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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포켓몬스터 DP : 환영의 패왕 조로아크] - 아이들을 감동시키는 힘

쭈니-1 2010. 12. 27. 13:34

 

 

감독 : 유야마 구니히코

더빙 : 이선호, 이영란, 김선혜, 유동균

개봉 : 2010년 12월 23일

관람 : 2010년 12월 25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웅이는 아직 산타 할아버지를 믿는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하지만 전 어렸을 적부터 산타 할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에 산타 할아버지가 아닌 어머니께서 조심스럽게 선물을 놓으시는 것을 실눈을 뜨고 본 기억도 납니다. 

하지만 전 웅이가 저와는 다르게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동심이고, 동심은 곧 순수함을 뜻하는 것이니까요. 전 웅이가 순수한 동심을 조금 더 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어린아이들은 예전과는 다르게 인터넷 등을 통해 수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 역시 인터넷에 노출된 아이들이라면 금방 산타 할아버지는 곧 엄마, 아빠라는 사실을 눈치챌 것입니다. 그렇기에 열심히 산타 할아버지한테 편지를 쓰고 산타 할아버지가 꼭 선물을 줬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는 웅이를 보며 살짝 의심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어쩌면 웅이는 선물을 받기 위해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는 척 하는 것은 아닌지...

 

12월 24일... 웅이는 긴장을 하더군요. 2010년 한 해 동안 학교에서, 학원에서 까불고 장난쳤던 것을 반성하며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면 어떻게 하지?'라며 걱정하는 웅이의 모습을 보며 나름 기뻤습니다.

12월 25일... 새벽같이 일어나 아직 깊은 잠에 빠진 엄마, 아빠를 놔두고 혼자 거실로 나가 구피가 준비해준 선물을 보며 좋아하던 웅이는 그렇게 혼자 '파워 레인저 정글포스'를 2시간 동안 끙끙거리며 조립했습니다.

9시가 넘어서야 눈 비비며 일어선 제게 웅이는 '아빠,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셨어. 그것이 이렇게 큰 선물을... 그런데 산타 할아버지는 어떻게 전 세계 어린이들한테 선물을 줄 수 있어?'라며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웅이가 만약 산타 할아버지를 안 믿으면 어느 아이의 산타 마을 체험기를 담은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를 보여주려고 준비까지 했던 저는 아직 때묻지 않은 웅이의 순수한 마음을 보고 감동을 느꼈답니다. 저 동심을 오랫동안 지켜주고 싶은데... 어쩌면 내년이면 웅이도 산타 할아버지가 사실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지도... 그날을 생각하니 조금 슬퍼지네요. 

 

 

웅이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아직 순수한 동심을 간직한 웅이를 위한 선물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웅이가 개봉하기만 몇 달전부터 손꼽아 기다렸던 영화 [극장판 포켓 몬스터 DP : 환영의 패왕 조로아크] 관람은 물론, 강원도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서울로 올라온 웅이의 외삼촌은 포켓 몬스터 피규어가 담긴 열쇠고리를 3개나 사주었고(앤테이, 조로아, 세레비), 저녁엔 포켓 몬스터 카드 게임인 토대부기 구축덱을 구입하여(이미 디아루가덱과 임페르트덱은 있었답니다.) 저녁엔 저와 함께 신나는 포켓 몬스터 카드 게임을 즐겼습니다. 결국 웅이의 크리스마스는 파워 레인저로 시작해서 포켓몬스터로 끝난 셈입니다.

그러고보니 파워 레인저, 포켓 몬스터 모두 국산 캐릭터가 아닌 일본 캐릭터네요. 신토불이(?)라고 기왕이면 웅이에게 국산 캐릭터 만화를 좀 더 보여주고 싶은데 크리스마스라는 대목 시즌에도 국산 캐릭터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우니, 웅이는 좋다고 방방 뛰지만 아빠 입장에선 조금 아쉬웠답니다. 이럴 때 [로보트 태권  V], [아기 공룡 둘리] 등 국산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개봉하여 우리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었다면 좋으련만...

 

암튼 주차하는 데에만 20분 정도를 소모하며 겨우 겨우 CGV 목동에 도착한 저는 양파맛 팝콘을 사들고 웅이와 함께 [극장판 포켓 몬스터 DP : 환영의 패왕 조로아크]를 관람하였습니다. 극장을 가득 메운 아이들의 환호 속에서 웅이와 함께 영화를 관람한다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기분이랍니다. 아마 몇 년후면 이런 경험을 더 이상 할 수 없겠죠. 웅이는 점점 클테고, 아빠보다는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을 더욱 좋아하게 될테니까요.

[극장판 포켓 몬스터 DP : 환영의 패왕 조로아크]는 아이들이 관람하기에 딱 좋은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오랜 기간동안 사랑받은 캐릭터인 지우와 피카츄가 있고, 새로운 캐릭터인 조로아와 조로아크가 있으며, 지난 극장판에서 어린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던 세레비, 라이코, 앤테이, 스이쿤도 등장하니 말입니다. 

어벙한 악당  로켓단으로 웃음을 주고 마지막 조로아크와 조로아의 우정(혹은 모정)으로 감동까지 전해주는 [극장판 포켓 몬스터 DP : 환영의 패왕 조로아크]는 분명 일본의 캐릭터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캐릭터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다.

