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3년 영화이야기

[니모를 찾아서] - 픽사여! 디즈니를 구해주소서.

쭈니-1 2009. 12. 8. 16:15

 



감독 : 앤드류 스탠튼
목소리 주연 : 알렉산더 굴드, 엘렌 드제너러스, 알버트 브룩스
개봉 : 2003년 6월 6일

제게 여름이 블럭버스터의 계절이라면 겨울은 애니메이션의 계절이었습니다. 물론 여름 방학 시즌에도 어린 관객들을 노린 애니메이션이 많이 개봉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는 겨울에 개봉되는 애니메이션이 더욱 좋았었습니다. 그 이유는 여름에 개봉되는 애니메이션이 대부분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인데 비해서 겨울에 개봉되는 애니메이션은 새로움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3D애니메이션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몇년전만해도 겨울에는 아카데미를 노린 몇몇 스케일이 큰 대작의 면모를 지닌 헐리우드 영화들이 세계 극장가를 주름잡았었습니다. 하지만 픽사라는 자그마한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가 디즈니라는 거대한 애니메이션의 강자와 손을 잡으며 그러한 겨울 시즌의 양상은 3D 애니메이션의 계절로 바뀌었습니다. 바로 그 시작이 1995년 겨울에 개봉된 [토이 스토리]입니다. 3D 애니메이션을 새로운 흥행 코드로 등록시킨 이 믿을 수 없을만큼 재미있으면서도 새로움으로 가득한 애니메이션은 곧바로 픽사를 유명하게 만들었으며 디즈니는 숙명적인 라이벌인 드림웍스를 멀찌감치 따돌릴 수 있었습니다.
픽사와 디즈니의 흥행 신화는 [벅스 라이프], [토이 스토리 2], [몬스터 주식회사]로 이어지며 계속 이어졌습니다. 물론 디즈니의 경쟁 회사인 드림웍스도 이에 뒤지지 않기위해 [개미], [치킨 런], [슈렉]등을 개봉시키며 꾸준히 반격을 시도했지만 제가 보기엔 픽사가 디즈니와 손을 잡는 이상 드림웍스가 디즈니를 앞지르긴 힘들 듯이 보입니다.
그런데 올해엔 픽사의 신작이 조금 일찍 찾아왔습니다. 디즈니와의 계약이 끝나감에따라 그 결별을 서두르기 위한 픽사의 조급함 때문인지 아니면 애니메이션 팬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영화의 최대 시장인 여름 시장에도 통할 것이라는 판단을 앞세운 디즈니의 상업적인 계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픽사와 디즈니의 신작인 [니모를 찾아서]는 겨울 시즌이 아닌 여름 시즌에 개봉되어 헐리우드의 블럭버스터들과 당당하게 경쟁중입니다. 겨울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제게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이 영화는 그렇기에 조금은 당혹스럽고도 반가운 영화였습니다.


 


