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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갓파더] - 아름다운 야망가 심형래를 위하여...

쭈니-1 2010. 12. 31. 13:10

 

 

감독 : 심형래

주연 : 심형래, 하비 케이틀, 조슬린 도나휴

개봉 : 2010년 12월 29일

관람 : 2010년 12월 30일

등급 : 12세 이상

 

 

2010년의 마지막 영화... 그래 너로 정했어!

 

오늘이 바로 2010년의 마지막 날이네요. 언제나 이맘때가 되면 씁쓸합니다. 정말 숨가쁘게 달려온 것 같은데 뒤돌아보면 별로 이룬 것 없이 그저 1년을 허비한 느낌이 들거든요.

1년 전 바로 오늘 저는 블로그를 새로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은 새내기 블로거로 2010년에 대한 야심이 대단했었습니다. 영화는 일주일에 2편이상 꼭 극장에서 보고, 영화 블로그로써 확실하게 자리매김도 하고,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할 때는 하지 못했던 영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 거리를 새롭게 시작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라스트 갓파더]까지 영화는 고작 76편을 봤고(일주일에 1.5편을 본 셈입니다.), 영화 블로그로써는 아직 아리송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으며, 박스오피스, 영화계 뉴스 등등 새로운 메뉴를 시작하려 했지만 박스오피스는 시도 몇 번 하다가 결국 포기했고, 영화계 뉴스도 초반 업뎃하다가 바로 방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제 블로그를 통해 많은 분들과 영화에 대한 소통을 시작했고, 지금 현재 Daum view 영화 채널 14위로 영화 블로그로 확실하지는 않지만 1년짜리 블로그치고는 제법 잘 적응하고 있다는 점에 자위하고 있습니다. 

 

어찌되었던 영화 블로거로 시작한 2010년은 오늘이 마지막 날이고, 2011년에는 새로운 각오로 더욱 열심히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점에서 2010년을 마무리하는 영화를 선택해야 했는데... [트론 : 새로운 시작]과 [라시트 갓파더] 중 심사숙고한 전 [라스트 갓파더]를 선택했습니다.

흠... 좀 웃기는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이 두 영화의 제목에서 그들의 운명이 결정된 것일지도... [트론 : 새로운 시작]은 영화의 부제가 '새로운 시작'인 만큼 2011년의 첫 영화로 적합하고, [라스트 갓파더]는 '라스트'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제게는 2010년의 마지막 영화가 될 운명이었는지도...

그리고 [전우치]로 시작하여 [라스트 갓파더]로 끝맺음함으로써 2010년은 한국영화로 처음과 끝을 맞이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해서 선택된 할리우드에 간 바보 영구의 마피아 체험기 [라스트 갓파더]... 이제 그 영화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심형래의 도전은 계속된다.

 

일단 글을 시작하기 이전에 저는 2007년에 화제가 되었던 [디 워]에 열광했던 소위 말하는 '디빠'입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디 워]를 무조건적으로 옹호하거나, [디 워]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혹평을 하면 악플로 대응하는 열혈(혹은 저질) '디빠'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한국영화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진일보한 특수효과와 감히(?) 미국 박스오피스 정상을 노린 심형래 감독의 무모한 도전이 좋았고, 그를 응원했었습니다.

[라스트 갓파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디 워] 상영당시 심형래 감독은 차기작으로 [대부]의 명배우 말론 브론도를 CG로 부활시켜, 뉴욕의 잔인한 마피아 대부의 아들이 한국의 바보 영구라는 설정의 영화를 만들겠다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저는 그러한 심형래 감독의 이야기가 농담일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세상에 마피아 영화에 바보 영구의 조합이라니... 그냥 웃자고 한 소리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비록 말론 브론도를 CG로 부활시키지는 못했지만 대신 할리우드의 명배우 하비 케이틀을 캐스팅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그러한 그의 추진력은 분명 우리가 배워야 하고, 칭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 워]때도 그랬지만 저는 [라스트 갓파더]를 비평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분명 [라스트 갓파더]는 비평가들에게, 그리고 관객들에게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비평과 비난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디 워]때 제가 흥분했던 것은 소위 말하는 평론가들이 비평이 아닌 비난을 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감독의 '청계천 미제 토스기' 글이라던가, 저명한 문화 평론가라는 분의 '평가할 가치도 없는 영화'와 같은 발언은 비평이 아닌 비난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 이 글에서 [라스트 갓파더]를 무조건적으로 찬양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스토리 전개는 엉성했고, 웃음 코드는 조금 낡았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라스트 갓파더]에 대한 제 평가일 뿐, 저는 여전히 심형래 감독의 도전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처음 [디 워]가 미국에 개봉했을 때는 분명 미국 관객들의 반응은 '한국의 낯설은 감독이 만든 B급 판타지 영화'라고 인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라스트 갓파더]에서는 '아! [디 워]만들었던 그 감독의 영화!'라는 반응을 보일테고, 그 다음 영화에서는 '바보 영구 감독의 영화!'라는 좀 더 나은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그의 도전은 서서히 효과를 발휘할 것이고, 그것은 한국영화의 미국 진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전해줄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영구가 미국에 간 까닭은?

 

[라스트 갓파더]를 보며 저는 심형래 감독이 상당히 영리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실 처음 그가 [디 워]를 만들었을 때에는 그의 도전정신과는 별도로 그가 무모해 보였습니다. 그는 특수효과의 천국 할리우드에서 특수효과를 내세운 영화로 도전장을 내민 것입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다는 속담이 떠오르는 무모하다 못해 바보같은 도전이었습니다. 

[디 워]는 우리나라의 관객 입장에서는 획기적인 특수효과 기술이 돋보이는 영화였지만 미국 관객 입장에서는 B급 영화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그러한 심형래 감독의 무모함은 관객 동원에서도 드러났습니다.