 

'포켓 몬스터'의 캐릭터의 힘을 맛 본 것은 1년 전부터였습니다. 웅이가 '포켓 몬스터'에 빠져 들었고, 그런 웅이를 위해 '포켓 몬스터' 피규어를 사주기 시작했죠. 그런데 '포켓 몬스터' 피규어 종류가 잘 해야 수십개일 것이라 생각했던 저는 생각 외로 너무 많은 캐릭터 숫자에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러한 캐릭터의 비밀을 저는 웅이와 TV판 '포켓 몬스터'를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매 회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더군요. 저 수 많은 캐릭터들을 상품화한다면 결국 '포켓 몬스터'의 캐릭터 산업은 마르지 않는 샘물인 셈입니다. 

이번 [극장판 포켓 몬스터 DP : 환영의 패왕 조로아크]도 마찬가지입니다. '포켓 몬스터' 캐릭터의 특징은 신의 포켓몬이라 불리우는 캐릭터들의 멋진 모습과 피카츄, 팽도리와 같은 귀여운 캐릭터의 조화입니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그 두가지를 전부 만족시킵니다. 귀여운 캐릭터인 조로아와 신의 포켓몬이라 불리우는 라이코, 앤테이, 스이쿤을 능가하는 힘을 가진 조로아크의 등장입니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의 심리를 잘 이용한 새로운 캐릭터가 지속적으로 나와주니 웅이가 열광할 수 밖에 없는 것이겠죠.

 

게다가 라이코, 앤테이, 스이쿤을 등장시킨 것 역시 제작진의 영리한 마케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TV판 '포켓 몬스터'는 아기자기한 귀여운 캐릭터들의 향연입니다.(요즘 저는 웅이와 함께 '포켓몬스터 DP'를 1편부터 보고 있는 중입니다.) 20여분 정도로 한정된 러닝 타임동안 아이들은 TV속에서 펼쳐지는 귀여운 포켓몬들의 모험을 즐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극장판은 틀립니다. 아무래도 비싼 관람료를 내고 보는 것이니만큼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뭔가 TV에서 볼 수 없었던 특별한 것을 원하게 되죠. 그래서 등장한 것이 신의 포켓몬입니다. 작년 연말에 개봉했던 [극장판 포켓 몬스터 DP : 아르세우스 초극의 시공으로]가 대표적인 예인데... 그 영화에선 TV판에서 볼 수 없었던 거대한 신의 포켓몬인 아르세우스, 디아루가, 펄기아, 기라티나 등을 출연시켜 캐릭터 만으로 스케일을 키우는 영리한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이번에 등장하는 라이코, 앤테이, 스이쿤 역시 그러한 맥락인데, TV판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신의 포켓몬 캐릭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 입장에선 극장에서 볼 충분한 값어치가 있는 셈입니다. 그야말로 제작진의 영리한 마케팅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훈적인 애니메이션을 마다할 부모가 있는가?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주 관객층은 어린 아이들이지만 그러한 어린 아이들에게 관람료를 지불해주고 함께 극장에 오는 것은 어른인 부모들이라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포켓 몬스터'의 캐릭터에 열광할 수 있지만 부모 입장에선 그러한 캐릭터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물론 저처럼 캐릭터를 중요시하는 별난 부모도 있지만...) 그렇다면 그들이 중요시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교훈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것을 보고 무엇인가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죠.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오랜 기간동안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동화를 원작으로 함으로써 동심에 기대고, 교훈을 줌으로써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부모 입장에선 뭔가 좋은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사실 TV판 '포켓 몬스터'에는 교훈적인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최고의 포켓몬 마스터가 되고 싶은 지우가 피카츄와 함께 여행을 떠나며 모험을 통해 점점 자신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극장판에서는 다릅니다. 지우의 모험은 교훈적이어야 하는 것이죠. 그래야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줄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나흐벨츠라는 악당입니다. 세레비의 시간을 문을 통해 미래를 보는 능력을 지닌 나흐벨츠는 그러한 능력을 이용하여 거대한 부와 권력을 얻지만 20년이 지나고 그 능력이 점점 사라지자 다시한번 세레비를 통해 미래를 보는 능력을 얻기 위해 음모를 펼칩니다.

사실 TV판 '포켓 몬스터'에서는 악당이 없습니다. 로켓단이라고 지우의 피카추를 노리는 어벙한 2인조와 말하는 포켓몬 냐옹이가 있지만 그들은 악당이라기 보다는 코믹한 감초 캐릭터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악당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던 '포켓 몬스터'가 유난히 극장판에만 오면 악당이 생겨납니다. 그것은 악당을 내세워 교훈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인간의 과도한 욕심으로 파괴되는 아름다운 마을 크라운 시티의 모습을 보여주며 선과 악의 극단적인 이분법을 통해 감동과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너무 감동적이야!'를 외치는 웅이를 보며 '포켓 몬스터'의 저력을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게다가 어른인 저도 꽤 재미있게 봤으니 한동안 웅이도 저도 '포켓몬스터 DP'에 푹 빠질 예정입니다.

 

 

왜 우리나라의 캐릭터 산업은 지지부진한 것일까?

'포켓 몬스터'에 열광하는 아이들을 보더라도

캐릭터 산업이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