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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 - 안녕, 내 20대의 마지막 잔영이여!

쭈니-1 2011. 7. 14. 10:42

 

 

감독 : 데이빗 예이츠

주연 :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랄프 파인즈

개봉 : 2011년 7월 13일

관람 : 2011년 7월 13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10년을 한결같이 내 곁을 지켜준 친구를 떠나 보내며...

 

10년을 한결같이 제 곁을 지켜준 친구를 어제 떠나보냈습니다. 그 친구가 저를 불쑥 찾아온 것은 2001년 겨울이었습니다. 유난히 추웠던 그 겨울, 저는 실연의 아픔으로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술을 마셨고, 매일 그녀를 회상하며 눈물지었습니다. 바로 그때 그 친구가 제게 손을 내밀어 준 것이죠.

하지만 전 그 손을 잡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마음의 상처가 있던 저는 어린 그 친구의 순수함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그런 제게 섭섭하다고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1년 후 다시 제게 손을 내밀더군요. 당시 저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며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그러한 여유로 그 친구를 만났지만 여전히 저는 그 친구에게 '넌 너무 어려!'라고 투덜거렸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2년 후에야 돌아온 그 친구는 어느덧 훌쩍 성장해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한 여자의 남편,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던 저는 몰라보게 성장한 그 친구의 변신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고, 그 친구는 어린 아이에서 청년으로 점점 성장했습니다. 저는 그 친구의 성장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기도 했고, 아쉽다며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결같이 제 곁을 지켜줄 것 같았던 그 친구가 어제 제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것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동그란 안경을 쓴 꼬마였는데 이젠 어엿한 청년이 되어서 죽음과 맞서 싸워 이기고는 '더 이상 난 네 곁에 머물 수가 없어.'라고 말을 합니다.

그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는 실연의 아픔의 방황하던 찌질이 20대 청년이었던 저는, 그 친구가 이별을 말하는 그 순간 마흔을 바라보는 중년으로 한 가정의 어엿한 가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결코 아름답거나 화려하지 않았던 나의 20대. 그 20대의 마지막 해에 겪었던 제겐 감당할 수 없었던 아픔. 이젠 추억이 되어 버린 그 20대의 잔영이 그 친구와 함께 떠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 친구와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저는 비로서 수줍게 고백했습니다. 그 동안 고마웠다고...  처음엔 널 외면하고, 너에게 쓴소리를 해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한결같이 내 곁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제 고백에 그 친구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나도 너와 함께여서 행복했다고... 

 

 

진정한 행복을 지키기 위한 모험.

 

그러고보니 그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가 다시금 생각나네요. 이모와 이모부의 학대 속에서 기를 펴지 못했던 그 왜소한 소년. 하지만 그 소년은 자신에게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것을 맛보게 해주었던 호그와트 마법 학교와 친구들, 선생님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도 내걸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줬습니다.

어쩌면 저는 그 친구의 행복을 질투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잔인한 현실 속에서 도망친 그 친구는 판타지의 세계 속에서 주목 받고,  진실한 친구도 사귀고, 아버지와도 같은 교장 선생님도 만나며 어느새 영웅이 되어 있었지만, 저는 잔인한 현실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묶여 고통 속에 몸부림치고 있었으니까요.

아마 제가 그 친구 대신 절대 반지를 없애기 위한 또 다른 친구의 활약에 열광했던 것도 그래서였을 것입니다. 그 친구는 저보다 힘들었고, 저보다 괴로웠으며, 저보다 외로웠거든요. 같은 판타지의 세계 속에 있는 친구들이었지만 저는 그 세계에서 행복을 찾은 친구보다는 온갖 고난을 겪는 친구의 손을 먼저 잡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모르고 있었던 것이 있습니다. 불행을 겪은 자만이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저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죠.

그래요. 2001년 겨울, 저는 지독하게도 불행했지만 그러한 불행이 있었기에 사랑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었으며, 지금의 행복도 누릴 수 있었겠죠.

그 친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린 시절의 불행이 있었기에 그 친구는 자신에게 찾아온 행복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겁니다. 그러면서 그 친구는 점점 성장해 나간 것입니다. 소중한 것을 지킨다는 것. 그 친구는 그것이 곧 자신의 행복을 지킨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끊임없이 그를 응원했습니다. 그 친구가 저를 찾아온 날이면 만사 제쳐두고 그 친구를 만났고, 가끔은 그 친구의 활약에 불평을 쏟아냈지만 그것 역시 그 친구를 향한 제 우정의 표현이었던 것입니다. 제가 새로운 행복을 얻은 만큼 그 친구 역시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해치려는 것들과의 싸움이 점점 겪해지고 있을 때, 저는 동그란 안경을 쓰고, 현실의 불행에서 도망치던 왜소한 꼬마의 행복한 미소를 떠올렸습니다. 그 꼬마의 작은 행복을 잠시나마 질투한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더군요.

