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6년 영화노트

파니 핑크(Keiner liebt mich) ★★★★1/2

쭈니-1 2011. 5. 13. 08:51

 

 

감독 : 도리스 되리

주연 : 마리아 슈뢰더, 피에르 사누시

 

 

95년 독일영화상 은필름상, 여자배우상 수상

'30세 노처녀의 사랑 찾기' 이것이 이 영화의 겉모습이다. 비행기 소음이 떠나지 않는 허름한 아파트에서, 죽음의 과정을 연습하는 강좌를 들으며 자신의 관을 짜서 그곳에서 잠을 자는 노처녀 파니 핑크. 그녀는 우연히 오르페오라는 동송연예자인 흑인 점쟁이를 알게 되고 그에게 운명의 남자를 점지받는다.

그 남자의 징표는 23이라는 숫자. 그 직후 그녀는 거짓말처럼 '2323'이라는 번호의 검은 고급차를 모는 아파트 관리인 로라르를 만나게 되고 사랑의 성취를 위해 돌진하지만 그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정사를 나누는 것을 목격하고 상처를 받는다.

이렇듯 영화의 초반은 파니 핑크라는 조금은 괴팍한 여성의 우스꽝스러운 사랑이 블랙 코미디의 양상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모습은 후반에 펼쳐진다.

파니와 오르페오의 아름다운 사랑. 그리고 오르페오의 죽음(이 영화는 오르페오의 죽음을 악트러스라는 별로 떠나는 것으로 처리되었지만...) 그리고 파니 앞에 나타난 진정한 사랑.

이 모든 것은 여성이 겪는 현실 갈등을 뛰어 넘어 독일인들의 불안한 심정을 마음껏 표현하고 있다. 파니의 이웃들이 그것을 대표한다. 

종말론을 믿는 여성, 항상 '개같아'라고 지껄이는 중년 남성, 그리고 귀신이 나올까봐 혼자 자지 못하는 관리인 로타르 등. 그들은 모두 통일 후의 독일인들을 풍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가난과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은 오르페오가 자신이 꿈 꾸던 이상적 혹성인 악트러스로 떠나는 것과 파니가 로타르가 아닌 등에 23이란 숫자가 쓰여진 옷을 입은 화가와 만나고 검은 관을 창밖으로 던져버리는 장면 등. 여성 감독인 도리스 되리는 아직 독일에도 희망이 남아 있다고 믿는 듯 하다.

 

1996년 1월 31일

VIDEO

 

 

 


 

 

 

2011년 오늘의 이야기

 

1996년 1월에는 무려 33편의 영화를 봤네요. 거의 하루에 1편 이상의 영화를 봤다는 것인데... 참... 부럽습니다. -_- 1996년 1월이면 1년 6개월간의 방위 복무가 해제되어 2학기에 복학 하기 전까지 맘껏 자유를 누리던 때였습니다. 아마 비디오방 아르바이트도 이때쯤 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바쁘지 않은 새벽 파트라서 카운터에 앉아 밤새 영화도 실컷 보고 알바비도 벌었던 나름 행복했던 시절이었죠. 

암튼 [파니 핑크]는 독특한 독일 영화입니다. 만약 요즘이라면 '보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아서...'라는 핑계로 그냥 넘겨 버렸을 영화이지만 당시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영화를 봤었나봅니다.

암튼 이 영화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억하는 것이 없지만 해골 옷을 입은 오르페오가 파니 핑크의 생일 축하해주던 장면은 인상 깊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