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6년 영화노트

타락천사(墮落天使) ★★★★★

쭈니-1 2011. 1. 20. 22:20

 

 

감독 : 왕가위

주연 : 여명, 이가흔, 금성무, 양채니, 막문위

 

 

홍콩영화라면 싸구려 액션영화라고 기억하는 관객에게 당혹감을 안겨준 이가 바로 왕가위 감독이다. 그가 우리를 흥분시켜던 [중경삼림]이라는 영화는 감각적인 영상과 알 수 없는 매력으로 우리나라 관객을 매료시켰으며, [동사서독]은 홍콩영화중 가장 아름다운 영화로 기억될 정도로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안겨주었다.

마치 [중경삼림]의 속편인듯한 [타락천사]는 [중경삼림]에서 보여주었던 현란한 카메라 워크를 더욱 발전시켰으며 사랑이라는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이야기로 다시한번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이 영화에서 컬러로 등장하는 여명은 마치 [중경삼림]에서 임청하를 연상시키듯 고독하고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연기를 해낸 배우는 역시 킬러의 파트너 과장역의 이가흔이다.

[동방불패]에서 이연걸을 졸졸 쫓아다니던 섬머슴같던 그녀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매우 당황스럽다. 그녀는 킬러가 떠나자 그 슬픔을 자위행위로 풀며 절규하는 모습은 매우 이색적이었으며 관객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명연기, 명장면이었다.

[중경삼림]에서도 출연했던 금성무의 이미지는 역시 [중경삼림]에서의 이미지와 같다. 그는 기한이 지난 파인애플 통조림을 먹고 말을 잃어버렸다는 설정은 [중경삼림]에서 떠난 여인을 잊기 위해 기한이 지난 파인애플 통조림 30개를 먹는 금성무의 귀여운 모습을 떠올리는 관객에겐 왕가위 감독의 장난어린 재치로 받아들여진다.

금성무와 함꼐 이 영화에서 웃음을 담당한 양채니의 귀여운 모습 역시 관객에겐 잊지 못할 즐거움이다. 남에게 잊혀지는 여인이 되지 않기 위해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쉴새없이 웃고 떠들고 과장된 행동은 하는 여인 펑키 역의 막문위는 [중경삼림]에서 왕정문을 떠올리게 하는 신인. 그녀의 금발머리는 [중경삼림]에서의 임청하의 금발 머리를 연상시킨다.

이렇듯 [타락천사]는 [중경삼림]의 연장선 아래 왕가위 감독의 감각적인 영상 언어를 다시 펼쳐 보인다. 그러나 [중경삼림]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난다는 것이 관객에겐 가슴 아프게 전해진다.

 

1996년 1월 11일

MOVIE

 


 

2011년 오늘의 이야기

 

1994년 [중경삼림]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왕가위 감독은  당시 홍콩 느와르 영화의 인기가 시들해지며 홍콩 영화의 거품이 빠지는 시점에서 시기적절하게 등장하여 다시한번 홍콩영화 붐을 일으켰습니다.

[영웅본색], [첩혈쌍웅]과 같은 느와르 영화와는 달리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 대사로 느와르 영화에 식상한 국내 팬들을 단숨에 매료시킨 그는 이후 [타락천사], [해피 투게더], [화양연화] 등의 감각적인 멜로 영화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전 그의 영화중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연출한 무협 영화 [동사서독]이었고, 개봉 당시 환불 소동을 벌어졌던 [아비정전]의 속편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으며, 그의 데뷔작 [열혈남아]의 앳띤 장학우의 표정이 결코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2007년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이후 왕가위 감독의 영화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군요. 맥주 한캔을 마시고 얼큰한 기분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그의 영화가 갑자기 그리워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