  
[니모를 찾아서]는 정말로 픽사스러운(?) 영화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픽사의 3D 애니메이션에 열광할 수 밖에 없었던 요소를 이 영화는 고스란히 갖추고 있습니다. 그 첫번째 요소가 바로 인간을 소재로 삼지 않으면서도 공감이 되고, 교훈적이면서도 새로운 상상력을 갖춘 스토리의 기발함입니다.
이러한 픽사의 영화적인 재미는 [토이 스토리]에서부터 찾을 수 있습니다. 의인화된 장난감이 주인공인 이 영화는 그렇기에 어찌보면 유치한 어린이 취향의 애니메이션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픽사는 이러한 유아기적인 소재에다가 새로운 상상력이라는 힘을 불어넣음으로써 어른인 제게도 공감이 되는 스토리를 완성한 겁니다.
[토이 스토리]가 가지고 있었던 새로운 상상력은 바로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입니다. 어렸을적 누구나 소중하게 간직했던 장난감들... 그러나 성장과 함께 무관심속으로 버려지고 사라져야 했던 그 장난감들... 이 영화는 바로 장난감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이렇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자극시킨 겁니다. [토이 스토리]를 보는 동안 어린 시절 나의 소중한 벗이었던 로봇 장난감들이 새삼 떠올랐으며 나의 무관심속에 버려져야 했던 그 장난감들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가슴속에 느껴졌습니다. 영화를 단지 보고 즐기는 것에 익숙한 제게 영화적인 즐거움과 함께 추억과 교훈마저 안겨운 이 영화는 그렇기에 제겐 상당히 특별한 영화였습니다.
픽사와 디즈니의 두번째 콤비작인 [벅스 라이프]가 강력한 라이벌인 드림웍스의 [개미]보다 성공 할 수 있었던 것도 역시 이러한 픽사의 힘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개미]는 분명 드림웍스의 위력이 돋보이는 독창적이면서도 재미있었던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하지만 [개미]의 독창성은 개미를 의인화했으면서도 개미가 가지고 있는 곤충의 특성을 영화속에 그대로 반영함으로써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내는데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벅스 라이프]는 코믹한 상황 설정을 통해 관객들을 시종일관 웃기면서도 영화속의 캐릭터들에게 공감할 수 있게끔 관객들을 잘 유도함으로써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작인 [몬스터 주식회사] 역시 벽장속의 괴물들이라는 다분히 유아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어렸을때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 보았음직한 괴물들을 코믹하게 그려냄으로써 [토이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과 새로운 상상력이 주는 쾌감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니모를 찾아서]는 위의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을 모두 갖추고 있음과 동시에 그러한 요소들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킴으로써 관객이 느끼는 즐거움을 극대화 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바닷속 깊은 곳에 사는 물고기입니다. [토이 스토리]의 장난감, [벅스 라이프]의 곤충, [몬스터 주식회사]의 상상속의 괴물과 마찬가지로 [니모를 찾아서] 역시 비록 인간은 아니지만 우리의 주변에 쉽게 찾을 수 있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괴물들은 어린 시절의 상상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혹은 인간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를 택함으로써 일단 친숙함이라는 요소를 획득합니다.
여기에 [니모를 찾아서]의 캐릭터와 스토리 라인을 살펴보면 픽사와 디즈니의 전작들과 비슷한 면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니모를 찾아서]의 소심한 아빠 물고기 말린은 [벅스 라이프]의 소심한 개미 플릭을 연상 시킵니다. 말린이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 갖가지 모험을 경험하고 그 가운데 용기를 얻어 아들을 구하고 영웅이 된다는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플릭이 마을을 구하기 위해 전사 벌레를 찾는 여정속에서 스스로 용기를 얻음으로써 마을의 영웅이 된다는 [벅스 라이프]와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치과 의사에게 잡혀가 죽을 고생을 하는 니모의 모험담 역시 [토이 스토리]의 우디와 버즈가 인간을 상대로 벌이는 모험담과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면을 보입니다.      
이렇듯 전작에 대한 답습을 철저히 하고 있는 이 영화는 그러나 식상하다는 느낌대신 새롭다는 느낌을 안겨줍니다. 말린의 모험은 바닷속이라는 새로운 공간적 배경을 만남으로써 원색의 화려함과 픽사의 진화된 기술력으로 재미를 창출했으며, 니모의 모험담 역시 어항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획득함으로써 긴장감 넘치는 재미를 안겨줍니다. 아들에 대한 사랑때문에 니모를 감싸는 것만이 니모를 위하는 길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던 말린이 모험을 통해 과거의 아픔도 씻고 아들을 위하는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는 이 영화의 교훈 역시 디즈니의 다른 교훈적인 영화들에서 느낄 수 있는 짜증보다는 웃고 즐기는 가운데 공감하고 교훈을 같이 깨달아가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여기에 다른 애니메이션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픽사만의 독창적인 캐릭터들이 영화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주인공인 니모가 [벅스 라이프]의 플릭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라는 점만 제외한다면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엉뚱한 물고기 도리를 비롯하여 채식주의를 선언하고 말린과 도리와 친구가 되려하는 괴팍한 상어 트리오, 해류의 파도를 돌진하는 바다 거북들과 인간에게 강한 호기심을 나타내는 펠리칸, 그리고 굶주린 갈매기들...
그 중에서도 가장 독창적인 캐릭터는 채식주의를 선언한 상어 트리오입니다. 채식주의 상어로 거듭나기위해 5단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는 이 무시무시한 상어들은 지금 생각만해도 절로 웃음이 날 정도입니다. 그외에 가장 무시무시했던 캐릭터는 굶주린 갈매기들입니다. 전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나줘'인줄 이 영화를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나줘'라는 그 울음소리가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들리던지... ^^;
