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3년 영화이야기

[매트릭스 2 - 리로디드] - 내 상상력을 뛰어넘었다.

쭈니-1 2009. 12. 8. 16:14

 



감독 : 앤디 워쇼스키, 래리 워쇼스키
주연 :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로렌스 피쉬번
개봉 : 2003년 5월 23일

1. [매트릭스 2 - 리로디드]를 이해하기 전...

[매트릭스 2]를 보고 난후의 관객들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역시...'라며 만족감을 표현하는 관객과 '전편보다 못하다'며 실망감을 표현하는 관객입니다. 전편에 대한 엄청난 문화적 충격으로 [매트릭스 2]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저는 [매트릭스 2]를 보고나서의 첫 느낌은 후자에 해당되었었습니다. '역시 전편을 능가하는 후편은 없단 말인가...' 이것이 제가 [매트릭스 2]를 보고나서 처음으로 머릿속을 맴돈 첫마디였습니다.
[매트릭스 2]가 제게 전편보다 재미가 없었던 것은 난해한 스토리 때문이었습니다. 전편은 시리즈의 첫 부분이었기에 대강의 상황 설정과 캐릭터 소개로 국한되며 영화를 이끌어 나갔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충격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영화의 상황 설정이 그 자체만으로도 파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기계와 인간의 전쟁을 그린 SF 영화는 많았지만 인간이 기계의 에너지원으로 전락되어 기계가 만들어 놓은 가상 현실속에 가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설정은 영화를 보고난 후 '정말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진짜로 존재하는 세상일까? 아니면 컴퓨터가 만들어 놓은 가상 세계일까?'하는 의구심마저 들게끔 만들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충격적인 영화적인 설정만으로도 관객들을 충분히 영화속 세계로 끌어들이며 그러한 관객들에게 한층 발달된 특수효과와 카메라 테크닉으로 관객의 넋을 완전히 빼앗아 버린 전편은 스토리에 대한 난해함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인 [매트릭스 2]는 달랐습니다. 이 영화를 보기전에 [애니매트릭스]를 보며 나름대로 [매트릭스 2]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했던 저는 그러나 막상 [매트릭스 2]가 시작됨과 동시에 스토리의 난해함속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무언가 전편에서 벌어졌던 기계와 인간의 전쟁이라는 단순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어가는 듯 했지만 전편이 제시했던 기계와 인간의 전쟁이라는 영화의 틀이 너무나도 강력했기에 [매트릭스 2]가 제시하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는 제대로 제게 전달되어지지 않았던 겁니다. 게다가 이 영화 역시 새로운 상황을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자꾸 관객들에게 설명을 해댑니다. 전편에서 자연스럽게 관객들을 스토리 속에 끌고 들어갔던 것과 비교한다면 이러한 [매트릭스 2]의 스토리 전개는 분명 부자연스러웠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 이해시키지도 못했습니다.  


 



이렇게 영화의 스토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자 이 영화가 내뿜는 매력적인 액션씬들도 여느 헐리우드 액션 블럭버스터와 마찬가지로 껍데기뿐인 겉만 화려한 특수효과 놀이로만 비춰졌습니다.
이 영화의 액션씬들은 4년전에 개봉되었던 전편과 비교해서 분명 업그레이드 되었으며 화면에서 한시도 눈을 띌 수 없을 정도로 사정없이 관객이 몰아부칩니다. 영화의 오프닝씬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가 오토바이에서 뛰어내리며 건물에 침투하는 장면은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우와~'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으며, 그토록 소문이 무성한 고속도로씬과 네오(키아누 리브스)와 끝없이 자기 복제를 하는 에이전트 스미스의 한바탕 액션씬은 충분히 이 영화의 블럭버스터적인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하게끔 만듭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이해되지 않는 상태에서 그러한 액션은 단지 멋진 액션일 뿐 전편에서 안겨주었던 충격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간혹 헐리우드는 특수효과만으로 영화를 만들곤 합니다. 특수효과나 액션씬이 영화에서 하나의 부속품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특수효과와 액션만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영화들은 스토리가 뒷받침되지 않기에 불완전한 영화로 완성되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특수효과와 액션으로 몇십분간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영화적인 재미를 이끌어 낼 수는 있을지 몰라도 계속 반복되는 특수효과는 영화가 끝날때까지 관객이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드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액션의 골수팬이 아닌다음에야 보통의 관객들에게는 특수효과와 액션씬이 가져다주는 재미는 그리 길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매트릭스 2]가 안타깝게도 그러했습니다. 영화 초반에는 이 영화가 내뿜는 매력적인 특수효과와 액션씬들에 정신을 빼앗겨 영화속에 몰입하였지만 그것은 그리 길지 못했습니다. 막상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하니 영화속의 액션씬들은 다른 액션씬에 대한 연관성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특수효과의 과잉에 지친 제게 헐리우드의 속빈 블럭버스터가 안겨다주는 지루함이 밀려들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네오는 왜 구원자로 선정된 것인지... 컴퓨터 시스템의 하나인 오라클과 키메이커는 왜 인간을 도와주는지... 어쩌자고 트리니티는 죽다가 살아나는 것인지(죽다가 살아나는 것은 1편의 네오로도 충분한데)... 마지막에 아키텍트가 네오에게 지껄인 그 헛소리들은 도대체 무슨 소린지... 분명 기본적인 영화적 설정이 전편에 비해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는데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든 것이 제겐 수수께기에 불과했으며, 이렇게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하자 [매트릭스 2]는 특수효과만이 가득 넘치는 그런 속빈 강정과 같은 블럭버스터로 제게 전락되고 말았던 겁니다.


