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0년 영화이야기

[해결사] - 잘 만든 코믹 액션이라는 것에 만족하자.

쭈니-1 2010. 9. 13. 11:03

 

 

감독 : 권혁재

주연 : 설경구, 이정진, 이성민, 오달수, 송새벽, 문정희

개봉 : 2010년 9월 9일

관람 : 2010년 9월 11일

등급 : 15세 이상

 

 

[아저씨] VS [해결사]

 

저희 회사에 동호회가 있습니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기 위해 모인 것은 아니고, 그냥 한달에 한 번 만나 산에도 가고, 볼링도 치고, 낮 술도 마시는, 그야말로 친목도모를 위한 모임이죠.

9월에도 동호회 모임을 가져야 하는데... 9월 모임은 극장에서 영화 보기로 하자고 제가 적극 주장하였습니다. 그래도 동호회 부회장이라는 끝발아닌 끝발이 있는터라 제 주장은 반영되었고, 몇 년동안 극장 나들이를 가 본적이 없는 아저씨가 회원의 대부분인 저희 동호회는 그렇게 극장 나들이를 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자칭 영화광이라고 자부하는 제가 볼 영화를 골랐습니다. 동호회 회원의 연령대를 고려해 전 부담없는 액션 코미디 [해결사]를 골랐고, 모두들 그러한 제 의견을 아무런 이견없이 따라오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동호회에 몇 안되는 젊은 직원들이 반발을 하고 나섰습니다. [아저씨]를 보자고 하더군요. 전 [아저씨]를 봤기에 당연히 '개봉한지 한달도 넘은 영화를 이제와서 뭐하러 보느냐, 이번 주에 개봉하는 따끈따끈한 영화 [해결사]를 보자.'라고 주장했지만 [아저씨]를 보자는 측 역시 그 뜻을 굳히지 않았습니다. 자칫 젊은 회원들이 모두 빠져나갈 것을 우려한 동호회 회장님이 결국 두 팀으로 나눠어 영화를 보자는 중재안을 내놓았습니다.

그렇게해서 동호회 회원 모두 같은 영화를 보며 친목을 도모하자는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우린 극장 앞에서 두 팀으로 나눠어 찢어져야 했습니다. 문제는 스코어입니다. 막상 [해결사]를 보자고 주장했을땐 동호회 회원들 거의 대부분이 이견이 없었는데 [아저씨]와 [해결사] 둘 중의 하나 고르라고 하니 모두들 '[아저씨]가 재미있다던데...'라며 [아저씨]쪽으로 기울더군요. 결국 8대3으로 [아저씨]의 완승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난주에 박스오피스에서 [해결사]가 [아저씨]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고 하던데... 저희 회사 동호회에선 아직 [아저씨]가 대세인가 봅니다.

 

 

원빈 못지 않은 설경구의 통쾌 액션

 

그러고보니 재미있게도 [아저씨]와 [해결사] 모두 장르가 액션이네요. 물론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아저씨]가 비장미가 철철 넘쳐 흐르는 액션이라면 [해결사]는 코믹한 캐릭터 중심의 액션입니다.

액션을 표현하는 방법도 달랐는데... [아저씨]는 원빈의 아름다운(?) 외모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뽀대(!)나는 우수에 찬 액션을 강조한 반면 [해결사]는 시원시원한 액션을 선보입니다.

어느 액션이 더 좋다고 평가를 내릴 수가 없는 것이 이 두 영화의 액션이 서로 너무나도 다른 확실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저씨]의 액션도 멋있었지만 [해결사]의 액션도 충분히 즐길만했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할 것이 [해결사]의 감독인 권혁재인데... 그는 류승완 감독의 조감독 출신입니다. 아직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국 액션 영화의 한 획을 그은 류승완 감독. 그의 밑에서 액션 영화의 노하우를 익혔던 권혁재 감독의 진가가 발휘된 셈입니다.

 

그러한 권혁재 감독의 진가가 발휘되는 액션 장면은 [해결사]의 영화적 재미를 완성시킵니다. 예를 들어서 모텔 옥상에서 벌어지는 옷걸이를 이용한 액션의 경우는 주변 물건을 이용한 아기자기한 코믹 액션을 자주 펼치던 성룡의 액션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는데 액션 영화 매니아 류승완 감독의 제자다운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후반 펼쳐지는 자동차 추격씬은 한국영화에선 보기 드문 장면입니다. 대전시청앞 도로를 5일간 통제하며 만들어 졌다는 이 영화의 자동차 추격씬은 수십대의 자동차를 부숴버리는 제법 큰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물론 아직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자동차 추격씬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우리나라 영화중 최고라고는 자부할만한 장면이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설경구와 이정진의 결투씬도 영화를 보는 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줬는데... 관객이 액션영화를 통해 얻기를 원하는 카타리시스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완소 조연들의 완소 연기

 

[해결사]의 또 다른 재미는 조연들의 코믹 연기인데... 그 중 단연 돋보였던 것은 오달수와 송새벽이었습니다. 뭐 오달수의 코믹 연기는 이미 수 많은 영화들을 통해서 그 진가가 발휘된 적이 있기에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지만 송새벽의 코믹 연기는 정말 의외의 요소라고 더욱 유쾌했습니다.

