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2년 영화노트

변금련 2

쭈니-1 2011. 5. 2. 23:05

 

 

1992년 4월 5일

MOVIE 국도극장

 

 

이 영화의 감독 엄종선은 이 영화를 어떤 영화로 만들기 위해 기획했는지 아리송하다.

이 영화는 완전히 화끈한 에로 무비도 아니고, 코미디물도 아니고, 한 여인의 기발한 사기극도 아닌 어정쩡한 영화가 되어 버렸다.

한 시골의 순진한 처녀였던 강리나는 이름모를 악당들에게 납치 이용당한다. 그녀는 철저하게 훈련을 하여 정치계의 떠오르는 별과 투기업계의 큰 손을 유혹해 불모지의 땅을 금싸라기 땅이라고 속여 큰 돈을 주고 판다.

멋지게 사기를 친 이들은 돈을 독차지하기 위해 난지도에서 죽음의 게임을 벌이고 결국 강리나 혼자 살아 남지만 돈은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사라지고, 돈가방인줄 알고 있던 가방엔 쓰레기만 가득 남아 있다. 그러다가 때마침 옛 애인 강리나를 잊지 못해 찾아다니던 김희라와 재회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난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이런 영화들이 한국 영화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텅빈 극장. 그나마도 있는 관객들은 나오면서 다시는 돈 내고 한국 영화를 안보겠다고 중얼거린다. 결국 이런 영화들 때문에 잘 만들어진 한국 영화들이 욕을 먹고 외면당하는 것이다.

감독 엄중선은 장난처럼 이 영화를 만들었고, 주연배우 강리나는 벗는데에만 신경을 쓴 듯하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성행위를 보여줄뿐 그 흔한 가슴 한번 보여주지 않은채 강리나의 큰 히프만 화면 가득히 보여준다. 화끈한 영화를 기대했던 성인 관객들은 대실망.

그리고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난지도에서의 죽음의 게임은 너무나도 가볍게 처리, 독이 든 음료수를 먹고 서서히 쓰러지는 배우들은 마치 장난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가지 이 영화의 볼만한 점은 김희라의 멋진 연기이다. 변금련을 찾는다는 푯말을 들고 서울을 헤매는 김희라의 모습은 저절로 웃음이 나오게 한다.

 

 


 

 

2011년 오늘의 이야기

 

하하하~ 드디어 올 것이 왔군요. 1992년이라면 제가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던 해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지금은 사라진 국도 극장에서 친구와 함께 [변금련 2]를 본 것입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그다지 야하지 않았나봅니다. 실컷 보고나서 기껏 써놓은 글을 보니 이런 영화가 한국 영화를 망친다는 투덜거림이었으니까요. 

암튼 당시는 에로 영화하면 무조건 강리나가 대세였던 시절이었는데,  강리나는 1991년에 6편의 영화를 찍었고, 1992년에는 5편의 영화를 찍었을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면 그다지 예쁜 얼굴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기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제 기억에는 가슴은 컸던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선 강리나의 가슴이 안나왔으니 비싼 극장 관람료를 지불한 저로써는 화가 났을 수 밖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