 


  
2. [매트릭스 2 - 리로디드]를 이해한 후...

[매트릭스 2]에 대한 영화이야기가 늦어진 것도 바로 제가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시한번 이 영화를 보고 [매트릭스 2]에 대한 영화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제게 그러한 시간은 허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매트릭스 2]에서 제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그 누군가가 쓴 글을 우연히 읽게 되었습니다.
그 글은 [매트릭스 2]를 보며 관객들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자세히 기술함으로써 저처럼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한 관객들에게 확실한 이해를 시킨 글이었습니다. 특히 제게 가장 수수께끼로 남으며 제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었던 아키텍트의 그 이상한 헛소리가 완벽하게 이해되었으며 그와 동시에 오라클과 키메이커가 왜 인간들을 도와주는 것인지... 트리니티는 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자연스럽게 해결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기계와 인간의 전쟁이라는 전편의 영화적인 틀에 얽매어 [매트릭스 2]가 새롭게 제시한 상황 설정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했으며 그럼으로써 이 영화를 이해하지도 못한 겁니다. 결국 [매트릭스 2]는 제게 생각하고 있었던 상상력을 휠씬 뛰어넘어 버린 겁니다. (이 영화의 광고 카피처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저를 너무 크게 뛰어넘은 상상력은 오히려 영화의 난해함을 부추겨 영화의 재미를 앗아간 겁니다. 그러나 그러한 난해함이 해결되는 그 순간 전편의 문화적 충격과 맞먹는 새로운 충격을 제게 선사하였습니다.
기계와 인간의 전쟁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인 논리에서 벗어난 [매트릭스 2]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주인공들(네오와 트리니티)과 메시아가 등장하여 인류를 구원한다는 어찌보면 허무맹랑한 상황 설정등에 대한 의구심을 인간을 뛰어넘은 고도의 컴퓨터가 지배하는 지구라는 설정에 맞게 과학적으로 재편성되었으며 전편의 커다란 스토리 라인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줌으로써 시리즈의 마지막인 [매트릭스 3 - 레볼루션]을 관객들이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영화로 기대하게끔 만들었습니다.(전 [매트릭스 3 - 레볼루션]이 결국 [터미네이터]처럼 흘러갈줄 알았습니다.)  
아마도 벌써부터 [매트릭스 3 - 레볼루션]이 개봉되는 올겨울이 길게만 느껴지는 것은 분명 저 뿐만이 아닐 겁니다. [매트릭스 3 - 레볼루션]은 또 어떠한 상상력으로 나의 상상력을 뛰어넘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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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100% 이해는 아직도 조금 모자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알수록 재밌고 정말 기대되는 영화~
정말 한번 더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2003/05/30   
쭈니 그러게요. 저도 다시한번 보고 싶지만 시간이 허락을 할지...
요즘은 저말 하루가 36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내게 딱 시간동안만 매일 영화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헛된 바램도...
암튼 이 영화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모사는 바람에 제 영화이야기도 엉망이네요.
부끄럽습니다.
 2003/05/30   
아랑
애니매트릭스를 어제서야 봤어요. 매트릭스2를 극장에서 본 다다음날..
애니매트릭스를 먼저 봤더라면 이해가 잘 갔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애니메트릭스 시디2자막파일을 못구하는 바람에... - -;
영어도 아니고 일보어더빙판인 바람에...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 아랑^^;
 2003/05/30   
쭈니 애니매트릭스 2cd로 보셨나보군요.
전 1cd로 봤는데... ^^;
솔직히 애니매트릭스와 매트릭스 리로디드의 관계는 오시리스 최후의 비행과 키드 이야기 뿐이지만 그래도 매트릭스를 이해하는데에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2003/05/30   
미니로
애니매트릭스라... 매트릭스도 차라리 반지에 제왕처럼 한방에 찍고 1년에 한편씩 개봉하면 더 돈을 벌어드리지 않을까요? 애니매트릭스가 나오기 무섭게 매트릭스2가 나오고 겨울엔 3가 나온다니. 매트릭스 찍느라고 돈을 넘 많이 썼나보네요. 한꺼번에 나오는걸 보니...  2003/05/31   
쭈니 [반지의 제왕]의 경우는 워낙 원작이 탄탄하기에 어느정도의 성공을 예상하고 3편의 영화를 동시에 제작할 수 있었겠죠.
그러나 [매트릭스]의 경우는 아마도 1편을 만들때는 이 영화가 그토록 성공을 거둘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을 겁니다. 그래서 1편의 성공이후 2편과 3편 그리고 1.5편격인 [애니매트릭스]가 한꺼번에 만들어 질 수 있었겠죠. 아마도 1편의 성공이 없었다면 2편과 3편 그리고 [애니매트릭스]는 존재하지 못했을 겁니다.
 2003/05/31   
나루
매트릭스영화는 전세계수출 해서 제작비 많이 들었지만 제작비쓴만큼 돈많이 벌어따는군요
확실히 쥬라기공원두 2조원벌고 터미네이터2천억 벌거 보면 제작비 많이 써두
암튼 전세계수출하는 영화는 돈많이 써두 돈벌다고 생각해요.......
 2003/06/02   
쭈니 아무래도 돈을 많이 썼다는 그 자체가 마케팅 효과가 될테니...
하지만 아마도 분명 적자본 영화들도 많을 겁니다.
 2003/06/02   
남자
단순히 번돈으로 따지자면..툼레이더도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무조선 거두어 들이는 것은 아니더군요.
스워드피쉬라던가..식스티세컨즈는 기대이하였죠.
더원등등도 애매하구요. ㅎㅎ;;
 2003/06/04   
쭈니 그게 블럭버스터의 허와 실이겠죠.
성공하면 크게 성공하는데 반에 실패하면 타격이 그만큼 크죠.
우리나라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처럼...
하나의 영화사를 거대 영화사로 만들 수도 있고 그와는 반대로 거대한 영화사를 쪽박차게 할 수도 있고...
그래서 블럭버스터라는 것 신중하게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2003/06/04   
엘잠
저한테 있어서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면 기준에따라 각각 다른영화가 나오겠지만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찍으라면 주저없이 매트릭스시리즈를 찍겠습니다.

