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4년 영화이야기

[8명의 여인들] - 이 영화를 즐기는 3가지 방법.

쭈니-1 2009. 12. 8. 16:39

 



감독 : 프랑소와 오종
주연 : 까뜨린느 드뇌브, 이자벨 위뻬르, 비르니지 르도와양, 뤼디빈 사니에르, 엠마뉴엘 베아르
개봉 : 2004년 2월 27일
관람 : 2004년 2월 4일


2월 2일부터 6일까지 회계 감사... 회사에 들어온지 이제 몇주도 되지 않았건만 입사하자마자 맞이하게된 회계 감사때문에 전 며칠동안이나 야근을 해야 했습니다. 어떤 날은 잠 한숨 못자고 밤새워 회계 감사 자료를 만든 적도 있고, 어떤 날은 새벽 4시까지 일하다가 회사 건물이 잠겨 히터도 안들어오는 추운 사무실에서 외투를 이불 삼아 잠을 잔 적도 있습니다.
결국 피곤에 지칠대로 지친 제게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8명의 여인들]의 시사회 당첨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야근을 해도 일을 전부 끝낼 수 없을 정도로 일의 량이 많은데 과연 회계 감사 기간중에 시사회에 참석할 시간이 될것인지 입니다. 결국은 몰래 빠져나가야 한다는 것인데...
시사회날은 수요일... 저는 미리 머리를 써서 화요일에 밤샘 근무를 했습니다. 제 계산은 설마 전날 밤새워 근무한 직원한테 그 다음날도 야근을 하라는 소리는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하필 수요일이 제 직속 상관인 김차장님의 생일이어서 김차장님은 일찍 퇴근을 해야만 한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결국 회계사들이 집에 갈때까지 제가 자리에 남아 기다려줘야 하지만 아무리 눈치를 줘도 회계사들은 일찍 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결국 제가 내린 용단은 과감한 탈출입니다. 어차피 김차장님은 집에 갔으니 직접적으로 저의 탈출을 막을 사람은 없을 것이고 그 다음날 회계사들만 남겨두고 저혼자 퇴근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김차장님께 혼날테지만 그 전날 야근을 했다는 것을 무기삼아 방어를 한다면 크게 혼날 것 같지도 않고... 이리저리 계산을 한 끝에 영화를 보고 다시 삶의 활력소를 찾은 다음에 열심히 남은 회계 감사를 받으면 된다는 자기 변명 끝에 얼굴에 철판을 깔고 탈출에 성공을 했습니다.
부랴부랴 시사회장으로 갔지만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구피와 저는 같이 앉아 영화를 보지 못하고 서로 앞뒤자리로 떨어져 앉아 영화를 봐야했습니다. 그래도 매일 계속되는 야근속에서 이렇게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에 작은 행복을 느꼈습니다. 행복이라는 것, 이처럼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찾을 수 있는건데 그것이 왜이리도 어렵고 힘이 든지... ^^;


 



[8명의 여인들]... 이 영화의 개봉 대기 소식을 들은지 거의 몇개월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개봉되는 군요. 아마도 이 영화가 흥행성이 거의 없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시사회장에서도 몇몇 관객은 영화 중간에 나가버리고 또 어이없는 웃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렸고, 제 옆에 앉은 남성분은 뭐가 그리도 어이가 없는지 영화내내 '허~참!'이라며 계속 영화를 비웃더군요. 그만큼 [8명의 여인들]은 우리나라의 관객들과 소통을하는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영화입니다. 물론 이 영화를 수입한 수입사가 굉장한 흥행 성공을 기대하고 수입한 것은 아닐테고 이 영화의 흥행 실패를 어느정도 예상을 했을테지만 그래도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소수의 관객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류의 영화가 꾸준히 개봉되어야 한다고 믿는 저로써는 시사회장에서의 이런 반응이 상당히 걱정되었습니다.    
암튼 제 경우는 이 영화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정보를 알고 갔기에 다른 관객들처럼 어이없지도 않았으며, 최소한 제가 기대했던 재미보다는 약간 웃도는 재미를 안겨주었기에 영화를 보는내내 꽤 즐겁게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비록 영화의 개봉 일자가 2월 13일에서 2월 27일로 또다시 뒤로 밀렸고 개봉을 한다고해도 단관 개봉이나 일주일정도밖에 개봉관에 걸릴 운명에 처할테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보게될 몇몇 관객분들에게 이 영화를 즐길 3가지 방법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최소한 이 영화를 즐길 방법을 몰라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날리지 않도록... ^^


 



1. 이 영화의 추리 게임을 즐겨라.

