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3년 영화이야기

[선생 김봉두] - 코미디 흥행 영화의 공식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는...

쭈니-1 2009. 12. 8. 16:14

 



감독 : 장규성
주연 : 차승원, 변희봉, 성지루
개봉 : 2003년 3월 28일

5월의 그 수많은 휴일중에서(일요일을 포함해서) 저에게 허락된 단 하루의 여유 시간이었던 5월 5일... 저는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며 쉬고 싶다는 강한 유혹을 뿌리치고 피로한 몸을 이끌고 아내와 함께 그 황금과도 같은 24시간의 여유를 극장에서 보내기로 결심했었습니다. 제가 보고 싶었던 영화 한편과 아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 한편을 선택해서 연달아 두편의 영화를 보며 그 시간을 보내기로 한거죠.
제가 고른 영화는 [살인의 추억]이었고, 아내가 고른 영화는 [선생 김봉두]였습니다. 이 두편의 영화는 이미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흥행 성공을 길을 걷고 있는 성공작이었기 때문인지 나름대로의 재미를 갖추고 있더군요. [살인의 추억]은 80년대의 그 혼란스럽고 무기력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연쇄강간살인사건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배우들의 호연과 감독의 재기발랄한 능력을 바탕으로 한국적인 스릴러의 새 길을 열었던 작품이었으며, [선생 김봉두]는 코미디 영화의 흥행 공식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는 영특한 영화입니다.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의 격전기인 썸머시즌의 문턱에서 흥행의 기선을 잡고 있는 우리 영화 두편을 보고있자니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드는 군요. 암튼 피곤한 와중에 어렵게 얻은 하룻동안의 여유와 바꾼 영화 관람의 시간이었지만 결코 헛된 시간을 보내지는 않은 것 같아서 맘이 놓입니다. 또 언제쯤 이런 황금같은 여유시간이 생길런지... ^^;


 



1. [선생 김봉두]는 제 2의 [집으로]

[선생 김봉두]를 보면서 제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온 영화는 의외로 [집으로]였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개봉되어 뜻밖의 흥행 롱런을 하며 영화 관계자들을 놀라게했던 [집으로]는 코미디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생 김봉두]와 가장 가깝게 맞닿아 있습니다.  
[집으로]는 서울 아이 상우(유승호)가 시골의 외할머니(김을분)댁에 버려지듯이 맡겨지면서 벌어지는 며칠간의 가슴 따뜻한 사건들을 그린 영화입니다. 대도시의 생활에 익숙해 있는 상우는 외딴 산골 마을에 있는 외할머니의 집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그곳에서 온갖 말썽을 피웁니다. 하지만 결국 외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에 동화되어 갑니다.
[선생 김봉두] 역시 상황과 캐릭터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는 하지만 영락없는 [집으로]의 코미디 버전입니다. 상우는 두말할 필요없이 김봉두(차승원)와 닮아있습니다. 상우가 전자오락을 할 수도 없고, 후라이드 치킨을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있는 시골의 할머니댁에서 답답해하며 할머니에게 심술을 부리는 것과 돈봉투도 없고 쭉쭉빵빵 아가씨들과 폭탄주를 마실수 있는 룸살롱도 없는 시골의 분교에서 답답해하며 시골 학생들에게 심술을 부리는 김봉두는 어쩌면 그렇게도 닮았는지...
결국 [선생 김봉두]는 [집으로]에서 캐릭터와 약간의 상황만 바꾼 영화인 셈입니다. 어린 서울 꼬마 상우는 어른이 되어 돈봉투만 밝히는 불량 티쳐 김봉두로 성장해 있었고, 상우에게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따뜻함을 안겨주는 외할머니는 분교의 다섯 꼬마들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영특하게도 [선생 김봉두]는 관객들이 [집으로]에 열광하는 모습을 포착하여 [집으로]의 상황과 캐릭터를 고스란히 본떠와 약간만 바꾸고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코미디라는 장르를 삽입하여 [집으로]와는 전혀 다른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완벽하게 똑같은 영화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도시 생활에 지친 관객들은 [집으로]에게 그러했듯이 [선생 김봉두]에게도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비록 새로움은 없지만 이런 관객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흥행작을 재생산하는 제작사의 상술에는 찬사를 보내도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어차피 새로운 영화라는 것은 이젠 찾아 볼 수 없을테니 예전의 영화를 새롭게 보이는 것도 훌륭한 기술일 수 있을 겁니다.


 