사실 송새벽이라는 배우가 처음으로 관객에게 알려진 것은 [방자전]에서 변태 변학도로 나오면서 부터였습니다. 반듯한 외모와는 달리 엉뚱한 그의 연기는 [해결사]에서도 어김없이 제 웃음보를 터트렸는데... 어눌한 목소리로 너무나도 천연덕스럽게 엉뚱한 대사를 툭툭 내 던질때마다 저는 '킥킥'거리며 웃어야만 했습니다.

한정된 스타급 배우들 속에서 한국영화가 버틸 수 있는 것은 바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이러한 조연들의 맛깔스러운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송새벽의 발견은 한국영화에 큰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여기 또 한 명 주목해야할 코믹 조연이 있습니다. 바로 정치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가지고 있는 브로커 윤대희를 연기한 이성민입니다.

사실 이 배우... 드라마나 영화에서 참 자주 봤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역할이 소시민이나 코믹한 악당 정도여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해결사]에서는 참 얄미우면서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생존력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속 편을 에고하는 마지막 대사까지 날려주더군요.

그 외에도 모 정당의 미모만 내세우는 모 국회의원을 연상하게 만드는 오경신 역의 문정희도 주목할만 합니다. 처음 등장 장면부터 얼마나 얄밉던지, 옆에 있으면 꽉 꼬집어 주고 싶은(여자라서 때릴 수는 없고...) 그녀의 얄미운 연기는 액션을 내세운 이 영화에서 유일한 홍일점으로 영화의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합니다.

 

 

제 2의 [공공의 적]의 탄생인가?

 

[해결사]는 분명 한국 액션 영화에서 꽤 주목할만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한국영화의 힘인 조연들의 보물창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액션 영화에서 액션이 좋고, 조연들이 웃긴다고 해서 만사오케이일까요? 이 부분에서 액션과 코믹에 가려진 이 영화의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일단... [해결사]는 개성이 부족합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설경구 주연의 코믹 액션이라는 점에서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을 연상했었습니다. 전 단지 설경구가 주연을 맡았다는 이유로 [해결사]와 [공공의 적]을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확실히 [해결사]는 [공공의 적]을 연상하게 합니다.

그것은 비단 설경구의 캐릭터 때문만은 아닙니다. 뭐 설경구의 캐릭터가 [공공의 적]의 강철중을 닮긴 했지만 그것은 넘어가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오히려 이정진이 맡은 악당에 있습니다. [공공의 적]의 가장 큰 특징은 겉보기에는 번듯한 이들을 공공의 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인데... 그런 의미에서 이정진의 악역은 [공공의 적]의 설정과 너무나도 비슷합니다.

 

머리를 쓰기 보다는 주먹을 먼저 쓰는 강태식(설경구)의 사건 해결 방식 역시 [공공의 적]과 나무나도 닮아 있는데... 애초에 이 영화가 정치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강태식은 좀 더 머리를 썼어야 했습니다.

국민 사기치기로는 그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는 잔머리 대마왕 정치 집단을 상대하는 것치고는 강태식은 너무 무식했습니다.

그러한 강태식이 사건을 해결하려다보니 마지막 사건 해결 방식이 너무 간단했습니다. 집권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라면 엄청난 권력 집단인데... 그러한 그들이 너무나도 순진하게 장필호(이정진) 하나만 믿고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하려 했다는 점이 솔직히 그다지 설득력있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해결사]는 분명 뛰어난 코믹 액션 영화였지만 완벽한 코믹 액션 영화라고 하기에 부족했던 영화였습니다. 그래도 류승완 감독의 뒤를 잇는 뛰어난 액션 전문 감독의 탄생을 알리는 영화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원래 시작부터 만족할 수는 없는 법이죠.

 

이정진은 한 인터뷰에서 이제 자신의 대표작이 [말죽거리 잔혹사]가 아닌

이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타깝지만 이정진에게도, 설경구에게도,

이 영화는 대표작이 되기엔 좀 모자란 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