평론가들은 [디 워]의 흥행 성공이 값싼 애국심 마케팅이라고 열을 올렸지만 저는 그러한 그들의 생각은 관객을 너무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디 워]가 흥행에 성공했던 것은 한국 관객에게 [디 워]가 그 만큼 재미있었고 즐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디 워]의 특수효과가 있었습니다. 분명 [디 워]의 스토리 전개는 부실했지만 그것을 상계하고도 남을 특수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객들은 [디 워]를 즐겼고, 그 결과 [디 워]는 2007년 최고의 흥행작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관객의 눈은 냉정했습니다. 특수효과로 점칠된 영화에 익숙해있던 그들에게 있어서 [디 워]는 그저 그런 내용이 부실한 판타지 영화였고, 그 결과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4위에 5백만 달러가 조금 넘는 저조한 흥행 성적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라스트 갓파더]에서 심형래 감독은 [디 워]의 시행착오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도 화장실 코미디, 슬랩스틱 코미디 등 소위 말하는 저질 코미디 영화들은 일정 팬을 유지하고 있는 인기 장르입니다. 심형래 감독은 영구라는 캐릭터를 통해 바로 그러한 슬랩스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장을 내민 것입니다. 

그러면서 [디 워]에서 가장 미국적인 기술인 특수효과에 한국적인 소재인 이무기를 접목시켰던 심형래 감독은 이번엔 가장 미국적인 장르인 갱스터 무비에 한국의 코믹 캐릭터인 영구를 접목시켰습니다.

심형래 감독이 영리하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그는 미국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을 끊임없이 접목시키며 할리우드 진출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비할리우드권 감독들이 할리우드를 진출할 때는 철저하게 미국적인 것에 촛점을 맞추는 반면 그는 한국적인 것을 결코 포기하지 있으면서 가장 미국적인 것으로 미국 관객들을 유혹하겠다는 영리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라스트 갓파더]가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런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심형래 감독의 꺾이지 않는 도전 정신과 영리함을 본 이상 그가 다음 영화에서는 좀 더 미국 시장에 깊숙히 파고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라스트 갓파더]에 대한 나의 평가는 C+이다.

 

이거 글의 대부분이 심형래 감독의 할리우드 도전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지고 말았네요. 사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영화에 대한 제 관심사는 온통 '영구가 과연 미국 관객들에게 먹힐까?'에 쏠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쯤에서 [라스트 갓파더]에 대한 제 개인적인 감상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일단 어색했습니다. 심형래 감독이 10년만 젊었어도 어색하지 않았을텐데 한국 나이로 53세인 그가 30세의 바보 영구를 연기했으니 어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 역시 80년대 심형래의 코미디를 보며 자란 세대입니다. 그렇기에 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집니다. 하지만 [디 워]가 개봉되었던 2007년에 TV에서 본 심형래는 더이상 바보 영구가 아닌 충무로의 그 어떤 영화인들도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나선 용기있는 한국인이었습니다. 못 보던 사이에 부쩍 늘은 그의 주름은 그가 특수효과 기술을 개발하며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나타내는 지표였습니다. 그렇기에 그가 자랑스러웠고,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그의 자랑스러운 주름살은 이번 [라스트 갓파더]에서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그렇기에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어색함은 심형래의 탓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바보 영구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의 부재 탓이죠. 영구라는 좋은 캐릭터를 갖고 있지만 그 캐릭터를 50세가 넘은 감독 스스로가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여전히 스토리 라인이 부실했습니다. [디 워]가 가장 많이 욕을 먹었던 이유이기도 한데... 이번 [라스트 갓파더] 역시 '영구가 마피아 보스의 아들이었다.'라는 기본 설정을 제외하고는 주먹구구식의 진행 방식을 따릅니다.

영구가 돈 키리니(하비 케이틀)의 라이벌 조직인 본판테의 외동딸 낸시(조슬린 도나휴)에게 한 눈에 반하는 과정도, 영구가 본의 아니게 획기적인 아이디어(벌집 머리, 빅맥, 미니스커트)로 지역 상인들의 장사를 살리는 과정도, 영구가 키리니와 본판테 조직을 화해시키는 것도, 모두 대강 대강입니다. 물론 어차피 [라스트 갓파더]가 진지한 갱스터 무비가 아닌 코미디 영화라는 점을 감안해야 겠지만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들과 비교해서도 가벼움이 도에 지나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며 많이 웃었습니다. 심형래 코미디의 추억이 영화 곳곳에 묻어났는데 바보 영구는 물론, 짧은 다리로 발차기를 하던 귀여운 펭귄, 그리고 바보 복서인 칙칙이, 그리고 변방의 북소리에서 보여줬던 액션까지 영화를 보다보면 80년대 코미디 프로를 보며 박장대소를 했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향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비니와 총잡이 대결하는 장면은 정말 맘껏 웃을 수 있었습니다. 바보 캐릭터였기에 가능한 명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웃음 코드 대분이 80년대 그의 코미디를 즐겼던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이 아쉽네요. 과연 요즘의 젊은 관객들과 미국 관객들이 그러한 심형래의 코미디에 웃음을 지을 수 있을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라스트 갓파더]는 한국에서 개봉 첫 주 [황해], [헬로우 고스트]를 압도적인 차이로 앞지르며 박스오피스 1위 행진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극과 극입니다. 심형래 감독의 팬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런 평가를 발판 삼아 심형래 감독이 자신의 영화가 만장일치로 환영받는 그 날까지 더욱 노력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에 대해서 맘껏 비평하라.

하지만 심형래 감독에 대해서는 맘대로 비판하지 마라.

그가 자신의 꿈을 멈추지 않는한 누가 뭐래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망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