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류승완
주연 :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개봉 : 2010년 10월 28일
관람 : 2010년 10월 29일
등급 : 18세 이상
쭈니의 CGV 골드클래스 이용 후기
아주 아주 오래 전(그러니까 제 기억으로는 1년 전쯤) CGV에서 제게 골드클래스 이용권 2매를 선물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CGV 사이트에 올린 영화 리뷰가 반응이 좋아 그에 대한 보답(?)으로 받은 것인데... 여하튼 너무 뜻밖의 선물이었던지라 구피와 저는 나중에 정말 특별한 날 폼나게 골드클래스에서 영화보자며 고이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쁘게 살다보니 폼나게 영화를 봐야할 날이 없더군요. 항상 시간에 쫓기며 집 근처 가까운 극장에서 후다닥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며 살아가던 10월의 어느날, 문득 고이 간직해 두었던 CGV 골드클래스 이용권이 생각이 났습니다. 부랴 부랴 책상 서랍 깊숙히 모셔두었던 골드클래스를 찾았습니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이용 마감일이 2010년 10월 31일이었습니다.
괜히 골드클래스 이용권을 아끼다가 쓰지도 못하고 버릴뻔 했던 구피와 저는 그때부터 골드클래스에서 예매를 할 수 있는 영화들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전국의 CGV 골드클래스에서는 오직 [부당거래]만 상영하더군요. 비열한 영화는 싫다며 투덜거리던 구피, 하지만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이리하여 특별한 날, 특별한 블록버스터를 폼나게 보자던 1년 전 구피와 나의 약속과는 무관하게 우린 [부당거래]를 골드클래스에서 봐야만 했습니다.
[부당거래]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서 하고 먼저 제가 이용한 CGV 영등포 골드클래스 이용후기부터 쓰겠습니다.
솔직히 골드클래스 이용권 1장의 가격이 3만원입니다. 둘이 가면 6만원인 셈이죠. 무슨 연극이나 뮤지컬도 아니고 영화 한 편을 보는데 6만원을 투자한다는 것이 제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했기에 골드클래스를 이용하기 전부터 '네가 얼마나 돈 값을 하는지 보자.'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용을 하고보니 뭐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을 이용할만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구피의 만족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았습니다.
일단 라운지에서 제공되는 과자와 머핀이 맛있었습니다. 골드클래스 이용 전에 신세계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저녁식사를 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구피는 머핀 한개를 후다닥 해치우고 한개 더 먹더군요. 전 음료 제공이 1인당 하나만 선택 가능했던 것이 아쉬웠는데 그래도 향긋하고 부드러운 원두커피가 무한 제공되어 아쉬움이 덜했습니다.(그날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 잠이 오지않아 힘들었습니다.)
특히 구피가 만족스러워 했던 것은 편안한 의자였습니다. 두 다리를 쭈욱 펴고 거의 눕다시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한눈에 들어오는 최첨단(?) 의자는 영화를 편안하게 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단, 관람객 모두 신발을 벗고 영화를 봐서인지 발냄새가 좀 났었습니다. 그마나 공기청정기가 좌석마다 배치되어 있어서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발냄새 진동은 편안함이고 뭐고 영화보기 괴로웠을 듯. 영화를 본 후 구피는 또 오고 싶다고 하네요. 제겐 짠순이의 대명사인 구피가 이런 반응을 보이다니 의외였는데, 구피 역시 짠순이 아줌마이기 이전에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었던 여자임을 새삼 느낀 하루였습니다.
부당한 세계에서 부당한 유혹을 받은 그들
골드클래스 이용 후기는 사진을 곁들여 '특별한 추억'에 새 글을 올리는 것이 마땅하지만 허겁지겁 머핀 먹는데 정신이 팔려 제대로된 인증 사진 한 장 찍지 못한 관계로 이쯤에서 골드클래스 이용후기는 마감하고 그날 본 [부당거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부당거래]는 여자 초등학생 살인사건이라는 초유의 연쇄살인사건이 발단입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범인 검거에 재촉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능한 경찰은 가짜 범인을 내세우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적임자로 최철기(황정민) 반장이 선임됩니다.
여기에서 최철기가 이러한 부당한 거래에 빠질 수 없었던 상황이 펼쳐집니다.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 빽이 없었던 그는 매번 승진에서 물 먹고, 그의 매제와 부하직원들이 저지른 사소한 비리까지 그의 발목을 잡습니다. 그는 상부의 제안에 응하지 않으면 비리 혐의로 불명예 퇴직을 당할 판입니다. 하지만 만약 상부의 제안에 응하고 가짜 범인만 잘 내세운다면 빽도 생기고 출세의 길이 탄탄대로 펼쳐질 것이 분명합니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상부의 제안을 거절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그렇게 최철기는 돈 없고, 빽 없어서 부당한 세계에 발을 들여 놓습니다.
