

그래, 일본은 화려했고, 이탈리아는 아름다웠으며, 영국은 고풍스러웠다.

하지만 난 래디에이터 스프링스가 그립다.

그 수려한 자연과 순박한 자동차들이 모여 있는 그곳이 화려한 첩보원의 세계보다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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