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0년 영화이야기

[마법천자문 : 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 - 원작과의 차별이 아쉽다.

쭈니-1 2010. 8. 23. 12:25

 

 

감독 : 윤영기

더빙 : 정선혜, 은정, 박신희

개봉 : 2010년 8월 19일

관람 : 2010년 8월 22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못난 아빠는 영화만 보여준다.

 

지난 여름휴가동안 열심히 웅이의 체험학습을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웅이를 물놀이에 데려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남들 전부 가는 바다는 못가더라도, 최소한 실내 수영장이라도 데려가야 했지만 워낙 수영복 패션에 자신이 없는 아빠, 엄마 탓에 웅이는 이 무더운 여름에 물놀이 한번 못하고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구피도 언제나 그것이 마음에 걸리나봅니다. 항상 입버룻처럼 '웅이 데리고 물놀이 한번 가야하는데...'하고 말하지만 주말이 되면 항상 다른 문제들과 약속들로 인하여 물놀이는 꿈도 못 꾸고 있답니다.

지난 주말도 그러했습니다. 토요일엔 제가 회사 동호회 모임이 있어서 아침부터 가나봐야 했고, 일요일엔 저희 어머니께서 웅이가 추석에 입을 새 옷을 사주시겠다고 호출을 하는 바람에 아침 일찍 일어나 저희 부모님 댁에 가느라 일요일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다음 주엔 개학인데...' 구피는 개학을 앞둔 웅이가 불쌍했나봅니다. 결국 저와 구피가 선택한 것은 또 다시 영화입니다. 그래도 여름방학 마지막 주말인데 작은 추억이라도 만들어 줘야한다는 생각에 가장 쉽고, 가장 저렴한 영화 보여 주기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래도 웅이가 보고 싶어하는 영화가 있었기에 다행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말만 '다음 주엔 개학인데...'라며 웅이를 안쓰러워 했을 뿐, 게으른 아빠, 엄마는 또다시 방에서 뒹굴며 '엄마, 아빠 놀자!'를 외치는 웅이에게 '우리도 좀 쉬자.'라고 윽박만 질렀을 테니까요.

영화 본다며 신나하는 웅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평소엔 너무 비싸 안 샀던 팝콘도 커다란 것을 하나 구입해서 웅이에게 안겨줬고(젠장... 팝콘 가격이 4천5백원이라니... 인간적으로 너무 바씬거 아닌가요?) 콜라보다 몇 배 비싼(하지만 콜라보다는 몸에는 좋을 것 같은) 에이드도 사줬습니다.

극장 안은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어린이 관객들과 어른 관객들이 북적일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산했습니다.(다른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은 북적이던데...) 그래도 저처럼 아이들과 함께 극장을 찾은 어른 관객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웅이보다 약간 어린 듯한 남자 아이와 함께 온 제 뒤의 아저씨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코를 골며 주무시더군요. 저 역시 그 분의 피곤함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영화를 본다고 아빠 노릇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길 줄 아는 것이 중요하죠. 여름방학동안 물놀이 한번 못데려간 저도 못난 아빠지만 아이들과 극장에 와서는 함께 즐기지 못하고 주무시는 그 분도 참 못난 아빠였습니다.

 

 

아빠의 입장에선...

 

