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2년 영화노트

아이다호 / My Own Private Idaho

쭈니-1 2011. 1. 2. 23:25

 

 

1992년 7월 21일

VIDEO

 

아버지도 모르고 자란 마이크(리버 피닉스)는 12살 때 어머니가 정부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졸지에 고아가 된다. 거리의 부랑아가 되어 고향 아이다호를 떠나 포틀랜드로 향하는 마이크. 그는 '기면발작증'(긴장하면 갑자기 혼수상태가 되는 병)이라는 지병까지 앓고 있다.

마이크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기억은 하염없이 기나긴 길과 고향의 집이다. 마이크는 언제나 수면발작 직전에 집을 본다.

마이크는 고향을 떠나 포틀랜드 사창가에서 호모와 유한마담들을 상대로 몸을 파는 쓰레기 청춘으로 살아간다. 그러다가 그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어머니의 모습과 닮은 여자와 관계를 갖기 전 수면발작을 일으키고 거리로 내쫓긴다.

그와는 정반대로 포틀랜드 시장의 아들 스코트(키아누 리브스)는 가정이란 형식에 얽매인 규율이 싫어 집을 뛰쳐 나와 사창가 생활을 하던 중 마이크를 만난다. 그리고 마이크에게 우정과 동성애적인 사랑이 뒤얽힌 감정을 느끼며 끌린다. 둘은 서로에게서 아버지를 본 것이다.

어느날 포틀랜드 부랑아의 대부 밥(월럼 리차드)이 돌아온다. 밥은 스코트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으며 친아버지 이상으로 정을 쏟는다.

한편 단짝 친구 마이크와 스코트는 마이크의 이복형인 리차드를 찾아가 어머니를 찾겠다며 아이다호로 떠난다. 3류 화가인 이복형 리차드. 그에게서 한살 때 엄마와 함께 찍은 마이크 사진을 건네 받는다.

어머니가 형무소에서 출감해 로마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마이크와 스코트는 어머니 행적을 추적한다. 그러나 로마에 도착한 마이크에게 전해진 소식은 그의 어머니가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는 소식뿐. 슬픔에 빠진 마이크와는 달리 스코트는 그곳에서 카르멜라라는 소녀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마이크 네 기분은 알아. 나 사랑하게 됐나봐. 있잖아, 다시 만날지도 모르지만 돈이야. 오토바이를 판... 너희 엄마를 못찾아 안됐다. 안녕!"

다시 혼자가 된 마이크는 미국으로 밥에게 돌아간다. 다시 혼자서 포틀랜드로 돌아와 여느때처럼 거리를 떠도는 마이크. 스코트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 카르멜라와 결혼을 하고 재산을 모두 물려 받게 된다. 고급옷을 입고 카르멜라와 함께 포틀랜드에 나타난 스코트. 그는 많은 이들 앞에서 자신에게 달려와 반기는 밥을 모르는 남자라고 말해 버린다.

"난 당신을 몰라. 저리 가시오. 어려서 당신에게 못된 것을 배웠지만 이젠 달라졌어요. 그때는 당신을 스승으로 섬겼고 내 부친보다도 사랑했지만 이젠 새 삶을 살기로 했어요."

밥은 이 충격으로 너무나 절망한 나머지 죽고 만다. 밥의 장례식날 우연히도 스코트의 친아버지 장례식이 행해지고... 훌륭한 의식과 함께 장례가 치뤄지는 스코트의 아버지. 그 옆으로는 거리의 부랑아들이 마음으로 치루는 초라한 장례식. 밥을 잃은 슬픔과 분노로 상심한 마이크와 스코트의 시선이 부딪히는 순간, 그들은 서로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다호! 지평선 저 멀리 계속되는 한줄기 길을 가로 질러 서 있는 마이크.

"나는 도로 감식가다. 나는 평생 길을 맛봤다. 이 길은 영원히 끝나지 않으리라. 틀림없이 이 길로 전세계를 돌아갈 수 있으리라."

깊은 잠의 나락으로 빠진 마이크 앞에 차 한대가 서고 마이크의 신발과 짐을 훔쳐 간다. 그리고 다시 차 한대가 다가와 마이크를 태우고 달려간다. 그 뒤를 에디 아놀드가 부르는 'Cattle Call'컨트리 웨스턴 노래가 아이다호의 자연과 어울려 알 수 없는 희망처럼 들려온다.

90년대 인디 영화의 뉴웨이브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새로운 역작. 수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해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영화이다. 그러나 남창 이야기라서인지 우리나라 상영은 무리인듯. 검열에서 모두 잘려나간 이 영화는 내용의 앞 뒤가 맞지 않는 어정쩡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과연 언제쯤 한장면도 안잘린 온전한 영화를 볼 수 있을까?

 

 

 


 

 

2011년 오늘의 이야기

 

영화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나열하다보니 글이 다른 영화 노트에 비해 무지 길어졌네요. 그만큼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단 한장면도 놓치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일단 [아이다호]하면... 당연히 1993년 23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리버 피닉스가 떠오릅니다. 이 영화에서 리버 피닉스의 연기는 정말 빛이 날 정도였는데... 물론 [스피드]로 뜨기 전의 키아누 리브스도 이 영화에서 명연기를 펼치지만 그래도 역시 [아이다호]는 리버 피닉스의 영화였습니다. 

리버 피닉스... 너무 일찍 차디찬 곳으로 떠났지만 그가 이곳에 남겨준 [아이다호]는 이 젊고 아름다운 배우를 영원히 기억하게 합니다.

 

P.S. 이 글을 쓰다가 이 글에서 언급된 에디 아놀드의 'Cattle Call'이 갑자기 듣고 싶어서 거금 600원(^^)을 투자해서 배경음악으로 넣었습니다. 문제는 제 집 컴퓨터가 이상한지 음악이 안나오네요. 이거 제대로 배경음악이 깔려 있는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합니다.(안하던 짓을 하면 이렇게 고생한다니까요. 지금 1시간째 블로그 배경음악이 안들리는 문제 해결을 위해 끙끙거리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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