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MCG
주연 : 드류 배리모어, 카메론 디아즈, 루시 리우
개봉 : 2003년 6월 27일
요즘 헐리우드의 영웅들은 대대적인 변신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슈퍼맨]과 [람보]처럼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하며 흑백논리로 정의된 절대악을 초인적인 힘으로 무찌르던 헐리우드의 영웅들이 요즘들어선 점차 나약해지고 영웅과는 어울리지않는 인간적인 고뇌에 빠져있으며 급기야는 선인지 악인지 그 경계선마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개봉된 헐리우드 영웅들의 모습은 확실히 변화된 헐리우드 영웅상을 보여줍니다.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는 영웅이 짊어져야할 무거운 책임감에 힘겨워하고 있으며, [엑스맨 2]의 돌연변이 영웅들은 자신들이 지켜야할 인간들을 오히려 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매트릭스 2 - 리로디드]의 네오는 컴퓨터와 인간 사이에서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환상인지, 혹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그 모호한 경계속에서 방황하고 있으며, 곧 국내에 개봉될 [헐크]에서는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는 이중적인 영웅의 모습마저 보입니다.
이렇게 남성들을 대표로하는 영웅들이 점차 나약해지며 좀더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는 와중에 오히려 여성 영웅들은 점점 단순해지며 강해지고 있습니다. [툼 레이더 2 - 판도라의 상자]에서 라라 크로포드는 전편을 능가하는 가공할만한 액션을 보여줄 것이며, [미녀 삼총사 - 맥시멈 스피드]의 세 미녀 영웅들은 그 어떤 남성 영웅들과도 비교할수 없을 만능의 재주를 뽐내며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거뜬히 완수합니다. 이렇게 남성 영웅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여성 영웅들의 공통점은 육감적인 몸매를 굳이 감추려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2년전 여름 [툼 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의 그 아찔한 몸매에서 나오는 액션은 [툼레이더2 - 판도라의 상자]에서는 좀더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며, [미녀 삼총사 - 맥시멈 스피드]의 세 미녀 영웅들 역시 아슬아슬한 의상으로 시종일관 관객들을 즐겁게 만듭니다.
언제나 썸머시즌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헐리우드의 영웅들... 고뇌에찬 남성 영웅들의 복잡해진 내면 세계와 단순한 여성 영웅들의 그 육감적인 몸매... 헐리우드 영웅의 모습은 이렇게 변하고 있지만 더위에 지친 관객들을 즐겁게 만드는 매력은 여전합니다.
1. 단순하게...
[미녀 삼총사 2]는 최근에 개봉된 남성 영웅들과 비교해서 정말로 단순하며 심각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한바탕 웃고 즐길만한 거의 완벽한 오락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오프닝씬... 딜런(드류 배리모어), 나탈리(카메론 디아즈), 알렉스(루시 리우)는 미국의 고위 관료를 구출하기위해 몽골 지방으로 파견됩니다. 수많은 거칠은 몽골 남성들이 권총으로 무장한 적의 아지트에 아무런 무기도 없이 무작정 뛰어든 미녀 삼총사. 그녀들은 빗발치는 총알을 유유히 피하며 현실의 세계였다면 말도 되지 않는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007 시리즈]를 패러디한듯이 보이는 이 영화의 오프닝씬은 이 영화가 얼마나 단순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요즘의 관객들은 까다로워서 아무리 액션 영화라고 할지라도 현실성을 잃으면 금새 '유치하다'며 실증을 냅니다. 그런데 [미녀 삼총사 2]는 바로 처음부터 비현실적인 즉 유치함을 무기로 내세우며 관객들에게 당당하게도 '단순함을 즐겨라'고 당부합니다. 그렇기에 미녀 삼총사가 벼락 아래로 추락하는 헬기의 날개위로 사뿐히 착륙하는 정말로 만화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장면에 이르르면 어이없는 실소를 터트릴만도 하지만 오히려 이 영화의 비현실성이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결국 이 영화의 단순함은 모든 긴장감을 떨쳐버리고 2시간동안의 이 한바탕 섹시한 액션 소동극을 즐길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 줍니다.
이렇게 말도안되는 그러나 헐리우드 썸머시즌용 오락 영화의 진수를 맘껏 보여준 오프닝씬이 지나고나도 이 영화는 좀처럼 액션의 고삐를 늦추려하지 않습니다. 모터크로싱, 서핑등 이 영화는 영화의 부제목처럼 맥시멈 스피드의 진수를 아낌없이 보여주며 관객들을 현혹시키지만 그러한 액션씬 역시도 단순함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FBI의 증인보호 프로그램이 담긴 티타늄 반지를 되찾는 여정 역시 스토리의 정교함보다는 관객이 예측에서 한치도 틀리지 않는 단순함을 유지함으로써 요즘 복잡해진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그러나 예전에는 거의 대부분의 헐리우드 블럭버스터들이 가지고 있었던) '단순함의 미덕'을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2. 섹시하게...
게다가 이 영화는 [미녀 삼총사]라는 제목이 어울릴 정도로 주인공의 섹시함을 적당히 이용할줄도 아는 영특함을 보입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카메론 디아즈가 듬직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영화의 오프닝씬... 눈보라가 내리치는 몽골에서 아슬아슬한 하얀색 산타 미니스커트를 입고 쌩쇼를 벌였던 그녀의 섹시함은 영화가 중반으로 흘러가면서 점점 노출의 수위를 높여갑니다. 하얀색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서핑을 즐기는 그녀의 모습에선 섹시하다는 느낌보다는 눈부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역시 이 영화의 섹시의 하이라이트는 [시카고]를 연상하게하는 스트립쇼 장면입니다. 카메론 디아즈는 물론이고 드류 배리모어, 루시 리우의 아찔한 몸매도 감상할 수 있는 이 장면에서 마지막엔 카메론 디아즈의 상반신이 아슬아슬하게 노출되기도 합니다.
