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제 문화생활의 거의 대부분이 영화 보기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엔 책 읽기를 좋아했었는데 요즘은 1년에 한 두권 정도 밖에 책을 안 읽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웅이 덕분입니다. 날 닮았는지 구피를 닮았는지 책을 좋아하는 웅이. 그런 웅이에게 아빠가 책을 자주 읽는 모습을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안 그랬다간 웅이도 저처럼 갑자기 책을 멀리하고 만화영화나, 컴퓨터 게임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암튼 그러한 이유로 이젠 책도 자주 읽고, 읽은 책에 대해선 '영화 이야기'를 쓰듯 'BOOK STORY'를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첫번째 'BOOK STORY'로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선정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짝짝짝 ^^;
<해리 포터 시리즈>는 지금까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부터 시작하여 단 한권도 빠뜨리지 않고 꼬박 꼬박 읽고 있었으며, 물론 영화도 꼬박 꼬박 챙겨 보았습니다. 이렇게 영화화된 소설을 읽는 것이 흥미로운 것은 원작과 영화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역시 조만간 1, 2부로 나눠어 개봉한다고 하니, 영화를 볼때 책과 비교하면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론이 길어져 버렸는데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제가 읽었던 <해리 포터 시리즈> 중에서 사실 가장 실망스러웠습니다. 절대악인 볼드모트에 맞서는 어린 마법사 해리 포터와 론, 헤르미온느의 이야기를 다룬 <해리 포터 시리즈>는 어린 독자와 어른 독자를 동시에 만족시킬 만큼 매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의 경우는 어린 독자들의 경우는 조금 지루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작인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의 경우는 책을 읽는데 며칠 걸리지 않았지만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거의 한 달이 넘는 기간동안 읽다 말다를 반복했으니 말입니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지루해진 이유는 점점 어두워지고 암울해지던 내용이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에서는 극악에 치달았기 때문입니다. 해리의 든든한 아군인 덤블도어는 죽었고, 해리에겐 집과도 같은 장소였던 호그와트에 해리는 더이상 갈 수 없습니다. 마법부는 볼드모트에게 점령당했고, 해리는 론, 헤르미온느와 함께 볼드모트의 호크룩스를 없애기 위한 모험을 떠나지만 호크룩스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없애는지 아는 바가 전혀 없었습니다. 해리가 느꼈을 막막함이 책을 읽는 저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졌는데 그러한 막막함이 책의 거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에서 볼드모트의 과거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조앤 K. 롤링은 이번엔 덤블도어와 과거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솔직히 덤블도어의 과거는 볼드모트의 과거보다 흥미롭지 못했고, 오히려 제게 혼란만 안겨줬습니다.
볼드모트의 과거는 볼드모트가 절대악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 주지만 덤블도어의 과거는 아무 것도 설명하지 못한채 이야기가 산만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덤블도어가 해리에게 죽음의 성물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설명이라고는 하지만 그로 인하여 호크룩스에 집중되어야할 이야기가 죽음의 성물에 분산되며 복잡해져 버린 것이죠.
해리가 덤블도어의 의중을 알게 되고 마지막으로 볼드모트에게 찾아가는 후반부에선 <해리 포터 시리즈>답지 않은 억지스러움도 약간 보이기 시작합니다. 내용의 비장미를 한껏 살리려는 작가의 의도는 잘 알겠지만 <해리 포터>가 애초에 <반지의 제왕>이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의 비장미는 <반지의 제왕>의 비장미를 뛰어 넘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긴 이 이야기의 비장미는 어쩌면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서부터 시작되었지만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의 비장미는 해리의 심적 성장을 위해 어쩔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의 비장미는 좀 가식적인 느낌입니다.
책을 읽고나니 걱정되는 것은 바로 올 여름에 개봉될 영화입니다.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서부터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데이빗 예이츠 감독은 제가 보기엔 역대 [해리 포터 시리즈] 감독 중에서 최악의 감독입니다. (제가 최고의 [해리 포터 시리즈] 감독은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의 마이크 뉴웰입니다.)
그는 원작의 무리한 생략으로 영화를 반토막 나게 만들었습니다.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서는 해리의 불안한 내면과 초 쳉과의 사춘기적 사랑을 생략하고 해리와 볼드모트의 대결에 모든 촛점을 맞추어 버리더니,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에선 가장 중요한 볼드모트의 과거를 몽땅 생략하고 덤블도어의 죽음에 촛점을 맞추어 버렸습니다.
그는 중요한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적인 것에 촛점을 맞춤으로써 선배 감독들이 이룩해 놓고 뛰어난 판타지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를 속 빈 강정같은 블럭버스터로 변모시켰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이번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에선 1, 2부로 나누어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어쩌면 그러한 선언은 이번에는 원작의 생략없이 원작을 고스란히 영화에 담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습니다.(그렇다면 환영합니다.) 하지만 황금 노다지인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지막인 만큼 두 편의 영화로 만들어 수익을 더 내겠다는 의도라면 그야말로 절망입니다.
아직 영화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결론을 낼 수는 없지만 원작이 그러했듯이 영화 역시 막막함과 답답함, 혼란감이 초반을 지배할 것으로 보이며, 후반엔 가식적인 비장미가 가득할 것으로 보입니다. 뭐 아무리 그렇다해도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전작들과는 달리 생략을 줄이고 원작에 충실한다면 영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해리 포타와 불사조 기사단],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보다는 재미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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