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6년 영화노트

안개 속에서 2분 더(霧都情仇) ★★★

쭈니-1 2011. 6. 2. 13:01

 

 

감독 : 포덕희

주연 : 강석현, 정철야, 글로리아 입, 양가휘, 오가려, 이자웅

 

 

영화 배우에서 이제 영화 제작자로 탈바꿈한 신성일. 그러나 역시 그의 영화 제작 활동은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그가 흥행을 위해 벌인 프로젝트가 홍콩의 스타 시스템과의 합작이었고,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안개 속에서 2분 더]이다.

우리 나라에 얼굴이 많이 알려진 홍콩의 다작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했고, 우리나라 배우로는 신성일 자신의 아들이며 [비오는 날의 수채화]에서 미숙한 연기를 펼쳤던 강석현만이 출연한다.

그가 이 영화에서 추구한 장르는 액션 느와르와 에로티즘. 그러나 무엇하나 성공적이지 못하다.

글로리아 입을 사이에 두고 강석현과 정철야의 갈등은 [지존무상]의 유덕화와 알람 탐이 벌였던 갈등과 너무 비슷했고, 전체적인 내용도 홍콩의 다른 갱 영화와 다를 바 없었다.

이 영화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양가휘와 오가려의 정사씬 역시 기대이하이긴 마찬가지.

라스트에서 강석현이 친구인 정철야에게 글로리아 입을 양보하고 양가휘와 함께 오가려를 구하다가 이자웅에게 죽는 장면 역시 억지로 관객의 눈물을 자아내게 하려는 장치로 보인다.

결국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리숙한 영화 각본이다. 신성일은 홍콩 영화의 힘을 빌어 한국 관객의 마음을 사로 잡으려 했지만 결국 한국 영화와 홍콩 영화의 나쁜 점만을 합해 놓은 꼴이 되고 말았다.

'홍콩의 싸구려 갱 영화와 한국의 싸구려 멜로 영화의 조잡한 조합' 안쓰럽지만 이것이 이 영화에 가장 알맞은 수식어인 듯 하다.

 

1996년 2월 10일

VIDEO

 


 

 

2011년 오늘의 이야기

 

신성일이 사업을 한다며 일을 벌여 크게 말아 먹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는 것은 엄앵란의 폭로로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안개 속에서 2분 더]는 신성일이 사업가로써의 재질이 얼마나 부족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이 글에서도 소개했듯이 신성일은 홍콩의 배우들을 끌여 들여 영화를 제작합니다. 거기에 자신의 아들인 강석현을 우거지로 밀어 넣죠. 제 별점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개봉 당시 글로리아 입이라는 청순 스타가 출연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크게 홍보했지만 흥행 결과는 참패였죠. 제 기억으로는 이 영화를 끝으로 신성일의 영화 제작은 막을 내린 것으로 압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를 연출한 포덕희 감독인데... 그는 [안개 속에서 2분 더]로 감독 데뷔를 한 후 10년 후 [더 터치]라는 영화만을 남기고 현재까지 촬영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촬영한 영화는 [백발마녀전], [야반가성], [더블 팀], [처키의 신부], [와호장룡], [무극], [퍼햅스 러브],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 [포비든 킹덤 :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 [공자 : 춘추전국시대] 등화려하네요. 아마도 감독으로서는 재능이 없지만 촬영 감독으로서는 다재다능한 인물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