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영화에 대한 생각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캣우먼을 기대하며...

쭈니-1 2011. 1. 21. 12:21

어제 우연히 포털 사이트의 뉴스를 보다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세번째 '배트맨' 시리즈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캐스팅에 대한 뉴스를 읽게 되었습니다.

제게 정말 반가운 소식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제가 그토록 기다렸던 캣우먼이 등장한다고 하는데 놀랍게도 새로운 캣우먼은 [러브 & 드럭스]의 앤 해더웨이라고 하네요.

그렇지않아도 [러브 & 드럭스]에서 파킨슨 병에 걸린 젊은 여성 연기를 너무 멋있게(그리고 안타깝게) 잘해서 그녀의 차기작에 대해 기대하고 있었는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앤 해더웨이가 창조해낼 새로운 캣우먼을 기대하며... 잠시 옛 추억을 떠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내게 최고의 슈퍼 히어로는 언제나 배트맨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전 제가 처음으로 영화광에 막 입문할 때쯤, 제게 영화를 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TV에서 주말의 영화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명절이나 연말이 되면 TV에서 특선 영화를 방영해줬는데, 전 신문의 TV 편성표를 끌어 앉고 봐야할 특선 영화 명단과 스케줄을 작성하느라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 것도 피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TV 특선 영화 중에서 절 완벽하게 사로잡은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1, 2]와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1, 2]였습니다. 제가 갱스터 영화와 슈퍼 히어로 영화를 남달리 편애하는 이유입니다. 

분명 코믹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슈퍼 히어로 영화의 시초는 [슈퍼맨]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저는 [슈퍼맨]을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극장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한시간 가량 시내로 나가야 했고, 당시 양복점을 운영하시던 부모님은 어린 제 손을 잡고 극장에 갈 간적, 금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슈퍼맨] 이야기를 할때 저는 항상 풀이 죽어 있어야 했고, 그러한 제 무의식은 의도적으로 [슈퍼맨]을 제 마음 속에서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제가 부모님의 도움 없이 혼자 영화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은 1988년 부모님께서 큰 맘먹고 구입하셨던 비디오 비전 덕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용돈만 생기면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영화 빌려오는 것과 비디오 공테잎을 구입해서 TV에서 방영하던 영화들을 녹화해서 보고 또 보며 용돈을 탕진했습니다. 그때쯤 나온 것이 바로 [배트맨]이었고, 가깝기엔 너무 멀었던 [슈퍼맨]과는 달리 결국 [배트맨]은 제게 최고의 슈퍼 히어로로 등극한 것입니다.

 

 

2. 내게 최고의 악당은 언제나 캣우먼이었다. 

 

제가 [배트맨]을 최고의 슈퍼 히어로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1992년에 발표된 [배트맨 2]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배트맨]의 경우는 이제 영화광으로써 첫걸음을 뗄 때 봤었지만 [배트맨 2]는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을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을 때 봤었는데 영화를 보고나서의 한동안 영화의 여운에 사로잡혀 있어야 했습니다.

[배트맨 2]가 제게 그토록 재미있었던 이유는 바로 캣우먼 때문이었습니다. 직장 상사의 비리를 우연히 들은 댓가로 죽음을 당한 셀리나(미셀 파이퍼). 그녀는 캣우먼으로 되살아나 자신을 죽음에 빠뜨렸던 쉐릭(크리스토퍼 월킨)에게 복수를 시작합니다.

그녀는 고담시의 수호신 배트맨(마이클 키튼)을 복수에 이용합니다. 배트맨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캣우먼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결국 캣우먼은 복수에 걸림돌이 되는 배트맨 대신 펭귄맨(대니 드 비토)과 손을 잡습니다.

캣우먼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는 배트맨의 그 안타까운 표정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 영화를 보며 저는 악당도 캐릭터만 살아만 좋다면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미셸 파이퍼를 가장 좋아하게 되었으며, 팀 버튼을 대신해서 [배트맨 포에버], [배트맨 앤 로빈]을 연출했던 조엘 슈마허 감독을 가장 싫어 하게 되었습니다.

 

 

 

3. [캣우먼]... 내 최고의 악당을 망가뜨리다.