하지만 주양(류승범) 검사는 아닙니다. 그는 아주 오래 전부터 부당한 세계에 발을 들여 놓고 있지만 그는 최철기와는 달리 자신이 가진 돈과 빽, 권력을 남용하여 스스로 부당한 세계를 선택했고 오히려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룹 총수의 뇌물을 받고 공공연하게 그의 뒤를 봐주고, 사건을 은폐하고 조작하며 화려한 부당한 세계에서의 생활을 유지합니다.
이렇게 부당한 세계에 어쩔 수 없이 발을 들여 놓은 최철기와 부당한 세계를 즐기고 있던 주양이 드디어 대결을 펼칩니다. 어찌보면 나쁜 놈과 나쁜 놈의 대결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돈 없고 빽 없는 저는 최철기의 편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영화가 가진 영화적 재미입니다.
최철기와 주양, 둘 다 부당한 세계에 서 있지만 둘은 엄연히 다릅니다. 최철기는 목숨을 겁니다. 그는 자칫 잘못되면 모든 것을 잃을 판입니다. 그렇기에 죽기 살기고 부당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칩니다. 그리고 그가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그는 점점 깊은 수렁에 빠집니다. 하지만 주양은 아닙니다. 그는 언제나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어느 한계를 넘지 않으며 부당한 세계를 즐깁니다. 그렇기에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좀좀 깊은 수렁에 빠지는 최철기만 점점 나쁜 놈이 되고 있었습니다. 돈도, 빽도 없기에...
부당한 세계에 사는 그들의 엇갈린 운명
애초부터 최철기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그가 가짜 범인을 내세우기 위해 이용한 장석구(유해진)는 최철기의 약점을 눈치채고 오히려 그를 이용하려 듭니다. 최철기와 장석구의 부당거래를 눈치챈 주양은 치밀하게 최철기를 공격합니다. 돈 없고, 빽없는 최철기는 이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장석구도, 주양도 그에겐 혼자 상대하기엔 벅찬 존재들이었습니다.
영화의 초반, 주양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최철기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제게 짜릿한 쾌감을 안겨줬습니다. 하지만 주양의 치밀한 공격에 결국 최철기는 무릎을 꿇습니다. 한번만 봐달라고... 한번만 살려달라고... 그는 주양에게 매달립니다. 그 장면에서부터 최철기와 주양의 엇갈린 운명은 시작됩니다.
그렇기에 [부당거래]는 가슴 한 구석에 찌릿함이 남는 영화입니다. 최철기 역시 분명 부당한 세계에서 해서는 안될 부당한 거래를 저지른 나쁜 놈이지만 그의 몰락을 지켜보는 것이 그리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주양은 어찌보면 최철기에 비해 나쁜 놈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나도 모르게 그가 벌을 받기를 원하게 됩니다. 그러나 돈있고, 빽있는 그를 벌하는 것은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 류승완 감독의 액션 쾌감을 기대했었습니다. 그의 영화는 언제나 그랬었으니까요.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남는 것은 현실에 대한 먹먹함입니다. 몇 달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스폰서 검사들이 별다른 징계없이 조용히 사회적 이슈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며 '역시 돈있고, 빽있는 놈들만 잘 사는 세상'이라고 넋두리를 늘어 놓았던 그 현실이 [부당거래]에서도 고스란히 펼쳐집니다.
그래서일까요? 분명 나쁜 놈이지만 최철기의 비극이 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집니다. 그가 돈있고, 빽있다면 그러한 부당한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을리도, 비극을 맞이했을리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영화를 보며 그에게 감정이 이입되어 버린 것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황정민의 담백한 연기는 이번에도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방자전]에 이어 류승범이 연기한 가진 자의 야비함은 여전히 섬찟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코믹한 조연으로만 인식되었던 유해진의 비열한 조폭 연기는 유해진이 왜 명품 조연배우인지 다시한번 각인시켜주었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연출력과 주연 배우들의 명품 연기, 그리고 현실의 세계를 날카롭게 파고 드는 뛰어난 스토리 라인은 [부당거래]를 우리나라 영화중 보기 드문 비극적 느와르 영화로 완성시켰습니다. 그렇기에 누군가 이 영화를 '달콤함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영화'라고 하던데... 제겐 씁쓸함이 너무 강해 여운이 깊게 남는 영화였습니다.
부당한 세계에서조차 돈 없고, 빽 없는 우린 영원한 루저다.
그래서 난 그냥 부당하지 않은 세계에서 발버둥치며 열심히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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