  
2. 장규성 감독은 제 2의 윤제균 감독

우리나라의 최초의 본격적인 패러디 영화인 [재밌는 영화]로 감독에 데뷰한 장규성 감독은 [재밌는 영화]의 미지근한 성공을 뒤로하고 결국 두번째 영화인 [선생 김봉두]로 흥행의 홈런을 날림으로써 새로운 흥행 감독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이제 겨우 두편의 영화를 연출했을 뿐인 이 신인급 감독은 그러나 코미디 영화의 흥행 공식을 완전히 꿰차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것은 [선생 김봉두]가 윤제균 감독이 연출한 일련의 코미디 흥행작의 형식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윤제균 감독... 2001년 겨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라는 거대한 헐리우드산 환타지 영화와 맞서 [두사부일체]라는 한물간듯한 조폭 코미디로 당당하게 맞대결을 벌였던 겁없는 감독입니다. 그의 겁없는 행위는 의외의 흥행 성공으로 막을 내렸고 윤제균 감독은 [두사부일체]가 거둔 성공 신화를 2002년 겨울에도 재현했었습니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과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과 맞서 [색즉시공]이라는 아직은 우리 영화에서 시도해보지도 못한 화장실 코미디로 당당하게 맞대결을 벌인 윤제균 감독의 두번째 도전은 역시나 또다시 흥행성공이라는 신화를 이끌어 냈습니다.
이러한 윤제균 감독의 이런 잇따른 성공은 헐리우드의 거대한 블럭버스터의 틈바구니속에서 틈새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는 영화외적인 요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관객을 맘껏 웃기다가 어느순간 울릴 수 있는 그의 자유자재로운 코미디 기법에 있습니다. [두사부일체]도 그러했고, [색즉시공]도 그러했습니다. 이 두편의 영화는 아무 생각이 없는 코미디 영화인 듯이 보일 정도로 영화의 중반부까지 관객들을 정신없이 웃기다가도 영화의 후반부에 가면 관객의 눈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하는 이상한 마력을 발휘합니다. 웃음과 눈물이라는 전혀 상반된 감정을 한편의 영화에서 자유자재로 이끌어내는 그의 역량은 아무 생각없이 웃고 즐기는 코미디에 지친 관객들에겐 엄청난 재미였습니다. 그것이 해리포터와 절대반지사이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은 윤제균 감독의 노하우였던 겁니다.
장규성 감독은 [재밌는 영화]의 실패를 토대로 바로 이러한 점을 깨달은 겁니다. 그냥 막무가내로 웃기려 들었던 [재밌는 영화]는 김정은이라는 걸출한 배우를 영화계로 끌어들이며 상당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러한 기대감과는 동떨어진 평범한 흥행 성적을 냈었습니다. 이제 관객들은 이렇게 앞뒤가리지 않고 웃기려고만 드는 코미디 영화에 식상해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장규성 감독의 두번째 영화인 [선생 김봉두]는 다릅니다. 불량 티쳐인 김봉두가 시골 분교에서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음모를 꾸미는 동안 관객들은 정신없이 웃다가도 영화의 후반 김봉두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면서 어느순간 웃음은 감동으로 바뀝니다.
어쩌면 웃음뒤의 감동은 그렇기에 그 무게감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러면 어떻습니까. 한편의 영화에서 웃음과 눈물이라는 두가지의 선물을 함께 받는 관객의 입장에선 가벼운 감동일지라도 그 재미가 배가되는 것을... 이제 코미디 영화의 흥행 공식을 깨달은 장규성 감독의 그 다음 영화가 기대되는 군요.


 



3. 차승원은 제 2의 박중훈

[선생 김봉두]의 가장 커다란 수확이라면 차승원이라는 배우의 발견일 겁니다. 그냥 키 크고 잘생긴 모델 출신의 배우라는 그의 경직된 이미지는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를 거치면서 코믹 연기의 달인으로 바뀌었으며, [선생 김봉두]를 통해서 이제 그가 코믹 연기 하나만으로 우리나라의 영화계를 평정하고 먼나먼 헐리우드로 진출한 코믹 연기의 대가 박중훈의 뒤를 잇는 배우로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선생 김봉두]에서 차승원의 연기는 여러모로보나 [투캅스 2]나 [할렐루야]에서의 박중훈의 연기와 많은 면이 닮아 있습니다.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르면서도 결코 미워할 수 없었던 [투캅스 2]와 [할렐루야]에서의 박중훈의 연기는 왠지 연기라기보다는 박중훈 그 자체의 모습과도 같았으며 우리가 박중훈이라는 배우를 사랑하는 동안 박중훈이 맡은 그 얄미운 배역들조차 미워할 수 없게끔 만들었습니다. 그렇기에 박중훈은 악역을 맡아도 주인공이 될 수 있었으며 박중훈이 맡은 그 악역들은 결코 관객들에게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러한 코믹 연기계에서 거의 신적인 존재인 박중훈... 그런데 차승원의 모습에서 바로 그 박중훈이 보였던 겁니다. 김봉두라는 미워해야하는 것을 옳은 얄미운 캐릭터를 그렇게 귀엽고 정답게 그릴 수 있는 차승원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은 언제 그가 그토록 코믹 연기의 대가의 자리에 도달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거의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이쯤되면 박중훈이 헐리우드에 정착하여 다시는 우리나라의 영화에 출연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별 아쉬움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제 코믹 연기의 대가로 인정받은만큼 차승원도 박중훈이 그랬던 것처럼 코믹 연기라는 틀을 깨고 다른 연기에 도전함으로써 앞으로 전진하는 길만 남은 셈입니다. 그의 다음 출연작이 기대되네요.

이렇듯 [선생 김봉두]는 [집으로]와 윤제균 감독의 영화들, 박중훈의 코미디 영화들까지...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코미디 영화의 공식들을 고스란히 따라함으로써 그 스스로 관객의 인정을 받은 영화입니다. 분명 그러한 흥행에 대한 [선생 김봉두]의 감각은 헐리우드라는 거대한 산맥앞에 서있는 우리나라 영화의 현실에 비춰본다면 상당히 반가운 능력입니다. 하지만 새로움이 없다는 것... 왠지 그것이 맘에 걸리네요. 언제까지 관객들도 이러한 코미디 영화의 흥행 공식에 열광을 보내지는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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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차승원이라는 배우는 이미 코믹영화쪽으로는 최고인거 같습니다.
영화는 아주 재밌고 흥행코드를 잘맞추은 영화지만,
반대로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합니다.
좀 더 독착정이고 창의적인 영화를 고대하는것은 너무 욕심일까요?
흔한 설정과 예상하기 쉬운 결과. 식상한듯한 설정관계.
좀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물론 재미는 있지요^^

언젠가 정말 예상치도 못한 웃음과 감동을 줄 영화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2003/05/11   
아랑
저두요..  2003/05/11   
쭈니 저두요... ^^;  2003/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