기본적으로 [8명의 여인들]은 스릴러 영화입니다. 단란해 보이는 한 가정에서 아버지가 등에 칼을 맞은채 쓰러져 죽고 폭설로 인하여 집에 갇힌 8명의 여인들은 누가 살인자인지 서로를 의심하게 됩니다. 물론 전통 헐리우드 스릴러처럼 엽기적인 살인 사건도 일어나지 않으며, 어두운 분위기로 관객들마저 살인의 현장에 이끌려나온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하지도 않습니다. 치밀한 범죄도 없고, 그 범죄를 밝혀내는 더 치밀한 추리도 없습니다. 마지막 반전마저도 헐리우드 스릴러 영화들에 비한다면 약한 편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꽤 즐길만한 스릴러 영화입니다. 집안의 유일한 남자인 아버지의 죽음을 앞에두고 하나둘씩 밝혀지는 집안 여자들의 비밀들은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을 연상시킵니다. 헐리우드의 스릴러 영화를 볼때처럼 숨막히는 추리 게임은 아니지만 편안하게 앉아 8명의 여인들의 숨겨진 비밀들이 하나둘씩 벗겨지며 그녀들이 살인 용의 선상에 오르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매우 단순해 보이는 이 영화의 추리 게임은 어느사이 복잡해져 버립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범인을 밝히기 위해서 머리를 쓰며 추리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치 코미디를 방불케하는 유쾌한 분위기속에서 가식의 가면을 쓴 8명의 여인들의 비밀이 하나둘씩 벗겨지는 것을 보며 자연스럽게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다시말해 이 영화는 스릴러 영화이면서 아주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스릴러 영화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스릴러 영화라면 감독과의 치열한 두뇌 싸움에 익숙해져 있던 제게 이 영화는 약간은 실망감을 안겨주었지만 편안함도 같이 전해 주었습니다. 편안한 스릴러... 아마도 헐리우드 영화라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헐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재미를 안겨 주었으며 이 흔치않는 재미는 충분히 즐길만 합니다.


 


    
2. 이 영화의 호화 캐스팅을 즐겨라.

이 영화는 꽤 호화 캐스팅입니다. 물론 헐리우드의 스타들이 캐스팅된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 출연하는 8명의 배우들은 우리 관객들에겐 친숙하지 않은 프랑스 영화치곤 꽤 알려진 배우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우선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는 게비역을 맡은 까뜨린느 드뇌브입니다. 프랑스 영화를 싫어하는 관객일지라도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이 배우의 경력은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그 유명한 뮤지컬 [쉘부르의 우산]에서부터 시작하여 [세브린느], [인도차이나], [어둠속의 댄서]에 출연했으며 헐리우드의 액션 활극 [머스킷티어]에서 앤왕비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5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기품있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그녀는 이 영화에서 기품있게 망가짐으로써 저를 즐겁게 했습니다.
깐깐한 노처녀 오귀스틴역을 맡은 이자벨 위뻬르는 [마담 보바리]라는 유명한 영화에 출연한 배우로 최근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함으로써 전세계 영화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 영화에선 그녀의 변신이 워낙 완벽하여 오귀스틴이 이자벨 위뻬르인지 한참 후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하녀 루이즈역의 엠마뉴엘 베아르는 [마농의 샘]이라는 영화로 제 마음을 설레이게 했던 배우입니다. [마농의 샘]에서의 그 청순하고 야성적인 매력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그 후 [누드모델]이라는 영화에서 전라의 연기를 펼쳤지만 국내 개봉 당시에는 거의 모자이크 처리여서 절 안타깝게(?) 했으며 [미션 임파서블]에서 헐리우드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8명의 여인들]에서 엠마뉴엘 베아르의 그 섹시한 연기는 그녀의 매력이 아직도 유효함을 증명했습니다.
순수 미인인 첫째딸 수종을 연기한 비르니지 르도와양은 대니 보일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비치]에 출연했던 배우입니다. 솔직히 전 [비치]를 그리 인상깊게 보지 못해서 그 영화에서 비르니지 르도와양의 연기가 어땠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앞으로 상당히 촉망받는 배우인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쟁쟁해 보이는 여러 선배 연기자들 틈에서도 그녀의 매력이 상당히 돋보였으니 말입니다.
막내인 까뜨린느역의 뤼디빈 사니에르는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스위밍 풀]에 출연했으며 최근엔 P.J. 호건감독의 [피터팬]에서 팅커벨로 출연하기 했습니다. 이 영화에선 [스위밍 풀]의 그 도발적인 소녀와 [피터팬]의 우스꽝스러운 팅커벨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선보여 어린 배우이지만 그녀의 연기 폭이 상당히 넓음을 증명했습니다.
그 외에도 탄탄한 연기력으로 다져진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는 영화를 즐기는데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프랑스 영화라는 편견만 버린다면 말입니다.