 

2004년, 저는 한 편의 어이없는 영화로 '캣우먼'에 대한 소중한 추억이 훼손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것은 '캣우먼'을 슈퍼 히어로로 정면에 내세운 [캣우먼]이었는데 [엑스맨]에서 스톰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할리 베리가 '캣우먼'을 맡아 제 기대도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캣우먼]은 그야말로 할리 베리의 섹시함만을 내세운 속빈 강정과도 같은 영화였습니다.

'캣우먼'의 진짜 매력은 소심한 한 여성과 복수심에 불타는 안티 히어로 '캣우먼'의 내적 충돌입니다. 하지만 영화 [캣우먼]은 그저 할리 베리의 섹시함만을 내세우느라 다른 것에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습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내내 제게 거슬렸던 것은 지나치게 노출이 심한 '캣우먼'의 의상이었습니다. 거의 원더우먼 수준의 이 의상은 '캣우먼'을 노출증 환자로 만들어 버림과 동시에 캐릭터가 살아 있는 진짜 '캣우먼'의 영화를 기대했던 제게 크나큰 실망감만 안겨줬습니다.

 

 

 

4. 크리스토퍼 놀란의 등장... 조엘 슈마허의 악몽을 지워내다.

 

그렇게 조엘 슈마허 감독이 제겐 최고의 슈퍼 히어로인 '배트맨'을 망쳣고, 그것도 모자라 [캣우먼]이라는 어이없는 노출증 환자를 내세운 영화가 등장하며 제겐 최고의 안티 히어로인 '캣우먼'을 망치는 동안 [엑스맨], [스파이더맨]이 등장하여 제 아쉬움을 달래줬습니다. 이제 저는 [배트맨]에 대한 기대를 추억 속으로 묻어야만 할 때가 되었다고 스스로 다짐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나타났습니다. [메멘토]를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그는 [배트맨 비긴스]를 통해 조엘 슈마허감독이 철저하게 망가뜨렸던 '배트맨'을 팀 버튼 감독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복원시켰습니다.

솔직히 저는 [배트맨 비긴스]가 그렇게 완벽하게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과는 다른 신선함이 인상적이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자신의 '배트맨'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인 [다크 나이트]에서 제대로 사고를 칩니다. [배트맨 비긴스]에서 서서히 시동을 걸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이 [다크 나이트]에서 화려한 날개짓을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가장 놀라웠던 것은 감히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완벽했던 잭 니콜슨의 조커를 새롭게 등장시킨 것입니다. 히쓰 레저의 소름끼치는 연기로 복원된 조커는 그 어떤 슈퍼 히어로 영화의 악당보다도 섬찟했습니다. 아마도 악당이 슈퍼 히어로의 카리스마를 이렇게까지 압도한 영화가 그동안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다크 나이트]는 '배트맨'의 영화가 아닌 조커의 영화였습니다.

 

 

 

5. 내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캣우먼'을 기대하는 이유

 

 

제가 이번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캐스팅 소식에 환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배트맨]을 자신의 방식대로 완벽하게 복원해 냈고, 조커를 사상 최악의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으로 만들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라면 [배트맨 2]에서 너무나 매력적인 악당이었으나 영화사의 얄팍한 상술로 그저 그런 섹시한 슈퍼 히어로로 전락해야 했던 '캣우먼'도 멋지게,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게 복원시키지 않을까요?

어쩌면 [배트맨 2]에서 그려졌던대로 '배트맨'과 '캣우먼'의 슈퍼 히어로와 악당의 세기의 로맨스가 다시 펼쳐질지도 모르고,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가 그러했듯이 이번엔 '캣우먼'을[배트맨 2]를 능가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으로 변신시킬지도 모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그려낼 '캣우먼'이 어떻든, 이미 바닥을 맛보았던 '캣우먼'은 만큼 제게 충분히 재미를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예쁜 앤 해더웨이의 '캣우먼'은 과연...

앤 해더웨이만 놓고본다면 '캣우먼'은 조커를 능가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 대신 '배트맨'과의 애틋한 러브 스토리가 주를 이룰 것 같은데...

물론 크리스터퍼 놀란 감독이 그렇게 만만한 감독이 아니고, [러브 & 드럭스]에서 앤 해더웨이의 연기를 보니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그 귀여운 소녀를 생각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 예쁜 얼굴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처절함을 이끌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너무나도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