1의 세계관을 한층 강화하고 포장시켜서 기가막히는 설정과 스토리를 만들어낸 영화이자, SF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영화라고 봐야겠군요.(아시다 시피 2의 키포인트는 수수께끼같은 대사, 하나도 불필요한게 없는 영화의 세계관에대한 설명과 복선투성이 이죠.)

사실 특수효과나 무술액션씬은 그저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포장지일뿐이죠. 가상현실과의 비유와 그로 인한 메세지는 감탄을 연발케 합니다. 그안에 있는 철학과 종교적인 색채 역시 대단히 뛰어나고요.
 2007/11/01   
쭈니 사실 [매트릭스 시리즈]는 정말 DVD로 구매해서 여러번 관람하며 그 안에 담긴 철학을 샅샅이 파헤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재미난 오락영화를 기대했다가 갑자기 난해한 철학영화를 맞딱뜨렸을때의 당혹스러움... 하지만 당혹스러우면서도 흥미로움... [매트릭스 시리즈]는 제게 참 복합적인 영화였습니다.
 2007/11/05   
엘잠
철학에 대한 접목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됩니다^^

그 세계관을 만들어낸 상상력이야 말로 정말 칭찬받을 만한 것이 아니던가요? 오락영화로써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네요. 오히려 전 이렇게 머리를 써가면서 보는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2007/11/06   
쭈니 네.... 맞습니다. 저도 머리쓰는 영화 좋아하긴 하는데... 영화의 철학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 막 짜증이 밀려오는 스탈이라서... ^^;  2009/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