 


  
3. 이 영화의 음악을 즐겨라.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영화 중간중간에 나오는 뮤지컬 형식의 음악입니다. 솔직히 이 음악은 관객들을 상당히 당혹스럽게 하는데 가장 큰 역활을 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추리하기 위해 진지한 자세로 극장 좌석에 앉은 관객들에게 갑작스러운 연기자들의 노래는 당혹 그 자체였을 겁니다. 하지만 스릴러 영화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이 영화를 즐기기로 결심만 한다면 이 영화의 음악들은 이 영화를 즐기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각 캐릭터의 성격별로 펼쳐지는 이 영화속 노래들은 헐리우드 영화에선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 그 자체입니다. 귀여운 막내인 까뜨린느의 '아빠는 시대에 뒤쳐졌어요'의 경쾌한 선율로부터 시작하여, 신경질적인 오귀스틴의 숨겨진 여성적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사적인 이야기', 섹시한 고모 피에르뜨의 도발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자유롭게 살면 무슨 소용있나', 사랑에 빠진 수종의 여성적인 매력을 즐길 수 있는 '나의 사랑 나의 친구' 등등 각각의 노래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정도로 매혹적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을 사고 싶은 충동을 들 정도입니다. (참고로 최근에 제가 사운드 트랙에 관심을 보인 영화는 [러브 액츄얼리] 정도입니다.)
스릴러 영화 중간중간에 튀어나오는 음악들에 대한 정보만 충분히 알고 미리 즐길 준비만 되어 있다면 이 영화의 음악들은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해줄 겁니다.

분명 헐리우드 영화와 비교한다면 이 영화는 그리 재미있는 영화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즐길 마음만 있다면 2시간동안 충분히 이상한 스릴러를 즐기고, 배우들을 즐기고, 음악을 즐길만 합니다. 그리고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괴짜스러운 면모에 상당한 호감을 가지게 될겁니다. 전 [스위밍 풀]을 보지 못했지만 조만간 비디오로 빌려볼 생각입니다. [8명의 여인들]은 충분히 그럴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영화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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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ja
정말 드디어 개봉이군요.
원래는 작년개봉예정이였는데..일채이고저리채이고.하하..
아마도 전 비디오로 볼듯^^
 2004/02/24   
쭈니 비디오로 본다고 할지라도 이 영화의 유쾌함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4/02/25   
한석봉
저도 이거 다운받아 봤는데.. 생각했던데로 독특한 영화더군요. 중간중간에 배우 한사람씩의 뮤지컬 노래는 참 재미있습니다. 좀 지루할만하면 뮤지컬이 나오니까ㅋㅋ 근데 추리를 좋아하는데 끝이 반전이 약한... 그냥 "아이덴티티"를 생각해서 보는게 아닌 가벼운 어린이 추리를 본다 생각하고 봐야할 것 같아요.. 저의 짧은 평입니다.^^  2004/03/08   
쭈니 저도 다운받았었지만 왠지 보기 싫어서 미루다가 우연히 시사회에 당첨되어서 극장에서 봤습니다. 보고나니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2004/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