전편보다는 몇배나 업그레이드된 미녀 삼총사의 섹시함은 단순함과 더불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장점입니다. 결국 헐리우드는 여성이 가지고 있는 상품성을 단지 남성 영웅에게 기대는 가련한 여성이라는 한정된 캐릭터에서 강인한 그리고 섹시한 영웅 그 자체로의 이미지로 뽑아내는 법을 터득한 겁니다. '뽀빠이 살려줘요~'라고 외쳐대던 올리브의 그 가련함은 이젠 복잡한 내면의 세계에 갈등하는 남성 영웅의 자리를 대신 차지할만한 강인함으로 재탄생되었습니다.
남성 영웅들의 복잡한 내면의 모습에 환호를 보내는 까다로운 관객들은 여성 영웅들의 활약상에는 복잡함보다는 단순함을, 갈등하는 영웅의 모습보다는 즐기는 영웅의 모습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객의 이중성은 블럭버스터에게 단순함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하는 관객들의 이중심리에도 있겠지만, 여성 영웅들의 섹시함을 단순하게 즐길 핑계를 찾는 엉큼한 심리에도 있는 듯 합니다.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 영웅이 복잡한 내면의 세계에 방황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을테니... ^^;
이유야 어찌되었건 [스파이더 맨], [엑스맨], [매트릭스]에 환호하며, 복잡하게 진화되는 블럭버스터에 열렬한 환영을 보내던 저는 [미녀 삼총사 2]의 섹시한 여성 영웅들의 말도 안되는 활약상에 환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3. 심각하지 않게...
하지만 이 영화는 전편과는 달리 약간의 갈등을 영화속에 삽입함으로써 단순함과 섹시함을 즐기고 있던 제게 약간의 당혹감을 안겨주었습니다.
딜런은 자신의 과거때문에 동료들을 위기에 빠뜨렸다는 죄책감에 빠져 잠적해버리고, 나탈리는 남자친구와의 결혼 문제에 봉착합니다. 알렉스는 자신이 의사이기를 원하는 아버지와의 작은 오해로 인한 갈등을 겪습니다. 게다가 미녀 삼총사가 언제까지 유지될수는 없다는 위기의식까지 이 영화는 은근히 표현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 역시 심각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딜런의 죄책감은 몇분 가지도 못하고 나탈리의 결혼 문제는 해프닝으로 끝납니다. 알렉스와 아버지의 오해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채 흐지부지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미녀 삼총사 팀이 언제까지나 유지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은 미녀 삼총사가 멋지게 사건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는 식으로 마무리됩니다. 결국 이 영화는 팀원간의 갈등이라는 약간은 심각한 문제를 꺼내들으려다가 관객이 이 영화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다는 듯이 얼른 심각함을 뒤로 감추는 영악함을 보인 겁니다.
솔직히 제 개인적으로 이러한 이 영화의 선택은 전적으로 옳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조금이라도 심각해진다면 이 영화가 이루어놓은 '단순함의 미학'은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며, 그와 동시에 이 영화가 펼쳐놓은 이 말도 안되는 액션과 상황들은 유치해 질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처음부터 짜임새있는 스토리와 리얼한 액션으로 영화를 만들지 못한다면 시종일관 영화가 끝날때까지 이렇게 가볍고 단순하게 이끌어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P.S. 1. 내가 데미 무어였다면 절대 이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을 겁니다. 브루스 윌리스와의 이혼과 그녀가 출연한 영화의 잇따른 흥행 실패, 그리고 연하의 남자와의 난잡한 스캔들까지... [사랑과 영혼]의 이미지를 깡그리 잃어버린 그녀는 그래도 내겐 아직은 아름다운 여배우로 남아잇었는데 그녀가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카메론 디아즈와 함께 서는 그 순간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는 순식간에 나의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역시 나이는 숨길 수 없는 것일까요? 20대의 탱탱한 카메론 디아즈의 몸매에 비해서 전신 성형 수술을 했다는 데미 무어의 몸매는 왜그리 축 늘어져 보이던지...
P.S. 2. 내가 브루스 윌리스였다면 이 영화에 억만금을 주어서라도 출연하려 했을 겁니다. 비록 영화속 비중이 작기는 했지만 이혼한 부인의 성공적인 복귀를 위해서 기꺼이 출연을 결심한 브루스 윌리스의 결단은 제겐 한물 간 헐리우드 영웅의 초상이었던 그가 왜그리도 멋있어 보이던지... 역시 의리를 지키는 남자의 모습은 아름답나 봅니다.
P.S. 3. 이 영화의 음악에 주목할 것... 미녀 삼총사가 수녀 복장을 하고 나올땐 [사운드 오브 뮤직]의 음악이 흐르고, 미녀 삼총사가 용접을 하는 장면에선 [플래쉬 댄스]의 음악이 흐르는 식입니다. 음악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제게 이 영화의 재치넘치는 음악들은 왠지 오리지날 사운드 트랙을 사고 싶다는 욕구를 분출시키더군요.
P.S. 4. 이 영화를 본지 이제 겨우 3일정도밖에 흐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대한 기억이 별로 나지 않아서 영화 이야기쓰는데에 고생했답니다. 이렇게 영화를 본지 며칠이 지났을뿐인데 기억이 나는 것이 별로 없을 정도로 이 영화는 단순하지만 이 영화를 보며 2시간을 재밌게 즐겨던 그 느낌만큼은 생생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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