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1년 영화이야기

[메가 마인드] - 영웅과 악당의 흥미로운 역학관계

쭈니-1 2011. 1. 17. 13:36

 

 

감독 : 톰 맥그래스

더빙 : 윌 페렐(김수로), 티나 페이, 브래드 피트, 조나 힐

개봉 : 2011년 1월 13일

관람 : 2011년 1월 16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웅이는 3D영화 매니아.

 

한때 웅이는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것을 싫어했었습니다. 처음 웅이와 함께 극장에서 본 영화가 2006년 봄에 개봉했던 [아이스 에이지 2]라는 영화였습니다. 처음엔 웅이도 극장에서 영화보기에 잘 적응하는 것 같았지만 영화 속 동물들이 녹아버리는 빙하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길을 떠나는 장면에서 '얼음이 녹기 전에 우리도 빨리 나가자.'며 칭얼대기 시작했습니다.결국 저는 [아이스 에이지 2]를 끝까지 보지 못한채 중간에 나와야만 했습니다.

웅이와 극장에서 영화 보기 꿈이 이루어진 것은 그로부터 1년 후 [신나는 동물 농장]이라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웅이는 영화보기는 좋아했지만 극장에 가는 것은 싫어했습니다. 웅이와 함께 극장에서 영화 보기를 꿈 꾸었던 철없는 아빠인 저는 '극장은 답답해서 싫어!'라고 선언한 웅이를 보며 좌절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좌절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웅이 역시 영화광인 제 피를 물러 받아서인지 어느순간부터 극장에서 영화 보기를 즐기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습니다. 웅이가 3D 영화에 필이 꽂혀 버린 것입니다. 아마도 그 시발점은 [토이 스토리 3]였을 것입니다. 당시 조금 무리를 해서 일반 관람료보다 두배나 비싼 4D로 봤었고, [토이 스토리 3]는 역시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저와 웅이의 기대감을 완벽하게 채워줬습니다. 그렇게 [토이 스토리 3]를 보며 웅이는 3D영화의 재미를 깨달은 것입니다. 

2010년 12월 [슈퍼 배드]를 집에서 보며 웅이는 '3D로 봤으면 더욱 재미있었을텐데...'라며 아쉬워하더군요. 그러더니 [메가 마인드]를 보자는 제 말에 '3D로 볼거죠?'라고 대뜸 묻습니다. 3D로 보려면 영화 관람료가 얼마나 비싸지는데... 물론 웅이는 그런 엄마, 아빠의 돈 걱정은 아랑곳없이 3D만 외쳐댑니다. 결국 웅이의 바램대로(사실 목동 메가박스와 목동 CGV에선 3D로만 상영하더군요.) [메가 마인드]를 3D로 보고 오던 날, 웅이는 이번엔 [아프리카 마법여행]을 3D로 보겠다고 선언해 버렸습니다. 웅이와 극장 나들이를 자주 갈 수 있는 것은 좋은데... 3D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돈을 좀 더 열심히 벌어야 겠습니다. -_-;

 

 

악당이 주인공인 영화가 요즘 대세?

 

웅이가 [메가 마인드]를 2011년 첫 기대작으로 꼽은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했던 [슈퍼 배드]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입니다. 사실 [슈퍼 배드]와 [메가 마인드]는 닮은 점이 참 많습니다. 그 중 악당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두 영화의 핵심일 것입니다.

1년에 몇 십편이나 쏟아지는 슈퍼 히어로 영화가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새롭게 재조명을 받고 있는 것은 슈퍼 히어로의 숙적인 악당입니다. [배트맨]의 조커는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에 이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새롭게 창조한 [다크 나이트]에 다시 등장하며 '배트맨'보다 더 큰 인기를 얻기도 했고, [스파이더맨] 역시 이번 시리즈에선 어떤 악당이 등장할지 관객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정도로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의 악당 캐릭터는 단순한 악당을 넘어선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새롭게 재조명된 슈퍼 히어로의 악당 캐릭터를 심도있게 그려낸 영화가 [식스 센스]로 유명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언브레이커블]입니다. [언브레이커블]은 우월한 존재인 슈퍼 히어로와는 반대로 열등감에 사로잡힌 악당의 사정을 담아낸 영화입니다.(다른 분들은 [언브레이커블]이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최악의 영화라고 평하지만 제겐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중 [식스 센스] 다음으로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그러한 가운데 [슈퍼 배드]가 악당을 주인공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는 것은 그 기획력에서 박수를 받아 마땅했습니다. 하지만 [슈퍼 배드]는 악당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획기적인 기획력을 선보였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를 빠뜨렸습니다. 바로 슈퍼 히어로입니다. 

그런 면에서 [메가 마인드]는 [슈퍼 배드]보다 좀 더 진일보한 악당 영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영화의 초반에 슈퍼 히어로 메트로맨(브래드 피트)과 악당 메가 마인드(윌 페렐, 김수로)의 관계를 통해 [언브레이커블]과 같은 악당의 속사정을 담아 냈고, 그에 그치지 않고 [슈퍼 배드]의 영화적 재미였던 착한 악당에 대한 유쾌한 이야기를 잃지 않았으며, 슈퍼 히어로가 악당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담아 내며 지금까지 그 어떤 영화도 해내지 못한 슈퍼 히어로와 악당의 역학 관계를 그려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열등감이 만들어낸 악당 메가 마인드

 

[언브레이커블]에서 악당인 엘리야 프라이스(사무엘 L. 잭슨)는 데이비드 던(브루스 윌리스)를 동경합니다. 선천적 골현성 부전증을 앓고 있는 그는 살짝 넘어지기만 해도 뼈가 부러지는 약한 육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과는 다른 강인한 육체를 가진 슈퍼 히어로를 선망했고, 그러한 선망의 대상을 찾기 위해 극악무도한 테러를 감행합니다. 결국 엘리야 프라이스가 악당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신의 약한 육체로 인한 열등감이었습니다.