 

 

마지막 전쟁, 내 눈시울은 뜨거워진다.

 

행복을 지키기 위한 그 친구의 노력은 눈물 겨웠습니다. 그 친구가 성장하는 만큼 행복을 위협하는 것들 역시 점점 거대해졌고, 그러면 그럴수록 그 친구의 얼굴은 미소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든든한 보호자였던 시리어스도, 덤블도어 교장 선생님도 결국 죽음을 맞이했고, 행복한 보금자리와도 같았던 호그와트 마법 학교에서 쫓겨 나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에겐 너무나도 가혹한 시련이었죠.

작년 겨울 그 친구의 모습은 너무나도 지쳐있었습니다. 그래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항간에서는 그 친구가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믿었습니다. 그 친구는 지쳐 있었지만 얼굴엔 행복을 지켜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어제 마지막으로 만난 그 친구의 그 눈물겨운 노력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 친구는 더이상 두려워하지도 않았고, 혼란스러워하지도 않았습니다. 행복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와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강한 믿음으로 그 힘겨운 싸움을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더 이상 그 친구는 혼자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 친구에겐 론과 헤르미온느라는 든든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호그와트 마법 학교에서의 수 많은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 그들이 믿음으로 똘똘 뭉쳐 그 친구를 위해 싸워 나갔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보세요. 가장 나약했던 네빌의 용기를... 당신이라면 감당할 수 있었을까요? 악역을 자처했던 스네이프 교수의 희생을... 고통을 당하면서도 결코 그 친구를 원망하지 않던 그 수많은 호그와트 학생들과 불사조 기사단의 죽음을... 제가 어찌 그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들의 용기, 그들의 희생을 보며 결심한 친구의 마지막 선택.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마음 속으로 응원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이 모든 것을 해쳐나갈 것이라고, 왜소한 꼬마 때도 그랬고, 사춘기의 첫사랑 앓이할 때도 그랬으며, 어엿한 청년이 된 이후에도 그 친구는 모든 것을 해쳐나갔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이젠 정말 안녕! (스포포함)

 

그 친구의 행복을 해치려 했던 그 자와의 마지막 결투. 사실 그 자는 얼굴 가득 여유로운 웃음을 띄고 있었지만 저는 잘 압니다. 그것은 허세라는 것을... 자신의 어린 시절의 불행을 지우기 위해 세상 그 무엇보다도 강한 힘을 탐했던 그 자는 친구 앞에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허세를 떨고 있었습니다.

그와 반대로 친구의 얼굴엔 비장한 결심이 가득 묻어 났습니다. 어쩌면 그것으로 그 싸움은 이미 결정이 난 것일지도 모릅니다. 친구의 비장한 표정에서 행복을 지키고자 했던 간절함이 묻어났고, 그 간절함은 모든 것을 결정짓고 말았습니다.

싸움은 끝났습니다. 그 친구는 이겼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의 미소는 더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너무 많은 것들이 희생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친구의 모습을 본 저 역시 미소지을 수 없었습니다. 그 친구와의 이별이 다가오고 있었음을 실감했기 때문에...

 

그것 아세요? 그 친구의 마지막 모습은 저와 닮았더라고요. 진정 사랑했던 한 여자와 가정을 꾸리고, 자신을 닮은 어린 아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주던 그 모습. 그 친구를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자리를 함께 해준 구피와 절 닮아서 유난히 겁이 많은 웅이를 보며, '그래, 너도 나도 이젠 정말 어른이 되었구나!'라고 그 친구의 귀에 속삭여 줬습니다.

우리의 모험은 끝이 난 것이겠죠. 하지만 우리의 모험은 끝이 났지만 우리 아이들의 모험은 새로 시작될 것입니다. 그렇게 세상은 성장해가는 것일테니까요.

이젠 정말 마지막이네요. 아이에서 소년으로, 소년에서 청년으로, 그리고 어른으로 성장한 그 친구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저는 안심하고 안녕을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 20대의 마지막 해에 찾아와 30대의 마지막 해에 이별을 고하는 그 친구... 10년을 한결같이 저와 함께 아픔과 행복, 그리고 성장을 함께 했던 그 친구... 우린 이제 이별하지만 저는 그 친구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겠죠. 해리 포터... 영원히 내 가슴 속에 남을 그 친구의 이름을...

 

 

친구야, 20대의 아픔들이 이젠 추억이 되었듯이..

30대의 이 행복들도 언젠가는 추억이 되겠지?

40대의 내겐 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젠 넌 내 곁에 없지만 너의 우정이 나의 미래도 언제나 함께 해줄 것이라는 것을 난 알아.

그래서 언제나 든든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