바닷속의 황홀한 풍경을 3D로 체험하는 황홀한 기술력과 친숙하면서도 새롭고, 유아적이면서도 공감이가는 상황 설정, 다분히 교훈적이면서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 스토리 라인과 독창적인 조연 캐릭터까지...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이 지니고 있는 그 모든 영화적인 재미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 픽사 2004년 개봉을 목표로 [인크레더블]을 제작중입니다. [인크레더블]은 픽사 애니메이션 최초로 인간이 주인공이 될 것이라합니다. 하지만 장난감이 주인공이건, 물고기가 주인공이건, 혹은 인간이 주인공이건간에 픽사 애니메이션의 재미는 여전할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저는 소망합니다. 픽사와 디즈니의 동거가 당분간 계속 되기를... 솔직히 저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요즘들어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들이 그 재미를 서서히 잃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제가 보기엔 그 이유중의 하나가 제한적인 소재로 인한 상상력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타잔] 등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한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그 능력을 발휘했던 디즈니가 소재의 고갈로 인하여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아마도 디즈니라는 그 거대한 회사의 관료주의에 막혀 새로운 인재들이 아이디어를 발휘할 기회를 박탈된 것은 아닌지...
이러한 디즈니의 총체적인 위기속에서 픽사라는 작은 회사의 등장은 분명 엄청난 호재였습니다. 디즈니에 비해 상상력이 자유로운 픽사는 가족주의와 유아적인 재미, 그리고 교훈이라는 디즈니의 특성을 잘 살려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내면서도 새로운 상상력을 영화속에 펼쳐놓음으로써 디즈니에 실망을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팬들의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픽사와의 공동 작업에도 불구하고 아직 디즈니는 변화할 준비가 된 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2002년 겨울에 개봉된 디즈니의 셀애니메이션 [보물성]에서 보듯이 디즈니는 아직도 안전한 소재를 찾아헤메고 있으며 그 속에서 변화를 추구함으로써 소극적인 자세로 변화를 요구하는 애니메이션팬들의 요구에 응하고 있는 셈입니다.
만약 픽사가 디즈니로부터 독립을하여 자신만의 영화를 만든다면 우리는 어쩌면 정말로 독창적이며 새롭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쩌면 디즈니라는 그 거대한 산맥은 서서히 허물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진정으로 부활하기를 소망하는 팬의 입장으로써... 픽사여! 디즈니를 구해주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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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의꿈 이쁜 그림 많이 있네...어디선가 찾긴 정말 잘 찾아...
특별히 기대하고 본 건 아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었어...사람이 안나오는 애니매이션은 재미없다니까 사람이 많이 나와 그러더니만....
고작 서너명....하여튼 재미있어...
 2003/06/12   
쭈니
내가 이야기한것 같은데...
[토이 스토리]만큼만 사람이 나온다고... ^^
 2003/06/12   
아랑
헉헉헉.. 오랫만에 자판 잡으시더니 정말 길게 쓰셨네요^^
애니에 후한 점수는 주는 쭈니님...ㅋㅋ
결혼하고서도 두분 영화보러 잘 다니시네요.. 아웅. 너무 좋아보여요^^
 2003/06/12   
쭈니 오랫만에 자판을 잡다뇨...
영화 이야기는 오랜만이지만 아주짧은영화평은 꾸준히 쓰고 있답니다.
물론 아직은 영화이야기만큼의 hit를 기록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아짧평(아주짧은영화평의 줄임말입니다. ^^)도 영화이야기에 버금가는 메뉴로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튜브]를 토요일엔 [역전에 산다]를 볼 예정입니다.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철없는 남편때문에 아내만 고생이랍니다. ^^;
 2003/06/12   
아랑
게임을 너무 좋아하는 철없는 남자친구때문에 저도 고생이여요~~  2003/06/12   
쭈니 ㅋㅋㅋ
남자들은 여자보다 철이 늦게든다죠???
암튼 철없는 남자들때문에 여자들이 고생이군요. ^^;
 2003/06/12   
남자
제 닉이 너무 자주 보이는군요 ㅋㅋ;;
역시 쭈니님 리뷰는 재밌어요~
 2003/06/12   
쭈니 남자님의 닉네임이 특이하기 때문이겠죠. ^^
그리고 남자님의 격려... 언제나 제겐 힘이 됩니다.
 2003/06/12   
미니로
쭈니님과 구피님의 닭살을 피해 오랫동안 방문을 안했었는데^^
여전히 영화를 많이 보시네요. 부럽습니다.
새우깡을 달라고 쫒아다니던 갈매기들이 이렇게 무서운 줄 이 영화를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영화안보신 분들이 보면 마지막 사진이 귀여워보이겠지만 제 눈엔 공포스런 사진이군요.
애니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서 그런지 항상 영화보다 좀 짧게 끝나서 아쉬움이 남더군요.
다음엔 제발 좀 길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네요.
 2003/06/24   
쭈니
미니로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요즘 저도 닭살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으니 자주 방문해 주시길... ^^
 2003/06/25   
dori
다들 에니메이션은 별로인지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현재 니모를 가장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스토리 전개에 있어 니모만한 에니메이션은 없다고 생각했는데요.. 니모는 각 캐릭터들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서로 맞물려 가는 모습들이 정말로 인상깊었거든요.
다른 에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심각한 악역들이 없지만, 다른
생활을 하는 물고기와 사람들이 어떻게 얽혀서 위협이 되고,
또 그것을 잘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 전래없는 에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에니메이션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착한 주인공과
입이 쫘악 벌어지는 악역 캐릭터가 니모에는 없지만, 그러나
각각의 상황을 잘 조합하여 위기를 만들고, 극적인 해피앤딩을
만들어 가는 스토리 전개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길과 말린이 서로 대립되지만, 어느 누구가 나쁘다 할 수는 없죠.
어쨌든 저는 니모를 찾아서가 제일 좋습니다 *^^*
 2005/10/20   
쭈니 저는 픽사의 애니메이션이라면 모두 최고입니다. 특히 니모와 인크레더블... 다음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언제 개봉될지 기다려지네요. ^^  2005/10/20   
dori
이 dori가 위의 파란 물고기인 저 도리 입니다. ㅋㅋ...  2005/10/27   
쭈니 허걱~ 닉네임에 그런 비밀이 숨겨져있었군요. ^^  200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