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0년 영화이야기

[오션스] - 난 불만족이지만, 웅이는 만족이다.

쭈니-1 2010. 8. 12. 16:06

 

 

감독 : 쟈끄 페랭, 쟈끄 클뤼조

더빙 : 배한성, 정보석, 진지희

개봉 : 2010년 7월 28일

관람 : 2010년 8월 8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야호~ 여름휴가다!!!

 

직딩에게 있어서 여름휴가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지난 여름휴가는 방송통신대 졸업논문 쓰느라 모두 소비한 저로써는 이번 여름휴가만큼은 알차게 보내겠다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할 일도 많이 쌓여 있었고, 저희 부서에 새로 뽑힌 여직원이 아직 업무 숙달이 되지 않아 여름휴가를 낸다는 것이 무리였지만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후, 더위 때문인지 멍한 것이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아 휴가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은 저는 무리해서 여름휴가를 냈습니다.

이번 여름휴가의 계획은 간단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처음으로 여름방학을 맞이했지만 맞벌이하는 부모 탓에 집과 학원을 오고가는 불쌍한 웅이를 위해 최고의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돈이겠죠? 그러나 해결방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알뜰한 구피는 돈이 많이 들어가진 않지만 웅이를 위한 체험 학습 위주로 여름휴가 계획을 세웠고, 어린이 대공원에서 하는 어린이 동물교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어린이 박물관, 그리고 어린이 소방체험, 청계천 거미 곤충교실 등등 프로그램을 알차게 짜 놓았답니다.

 

그러나 영화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이번 여름휴가 계획동안 영화를 빼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웅이를 위한 체험학습도 좋지만 영화는 무조건 봐야한다고 우겨서 웅이와 함께 [오션스], [토이 스토리 3]를, 저를 위해선 [악마를 보았다]를 관람하기로 했습니다. 

2010년 여름휴가의 영화로 그 첫번째 주자는 바로 [오션스]입니다. [오션스]는 바다의 신비로운 풍경을 거대한 제작비를 들여 완성한 프랑스산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제가 다쿠멘터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사실 [오션스]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었지만 여름방학 동안 바닷가를 한번 가지 못하고 있는 웅이에겐 이렇게 영화를 통한 간접체험이라도 해줘야 겠다는 생각에 선택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제가 다큐멘터리 영화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웅이는 [오션스]를 꽤나 재미있게 관람하고 있었지만 전 무척이나 지루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오션스]는 그저 바다속 생물들을 한번씩 흝어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았으며, 극장에서 보기엔 그러한 장면들이 그다지 특별하게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오션스]를 보신 다른 분들의 평을 읽으니 대부분 영상엔 합격점을, 정보석과 진지희가 녹음한 더빙에 불합격을 주셨던데... 전 오히려 그들의 더빙보다 너무 평범했던 영상에 불합격을 주고 싶습니다.  

 

 

빵꾸똥꾸 더빙은 그런데로 웃겼다.

 

사실 [오션스]를 보러 가기 전에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정보석과 진지희의 더빙이었습니다. 워낙 많은 분들이 그들의 더빙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셔서 웅이와 [오션스]를 보러 가기 전에 더빙이 아닌 자막 버전은 어느 극장에서 하는지 검색까지 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막상 극장에서 만난 정보석과 진지희의 더빙은 그런대로 재미있었습니다. 진지희의 불고기 타령은 바다속 생물들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먹는 것에만 관심을 갖던 진지희가 영화가 진행되며 점점 불고기는 잊고 바다속 생물들의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는 과정을 담기 위한 하나의 소재였기에 꽤 적절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오히려 진지희의 불후의 유행어인 '빵꾸똥꾸'가 영화 속에서 그렇게 남발하지 않아 전 깜짝 놀랬는데, [오션스]의 초기 예고편에서 진지희가 '빨리 예매해, 이 빵꾸똥꾸들아!'를 외칠 때 느꼈던 짜증을 생각한다면 '빵꾸똥꾸'를 남발하지 않은 더빙 제작진의 선택에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극장을 가득 채운 아이들과 웅이도 진지희의 더빙을 웃고 즐겼는데... 물론 진중한 바다속 다쿠멘터리를 보고 싶은 어른 관객 입장에서는 영상과는 동떨어진 정보석과 진지희의 개성만점 더빙이 귀에 거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만약 혼자 [오션스]를 즐기러 극장을 찾았다면 영화와 따로 노는 듯한 톡톡 튀는 더빙에 짜증이 났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린 아이들과 극장을 찾앗다면 그러한 더빙은 오히려 어린 아이들에게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효과를 안겨줍니다.

[오션스]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보니 영화의 스토리가 없고, 그저 바다속 동물들을 보여 주기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아이들의 집중력이 그러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요? 만약 진지희의 잠이 확 깨는 더빙이 없었다면 극장 안을 채운 많은 아이들이 영화에 흥미를 잃고 저마다 다른 놀이를 찾아 시끄럽게 웅성거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영상은 평범했다.

 

어쩌면 제가 [오션스]에 너무 많은 것을 원했는지도 모릅니다. 제작비 8천만 달러, 제작기간 7년이라는 영화의 포스터 문구를 보며 우리들이 모르는 바다속 신비의 세계가 무한대로 펼쳐질 것이라 기대를 했었습니다.

물론 [오션스]에 그러한 것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신비한 바다속 생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하여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특히 수많은 거미게들이 껍질을 벗기 위해 탑을 쌓는 광경이라던가, 케이프 가넷 수십마리가 바다속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수직 낙하하는 장면은 정말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너무 많은 바다속 생물들이 아주 짧은 시간동안 스치듯이 지나가 신비의 세계에 대한 감흥을 느끼기에 시간이 너무 부족했고, 영화의 후반부엔 뜬금없이 인간의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가 이루어져 분위기를 급반전시키기는 무리수를 띄우기도 했습니다.

 

뭐... 인정할 것은 인정하겠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제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오션스]에 대한 감흥이 별로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웅이의 체험학습을 위한 일환으로써의 [오션스]라면 분명 성공적이긴 했습니다. 웅이도 즐거워 했고, 영화가 끝난 이후엔 일기장에 정성껏 그림일기를 쓰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봤다. 제목은 오션스. 스피너돌고래, 일각돌고래, 고래상어, 백상아리 등등 봤다.'라고 일기를 쓴 것을 보니 [오션스]에 나왔던 동물들이 웅이에게도 꽤 인상 깊었나봅니다.

결국 [오션스]는 영화를 보는 내내 차라리 웅이를 수족관에 데려가 바다속 생물들을 직접 보여 주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 TV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방영하는 것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웅이가 재미있었다고 하니 저로써는 그것으로 만족해야할 영화였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오션스]의 바다속 생물들이 신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그 어디에서도 아직 보지 못한 좀 더 특별한 것을 원한 것이다.