제가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웅이와 함께 참 많은 애니메이션을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렇게 웅이와 함께 본 애니메이션은 [로보트 태권 V],  [빼꼼의 머그잔 여행]을 제외하고는 한결같이 일본이나 미국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특히 웅이가 좋아하는 것은 일본 애니메이션인데... [개구리 중사 케로로], [도라에몽], [포켓 몬스터] 등 해마다 어린 관객을 공략하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웅이 역시 열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참 많이 아쉬웠습니다. 웅이가 좋아할만한 캐릭터와 시리즈가 거의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 우리나라 역시 애니메이션 기술에서는 일본에 뒤떨어지지 않으며, 좋은 캐릭터만 만들어낸다면 굳이 웅이가 일본의 캐릭터에 열광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캐릭터에 열광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마법천자문 : 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에 거는 기대가 컸습니다. '서유기'를 모티브로 하여 어린 아이들이 한자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한 이 영화의 원작 만화는 귀여운 캐릭터와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되기에 전혀 손색이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마법천자문 : 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의 경우는 솔직히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약간 실망했습니다. 아! 물론 제가 느낀 실망은 이 영화의 영화적 재미 때문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국내에 발간된 '마법천자문'이라는 만화책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마법천자문'은 서유기를 모티브로 하여 어린 아이들이 한자에 흥미를 갖고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선 참 반갑고 고마운 책인 셈이죠. 그렇기에 구피는 책의 가격이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1권에서 14권까지 웅이에게 사줬으며, 나머지도 조만간 사줄 생각입니다.

웅이가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기에 저 역시 시간이 나는대로 틈틈히 '마법천자문'을 읽었습니다. 현재 3권까지 읽은 상태인데 생각보다 꽤 재미있어서 놀랬습니다.(하긴 '마법천자문'외에도 '살아남기 시리즈', '보물찾기 시리즈'도 웅이와 함께 재미있게 읽고 있는 중입니다. ^^) 어쩌면 영화 [마법천자문 : 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가 제게 아쉬웠던 것은 그렇게 제가 원작 만화를 재미있게 읽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원작과의 차별이 아쉽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마법천자문 : 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에 대한 아쉬움은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의 아쉬움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온 웅이는 이 영화에 대해서 만족감을 표시했으니 말입니다.

일단 제가 느낀 이 영화의 문제점은 원작과의 차별화입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예로 든다면 책이나, TV 시리즈에서 인기를 얻어 극장판이 제작된 애니메이션의 경우 대부분 원작의 축소판이거나,  원작에는 없었던 새로운 에피소드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작을 새롭게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원작의 축소판은 당연히 원작에 충실하고, 원작에 없었던 새로운 에피소드 역시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뿐입니다.

하지만 [마법천자문 : 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의 경우는 상당히 어정쩡한 입장을 취합니다. 원작의 축소판이라고 하기엔 이 영화는 '마법천자문'을 새롭게 구성하고 있으며, 원작에는 없었던 새로운 에피소드라고 하기엔 영화의 스토리 범위도 너무 넓고 원작과의 연속성도 부족합니다.

 

아직 3권까지 밖에 못 읽은 주제에 이러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우습지만 애초에 이 영화는 시작부터가 원작 만화와 차별을 두고 있습니다. 108 요괴를 가두었다는 마법천자문이 영화에선 대마왕을 가둔 것으로 되어 있고, 손오공의 탄생 역시도 원작 만화와 많이 다릅니다.

손오공이 한자마법을 익히려는 동기도 틀리고, 보리도사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쌀도사의 수제자 삼장이 영화에선 보리 선원의 수제자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특히 보리 선원의 익살 캐릭터 옥동자가 아예 영화에선 삭제되어 있으며, 부두목을 살리기위해 손오공과 대결을 벌이는 염라대왕, 용왕의 비중은 거의 단역 수준으로 격하되었습니다. 3권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돈돈이 일찌감치 등장한 것도 그렇고, 웅이에 의하면 7권 정도에 등장한다고는 천자패가 처음부터 등장한 것도 원작 만화와 틀립니다. 뭐 원작 만화의 방대한 양을 한 편의 영화로 압축하기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도 있겠지만 아예 원작과 설정 자체가 다른 부분이 너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렇듯 이 영화는 원작과 연결성 면에서 철저함을 과시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와는 달리 원작과 차별을 통해 같은 영화도, 그렇다고 다른 영화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만을 보인 것입니다.

꼭 원작과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회성 애니메이션이 아닌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앞으로도 계속 영화가 개봉되려면 이미 출간된 원작 만화와의 연결되어 있는 것이 유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 뿐입니다.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었던 '마법천자문'

어른이 봐도 재미있는 영화를 바란 것은 아직 무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