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영화에 대한 생각들

김기덕 감독 폐인 기사로 본 Daum view의 역기능

쭈니-1 2010. 12. 20. 18:42

오늘 아침 출근을 하여 포털 사이트의 영화 기사를 검색하다가 충격적인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김기덕 감독이 제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그 배신감에 폐인처럼 지내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하긴 그러고보니 1996년 [악어]로 데뷔 이후 2008년 [비몽]까지 13년 동안 15편의 영화를 연출했던 다작 감독이었던 그가 [비몽]을 끝으로 새로운 영화의 연출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최근엔 저예산 영화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영화다]의 수익 문제로 시끄러웠던 점이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그 배신했다는 제자가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의 흥행 감독 장훈 감독이라는 점입니다. 

장훈 감독의 연출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저로써는 장훈 감독에게 실망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김기덕 감독 배신' 이슈에 대한 view글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저 역시 열심히 추천을 누르며 장훈 감독에 대한 실망감을 쏟아냈습니다.

어떤 글은 한국영화계의 주류에 편입하지 못한 김기덕 감독을 동정하는 글도 있었고, 어떤 글은 그 장훈 감독의 영화를 다시는 보지 말자는 글도 있었습니다.

이미 '김기덕 감독 배신'이라는 이슈로 몇 편의 글이 view best로 오르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러한 글들을 읽다보니 갑자기 이러한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가 너무 섣부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한지 몇 분 후 포털 사이트에 이런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그 글을 읽어보니 기사의 내용이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김기덕 감독과 장훈 감독은 이미 화해를 했고, 자신이 폐인처럼 지낸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자필 해명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은 저는 확인되지 않은 다른 한쪽의 입장을 담은 기사를 읽고 분노하고 욕한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물론 장훈 감독이 잘한 일은 아니지만 두 사람 사이에 화해를 했다면 우리가 과연 장훈 감독을 그렇게 비난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요?

 

view의 글을 읽다보면 가끔 이슈에 대한 글을 빨리 쓰기 위해서 섣부른 판단을 하는 글을 자주 보게 됩니다. 물론 이해는 됩니다. 화제 이슈에 대한 글을 올려야 많은 분들이 글을 읽고 추천을 많이 받을 것이며 view순위도 덩달아 오를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남을 비난하는 글을 쓰려면 자초지종을 정확히 판단하고 그가 정말 비난받을 짓을 했는지 확신을 한 다음에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얼마전 이슈로 떠올랐던 타블로 문제도 그렇고, 아직도 군 면제 문제로 시끄러운 MC몽도 그렇고, 저는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지기 전에 너무 많은 블로거들이 이미 진실을 확정지어 놓고 남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비난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저는 좀 더 많은 블로거들이 인기에 편향된 즉흥적인 비난글을 자제하고, 진실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토론을 통해 문제를 바라보는 수준을 높였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그날 그날의 인기도에 의한 view순위가 결정되는 시스템이라면 넓고 다양한 시각 대신 추천을 좀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자극적인 비난글이 난무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