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닫힌 마음에 문을 두드리다.
유난히도 더웠던 8월의 어느 날. 전 제 블로그의 방명록에서 의외의 글을 발견하였습니다. 제게 설미현님의 감성 에세이 <사랑, 마음을 내려놓다>의 추천사 부탁글이었습니다.
순간 저는 어안이 벙벙해 졌습니다. 10년 동안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했고, 블로그를 운영한지 이제 겨우 8개월 정도가 되었지만 영화 모니터링 시사회 초대 및 영화 리뷰 의뢰는 많이 받았지만 책의 추천사 부탁은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영화를 주제로 하는 글을 주로 쓸 뿐, 책을 주제로 하는 글은 거의 써 본적이 없습니다. 그런 제게 출간될 책의 추천사라니요. 게다가 감성 에세이라고 하더군요. 가뭄에 콩나듯이 책을 읽긴 하지만 제가 읽는 책의 대부분은 영화의 원작이 된 책들입니다. 아님 추리 소설이던가... 그렇기에 저는 추천사 부탁을 승낙해 놓고도 그 의도를 의심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사랑, 마음을 내려놓다>의 본문의 한글 파일을 받고 읽어내려가는 순간 제 의심은 어느 사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책에 빠져들고 있는 있었습니다. 에세이라고는 읽어 본 적도 없던 제가 말이죠.
그녀의 일상은 소소하지만 매력적이다.
그야말로 꽤 많은 분량의 한글 파일을 한번도 쉬지 않고 단숨에 읽었습니다. 고백하건데 제가 책을 단 하루만에 다 읽은 것은 고등학교 시절에 푹 빠졌었던 시드니 셀던의 소설들(<게임의 여왕>, <천사의 분노>, <내일이 오면> 등등)을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워낙에 읽는 속도가 느리고, 무언가를 읽는 다는 것에 대한 집중력이 약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최소 한달 이상은 걸려야 읽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사랑, 마음을 내려놓다>는 재미있었을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아니, 지금까지 제가 주로 읽던 소설을 기준으로 한다면 <사랑, 마음을 내려놓다>는 흥미진진한 내용 전개가 없는 글이기에 당연히 재미없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이 책을 단숨에 읽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콕 찝어 말할 수는 없지만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재미는 없지만 매력적이다... 뭔가 어패가 있는 것 같지만 <사랑, 마음을 내려놓다>는 그러합니다.
일단 그녀의 일상이 매력적입니다. 사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입니다. 그녀의 사랑, 이별, 만나는 사람들 모두 시간과 장소는 다를지 몰라도 우리가 한번쯤 겪었고, 가봤고, 만나봤을 이야기들입니다.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모릅니다. 나와 닮은 이야기들...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갔고,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으며,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었나봅니다.
수필의 매력이 이런거였나보다.
설미현 님의 글을 읽다보면 제 소소한 일상을 적었던 사춘기 시절 일기장이 생각나기도 하고, 가끔 블로그에 끄적였던 잡글들이 떠오르기도 했으며, 어떤 글은 제 영화 이야기(제 영화의 이야기의 서두는 제 일상이나 추억을 적고 있습니다.)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수필의 매력이 그런 것인가 봅니다. 특별한 내용도 필요치 않고, 그렇다고 엄청난 기교를 발휘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진솔하게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일상을, 적다보면 그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그 진솔함이 전달되어 함께 공감하고, 함께 웃고 울며, 그렇게 작가와 독자의 연결의 끈이 완성되는 것인가 봅니다.
그렇기에 소설은 독자가 소설 속의 주인공과 감정이 이입되는 장르라면 수필은 독자와 작가의 감정이 서로 이입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본 적도 없고,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는 내가 모르는 그 누군가와 감정이 이입된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더군요. 아마도 그래서 많은 분들이 수필을 읽나봅니다. <사랑, 마음을 내려놓다>는 바로 그러한 특별한 경험을 제게 느끼게 해 준 내 생애 첫 책입니다.
책에 실린 쭈니의 추천사
나의 10대는 혼란스러웠고, 20대는 아무런 희망 없이 하루하루가 소모되었다. 그렇게 30대가 되고 나서야 나는 지난 세월을 후회했다. 10대, 20대를 좀 더 잘 보냈다면 좀 더 나은 30대를 맞이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사랑, 마음을 내려놓다>는 그러한 나의 과거를 사랑하라고 속삭인다. 그리고 현재를 즐기고, 미래를 희망하라며 미소 지어준다. <사랑, 마음을 내려놓다>는 그런 책이다. 작가의 소소한 일상과 추억을 읽다 보면, 어느 사이 내 자신의 일상과 추억도 사랑하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사랑, 마음을 내려놓다> P261~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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