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원작 소설,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쭈니-1 2011. 3. 29. 09:44

 

 

감독 : 타니구치 마사아키

주연 : 나카 리이사, 나카오 아키노부

 

 

그래서 카즈코와 카즈오는 만났을까?

 

친구인 카즈오, 고로와 함께 과학실 청소를 맡은 카즈코는 카즈오와 고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아무도 없는 과학실에서 인기척을 느낍니다. 과학실에 들어간 카즈코,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고, 단지 깨진 실험병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카즈코는 그 병에서 흘러 나온 액체의 라벤더 향을 맡게 되고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게 됩니다. 그때부터 그녀는 타임리프라는 능력을 얻게 되는데...

위기의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시공간을 뛰어 넘어 과거로 가는 능력을 얻게 된 카즈코는 고로와 카즈오에게 자신에게 생긴 일을 털어 놓습니다. 결국 카즈코는 자신에게 부여된 이 알수 없는 능력을 없애고 다시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4일전 과학실로 돌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됩니다.

과학실에서 몰래 실험을 하고 있었던 인물은 바로 자신의 절친인 카즈오였던 것입니다. 게다가 그는 몇 백년 후의 미래에서 왔으며, 시공간을 뛰어 넘는 약을 실험하다가 사고로 카즈코가 살고 있는 시대로 왔고, 사실은 카즈코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고 고백까지 하는 것입니다.

카즈오는 다시 미래로 돌아가야 한다며 카즈코의 기억을 지웁니다. 하지만 카즈코에게 약속을 합니다. '미래에 꼭 널 만나러 올께.'라고...

 

원작 소설 그 다음의 이야기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일본의 대표적인 SF소설인 츠츠이 야스타카의 단편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미 호사다 마모루 감독에 의해서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2007년 국내에서도 개봉되어 큰 인기를 끌었었죠.

하지만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카즈코의 조카인 마코토를 주인공으로 진행됩니다. 전체적인 틀은 원작과 비슷하지만 호사다 마모루 감독은 좀 더 적극적인 마코토를 이용하여 다양한 에피소드를 마련해 냄으로써 젊은 감성의 학원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이끌어 냈습니다.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역시 원작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타니구치 마사아키 감독은 '과연 카즈코와 카즈오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에 관심을 가집니다.

카즈코는 이미 중년의 여성이 되어 자신을 꼭 닮은 딸인 아카리(나카 리이사)와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발견된 카즈오의 사진으로 인하여 지워졌던 기억이 되살아나고 카즈오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가 그만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의식 불명에 빠져 있는 엄마를 대신해서 엄마의 첫사랑인 카즈오를 찾아 1972년 4월의 과학실로 타임리프를 해야 하는 아카리. 카즈코는 개인적으로 타임리프 약을 실험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덜렁대는 성격의 아카리는 1972년 4월이 아닌 1974년 2월로 타임리프를 해버립니다.

 

카즈코가 아닌 아카리의 이야기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카즈코의 조카인 마코토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카즈코의 딸인 아카리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마치 마코토를 연상하게 할 만큼 발랄한 소녀인 아카리는 1974년에서 SF영화학도인 료타(나카오 아키노부)를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카즈오를 찾아 헤매며 점점 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미래에서 1974년으로 찾아온 카즈오를 만나게 되는 아카리. 그녀는 카즈코의 메시지를 전하며 자신의 임무를 완료합니다. 하지만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운명적인 사랑의 아픔에 빠져 버리게 됩니다.

원작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미래에서 온 소년과 과거의 소녀의 이뤄지지 않는 풋풋한 사랑을 담아 냈으며,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역시 주인공만 바뀌었을뿐, 미래에서 온 소년과 과거의 소녀의 우정과 사랑 사이를 담아냅니다. 하지만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거꾸로 미래에서 온 소녀와 과거의 남자의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원작과도, 애니메이션과도, 차별화된 스토리 라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카리를 과거로 보내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했다.

 

분명 타니구치 마사아키 감독은 너무 잘 알려진 원작과는 다른 신선한 스토리 전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러기위해선 현재의 소녀를 과거로 보내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습니다. 하지만 거기엔 무리수가 따릅니다.

원작과 애니메이션에서는 '미래에는 과거로 타임리프할 수 있는 약이 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독자는, 관객은 쉽게 수긍합니다. 왜냐하면 미래에는 정말 그럴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현재의 여성이 타임리프할 수 있는 약을 개발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설정은 제게 쉽게 수긍이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미래가 아닌 현재의 일이니까요. 카즈코가 아무리 과거에 타임리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잠시 지녔었다고 해도 그녀의 기억은 지워졌고, 그 지워진 기억을 토대로 얼렁뚱땅 타임리프 약을 개발했다는 설정 자체가 무리였던 것입니다.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진 카즈코가 잠시 깨어나 아카리에게 1974년 2월로 가서 카즈오를 찾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장면도 무리였고, 그런 엄마의 말을 믿고 순진하게 타임리프를 하는 아카리도 무리였습니다. 이렇게 이 영화를 구성하고 있는 설정 자체가 익숙한 원작 아래 새로운 이야기를 창출하려는 타니구치 마사아키 감독의 무리수에 의한 것이니 영화에 쉽게 공감되기 어렵더군요.

마치 애니메이션처럼 오버 연기를 하는 아카리 역의 나카 리이사의 연기는 초반엔 불편했는데 중반이 될수록 조금씩 매력을 발산했고, 70년대 스타일을 지닌 료쿄 역의 나카오 아키노부는 자꾸 빅뱅의 멤버 대성이 떠올라 집중이 안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의 청춘 멜로를 연상하게 하는 반전은 꽤 신선했습니다. 원작과, 애니메이션과, 비교해서 본다면 꽤 재미있을 것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이 영화를 보고 저는 밤 늦게까지 원작소설을 다시 읽었습니다. 덕분에 지금 졸립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