메가 마인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메트로맨과 마찬가지로 어린 나이에 멸망 직전의 행성에서 가까스로 탈출을 합니다. 하지만 메트로맨이 부유한 가정에서 모자란 것이 없는 슈퍼 히어로로 성장하는 동안 메가 마인드는 죄수들의 손에 키워졌고, 흉측한 외모 탓에 학교에서도 왕따에 놀림만 받으며 성장합니다. 분명 메가 마인드는 메트로맨을 동경했을 것이고 그처럼 되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은 그렇게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는 결국 그와는 반대로 악당이 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메가 마인드]는 [언브레이커블]에서 한발자욱 더 나아갑니다. 메가 마인드와는 정 반대로 영웅이 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었지만 역설적으로 악당이 되어 버리는 타잇탄(조나 힐)을 통해 다시한번 슈퍼 히어로 영화를 비틀어버립니다.

자신의 숙적 메트로맨이 죽자 심심해진 메가 마인드가 만들어낸 슈퍼 히어로 타잇탄은 그러나 메가 마인드의 바램과는 달리 메가 마인드보다 더한 악당이 되어 버립니다.

이 역설적인 상황은 [스파이더맨 3]에서 블랙 슈트 스파이더맨으로 표현되기도 했습니다. 영웅의 마음 속 깊숙히 자리잡은 악한 행동에 대한 갈망, 결국 [메가 마인드]는 영웅과 악당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사실을 심각한 슈퍼 히어로 영화가 아닌 유쾌한 애니메이션에 담아내는 놀라운 성과를 낸 것입니다.

악당이 된 타잇탄과 맞서 싸우는 메가 마인드의 활약은 어찌보면 '위대한 사랑의 힘'을 강조한 전형적인 할리우드 사랑 제일 주의 영화의 착한 결말로 보이기도 하지만 제가 그렇게만 치부할 수 없었던 이유는 슈퍼 히어로 영화가 넘쳐나는 시기에 나타난 적절한 드림웍스식 비틀기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웅이의 눈높이... 그리고 아쉬운 3D

 

전 드림웍스식 비틀기의 묘미를 맘껏 즐기면서 [메가 마인드]를 관람했습니다. 어찌보면 [슈퍼맨]으로부터 시작하여 픽사의 걸작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의 반댓말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더니 [언브레이커블]과 [슈퍼 배드]의 캐릭터를 참조한 듯한 이 영화는 [슈렉]이 그러했듯이 맘껏 이들 영화들을 차용하고, 패러디하고, 비틉니다. 그래서 전 [메가 마인드]를 즐겁게 봤습니다.

그렇다면 웅이는??? 일단 [슈퍼 배드]보다는 재미없었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메가 마인드의 조수인 미니온(데이빗 크로스)은 [슈퍼 배드]의 미니언과 같은 귀여운 캐릭터가 되기엔 약간 부족했고, 귀여운 아이들에 의해 악당에서 영웅이 되었던  [슈퍼 배드]의 그루와는 달리 [메가 마인드]는 록산(티나 페이)의 사랑의 힘으로 악당에서 영웅이 됩니다.(웅이의 입장으로썬 이해못할 [메가 마인드]의 남녀간의 사랑보다는 [슈퍼 배드]의 그루가 더욱 마음에 와닿았을지도...)

물론 그렇다고 재미없었다는 반응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슈퍼 배드]를 보고난 이후의 열광이 [메가 마인드]를 보고나서는 없었다는 것이죠. 그래도 '재미있었어?'라고 물으니 '네'라고는 대답하더군요.(웅이는 솔직합니다. 재미없었으면 '아뇨'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

 

그리고 또 한가지 개인적인 아쉬움이라면 3D효과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일반 영화보다 비싼 관람료를 내고, 그 거추장스러운 3D안경을 쓰며 3D 영화를 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반 영화보다 더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메가 마인드]는 그러한 생생한 현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제가 [아바타]로 인해 3D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높아졌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 3D 영화를 보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만큼 영화는 그러한 제 희생이 걸맞은 재미를 안겨줬어야 했습니다. 차라리 일반 영화로 봤다면 3D 안경의 짜증스러움이 없어 더욱 영화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하지만 관람료 챙기기에만 급급한 극장들은 일부러 비싼 3D 영화로만 상영을 하고 있으니... 이러한 상황이 조금 짜증납니다. 

암튼 [메가 마인드]는 여러 면에서 가족들이 함께 즐기기에 적당한, 그리고 슈퍼 히어로 영화의 광팬이라면 볼 만한 영화입니다. 단, 할 수 있다면 3D가 아닌 일반 영화로 보시길 개인적으로 권해드립니다. 

 

 

영원한 악당도, 영원한 영웅도 없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우리는 악당도, 영웅도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