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영화에 대한 생각들

야한 영화? 제약회사 광고영화? [러브 & 드럭스]에 대한 변명

쭈니-1 2011. 1. 19. 11:54

 

 

저는 [러브 & 드럭스]를 작년 12월 28일에 시사회로 관람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일 것이라 생각하고 영화를 봤었는데 하필 영화의 주인공인 매기가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와 같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로 나와 몸이 점점 굳어가는 아버지를 지켜봐야 했던 제 경험과 맞물려 상당히 아프게 영화를 봤습니다.

제가 영화를 본지 3주 후 [러브 & 드럭스]가 드디어 관객들과 만났습니다.

저는 궁금했습니다.

과연 다른 분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지...

그런데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다가 너무 당혹스러웠습니다.

애초에 영화라는 것이 자신의 상황, 취향에 따라서 영화를 받아 들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은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저와 다른 시각으로 영화를 바라보셨더군요.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이 글은 저와 다른 시각에서 영화를 보신 분들에 대한 딴지가 아닙니다.

애초에 [러브 & 드럭스]의 제 영화 이야기가 파킨슨 병에 걸린 여자와 평생 그녀를 간호해줘야 하는 남자의 사랑으로만 풀어나갔기에, 이 글에선 제가 미처 하지 못했던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마저 풀어보겠습니다.

 

1. 매기는 왜 벗어야만 했는가?

 

[러브 & 드럭스]에서 가장 쇼킹했던 것은 앤 해더웨이의 노출씬입니다.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천방지축 공주님으로 잘 알려진 그녀의 노출이기에 어쩌면 더욱 쇼킹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분은 '[나탈리]보다 야하다.'라는 개인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은 평가까지 내릴 정도이니 앤 해더웨이의 노출은 보이는 것 이상으로 야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충격을 준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저도 의미없이 벗기만 하는 영화는 싫어합니다.

제가 [나탈리]에 혹평을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꼭 벗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면 여배우의 노출 때문에 영화 자체가 저평가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매기는 왜 벗어야만 했을까요?

그것은 그녀의 병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가 있습니다.

파킨슨 병은 몸이 점점 굳어가는 병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닙니다.

파킨슨 병의 가장 큰 무서움은 우울증입니다.

몸은 점점 굳어만 가고 누군가에게 기댈 수 밖에 없는 처지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생활로 바쁩니다. 

결국 홀로 남겨진(혹은 홀로 남겨졌다고 생각하는) 그들은 심각한 우울증을 겪게 되는 것이죠.

매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이미 파킨슨 병으로 인하여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아픔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보호자가 필요합니다.

파킨슨 병은 홀로 이길 수 있는 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그녀의 상황은 자신의 병으로 인하여 또 다시 버림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인식 속에서 헤맵니다.

그녀가 섹스에 집착하는 이유입니다.

그녀는 섹스를 통해 자신의 몸이 아직 굳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새로운 관계(보호자)를 만듭니다.

하지만 스스로 그는 섹스 파트너일 뿐이라고 선을 그으므로써 또 다시 버림받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무의식적으로 벗어나려 합니다.

섹스는 아름다운 몸을 가진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손 쉬운 인간관계의 형성이지만 그와는 반대로 몸이 굳어가는 병을 앓고 있는 그녀가 선택한 가장 최악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신의 몸은 점점 굳어만 갑니다.

당신은 보호자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곁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

매기가 옷을 벗는 것이 야하다고요?

아뇨... 전 슬펐습니다.

그것은 그녀가 자신의 곁에 보호자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또한 최악의 방법이었습니다.

파킨슨 병이 깊어질수록 섹스조차 할 수 없는 그녀는 그러한 사실을 알기에 제이미에게 이별을 선고하고 점점 무너져 가는 것입니다. 

 

 

 

2. 비아그라 광고 영화라고?

 

[러브 & 드럭스]가 야한 영화라는 다른 분들의 인식도 당혹스러웠지만 이 영화가 제약회사 광고 영화라는 어떤 분의 리뷰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그 분들이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 분들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것은 그 분들에겐 정답일 것이니까요.

하지만 전 오히려 그 반대로 느꼈습니다.

[러브 & 드럭스]는 제약회사 광고영화가 아닌 오히려 환자는 생각하지 않고 약을 통해 돈을 벌려는 거대 제약회사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라고 느꼈습니다.

영화의 초반 제이미는 화이자라는 세계적인 제약회사에 입사합니다.

그곳에서 제이미가 교육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는 그 장면이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영업사원이라고는 하지만 의료업계에 종사하는 그들이 받는 교육은 무슨 광신도 집단의 놀자판 파티같았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약을 더 팔기 위해 의사에게 벌이는 그들의 경쟁에서 환자에 대한 배려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환자들에게 자기 회사의 약을 더 많이 먹이려는 우스꽝스러운 음모만 넘쳐납니다.

화이자가 비아그라를 개발한 다음은 더욱 가관입니다.

파킨슨 병을 치료하는 약과 같이 돈이 안되는 약 개발은 신경도 안쓰면서 돈이 되는 비아그라 약 개발에 환호하고 그로 인해 떼 돈을 버는 그들의 모습은 미국 의료계의 추악한 단면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한 장면은 미국의 약 값이 비싸 캐나다까지 단체로 가서 약을 구입하는 이들의 쓸쓸한 모습과 대비됩니다.

환자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불치 병을 치료할 약이지만 미국의 거대 제약회사들은 돈이 되는 비아그라 개발에만 환호를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내가 본 [러브 & 드럭스]와 다른 분들이 본 [러브 & 드럭스]가 너무 정 반대로 달라서 당혹스러웠고, 제가 미처 하지 못한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한번 정리해보고자 이 글을 올리는 것 뿐입니다.

역시 영화는 자신의 상황과 취향에 따라 영화를 보는 시각이 180도로 달라질 수 있음을 느낀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